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화난사람들' 최초롱 대표님 1편
Q. 최초롱 대표님, 안녕하세요! 어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 최초롱입니다, 반갑습니다.
‘화난사람들’은 다수가 피해를 입었거나, 여러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 함께 모여서 법률 전문가와 함께 법적인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소송을 하는 플랫폼이에요. 사실 이런 공동소송은 사무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많고 귀찮거든요, 저희는 변호사님들께 그런 부담을 덜기 위한 서비스들도 해드리고 있어요.
Q. 그러면 대표님은 원래 변호사로 일을 했기 때문에 변호사님들이 어떤 고충이 있는지 잘 아시는 건가요?
A. 저도 변호사로 등록이 되어 있기는 한데요, 변호사로서 업을 한 적은 없고요, 저는 사법연수원에서 수련을 하고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임기가 끝나고 바로 창업을 했어요. 제가 직접 변호사로 일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워낙 변호사님들이 많기 때문에 내부적인 일들은 잘 알죠.
Q. 아니 그러면 법조인으로서 탄탄대로(?)가 보장되어 있었을 텐데, 창업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법대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딱히 다른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주변에 있는 동기, 선후배들 모두 고시 공부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고시 준비를 했었던 건데요, 사실 저도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 딴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특히 “죽을 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지?” 그런 진로 고민이요.
그때 막연하게나마 법조인은 죽을 때까지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러면서 방황하던 와중에 저희 과 교수님이 “미국은 CEO 중 50% 이상이 변호사 출신이다. 왜냐면 무슨 일을 하든지 법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을 잘 알면 법조인 외에 다른 일들도 잘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신 거죠.
그게 계기가 되어서 ‘사법 고시를 본다고 해서 꼭 법조인이 되는 것만은 아니구나, 나도 예전부터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긴 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법 공부를 한 것을 기반으로 하면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갖고 일단 자격증을 따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니까 공부가 좀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고시를 패스하고 연수원에 가게 되었는데, 사실 연수원에서의 성적은 법조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 목표했던 성적이 나와서 법원에 재판연구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 연구원은 임기가 정해져 있다 보니까 일을 하면서도 예전에 제가 진로 고민을 하면서 했던 생각들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 거죠.
그러다가 제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발견하게 되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Q. 그렇게 창업을 선택하고 나니 주변에 있는 법조인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법조인과 창업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요?
A. 공통점은 둘 다 업무 강도가 세다. 법조인들이 일 많이 하는 것은 다들 아실 거고, 창업가들도 사실 일과 삶의 구분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부분은 거의 비슷한 것 같구요.
다만 법률 업무는 경력이 쌓이면 익숙해질 수 있거든요, 비슷한 일을 하거나 노하우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런데 창업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고 적용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창업한 지 몇 년이 되었다고 해서 능숙해지지 않는 거죠.
Q. 그렇게 어려움을 겪을 때, 주변에 법조인으로서 조언을 해줄 사람들은 많을지 몰라도 창업에 관해서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초기 창업 당시를 생각해 봤을 때 가장 후회되거나 ‘아, 이런 걸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은 게 있으신가요?
A. 사실 서비스를 어느 정도 만들어 놓고 법인 사업자를 등록해도 되었을 텐데, ‘창업 = 법인 등록'이라고 생각해서 창업하자마자 법인을 세운 게 가장 큰 아쉬움인 것 같아요. 기업에게 주는 혜택이나 정부 지원 사업 같은 것도 법인을 등록한 지 얼마 안 된 곳이 여러모로 유리한 점들이 많아서, 그런 걸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다 생각을 많이 했었고요,
또 하나는 ‘스타트업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했어야 했구나-’인데요, 저는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왜 이게 제대로 해결이 안 될까' 이런 문제의식을 법적인 측면, 제도적인 측면 위주로 생각하고, 또 변호사님들이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 이런 고민을 위주로 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게 사업화되려면 어떤 형태여야 할까,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을 때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까, 이런 고민을 잘 못 했던 것들이 시행착오를 더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말씀해주신 것들은 정말 많은 다른 창업가 분들, 스여일삶 멤버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같은 커뮤니티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표님과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들은 법조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랐을 수도 있고, 또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창업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혹은 창업한 이후에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하시나요?
A. 대부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세요. 저는 결혼을 했는데요, 남편한테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니까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개발자를 소개해주기도 했고요, 부모님도 제가 공부할 때 여러 고민을 많이 했다는 걸 잘 알고 계시다 보니까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하라'고 하셨어요.
Q. 다 ‘잘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으셨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면 이제 ‘화난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왜 서비스명이 ‘화난사람들'인가요? 대표님 화가 많으신가요?
A. 아니요 저는 굉장히 화가 적은 편이고요,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평화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까워요. 창업을 하고 나서 만난 창업 대선배님이 “‘화난사람들'의 가장 큰 매력은 직원들이 화나 있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딱 그래요.
그렇지만 호구가 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호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언가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그런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호구가 되는 상황’에 처하면 사람이 화가 나잖아요.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화가 나는 감정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 과정을 저희가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의미를 담은 거예요.
실제로 법원, 법률 사무실, 하물며 저희에게 찾아오는 고객 분들을 떠올려 봤을 때도 가장 큰 공통점이 화가 나있다는 거여서, 그런 것들을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게 좋아서 ‘화난사람들'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어요.
Q. 사실 대중들이 딱 들었을 때 ‘공동소송 플랫폼'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도 해서,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힘든 과정 중에도 뿌듯한 점, 자랑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면요?
A. 지금까지 ‘화난사람들'을 통해서 90개 정도 사건이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회원 수가 17만 명이 넘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분들의 숫자만 해도 9만 5천 명이 넘거든요. 이러한 숫자들이 작은 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있었던 시장이 아니고 저희가 처음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이요.
이 플랫폼을 통해서 사람들이 어떠한 행동을 취하고, 화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제가 처음에 창업할 때 바라던 모습이라 그럴 때 창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Q. ‘공동소송'이라는 개념이 어려워서 예를 들어서 어떤 프로젝트들을 하시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예를 들어서 예전에 저희 게시판에 ‘리조트 투자 사기를 당한 것 같다'라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내가 이러이러한 리조트 투자 상품에 가입을 했는데, 이게 사기 같으니 변호사 님이 확인을 좀 해달라.”는 거였죠.
그래서 저희 플랫폼에 가입되어 있는 변호사님이 알아보니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닌 거예요. 이 사람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페이지를 열었죠. 거기에 피해자들이 수십 명이 모였어요.
그 투자 사기가 의미 있었던 이유가 뭐냐면 카드를 연동해서 월 결제가 계속 나가는데 그게 언제 수익이 날지도 모르는 걸 계속 돈을 내고 있었던 피해자들을 찾았기 때문이었어요. 일부 사기 건들은 자신이 사기를 당한지도 모르는, 인식하지 못하면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 건은 다행히 사람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기 전에 형사 고소할 수 있었죠.
Q. 그 리조트 투자 사기 건처럼 변호사님께 이런 소송을 진행해달라고 의뢰를 하는 방식으로 보통 프로젝트가 진행되나요?
A. 3가지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피해자가 본인이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그 건이 실제로 집단 소송을 할만한 사안인지 변호사님이 판단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변호사님들이 역으로 먼저 이런 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알아보시고 페이지를 열어서 거기에 피해자 분들이 모이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자체적으로 기획을 해서 사람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작년에 디지털 성범죄가 이슈 되었을 때 대법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새롭게 정하겠다'라고 했거든요. 그렇게 양형을 정할 때는 국민 여론을 수렴을 하게 되는데, 보통 시민단체에게 의견서를 보내라고 하든지 전문가 자문을 받든지 해요.
그런데 그게 정말 다수의 국민 의견을 대변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화난사람들'에서 진짜 국민의 여론을 모아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님을 섭외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적이 있어요. 그런 건들은 개인이 혼자서 참여하기가 어려운데 함께 하면 본인의 의사나 경험을 개진할 수도 있는 거죠.
Q.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해서 먼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시는 경우.. 대표적으로 올해 초에 AI 챗봇 ‘이루다' 사건도 ‘화난사람들'에서 공동소송 하셨잖아요…
(‘이루다'와 관련한 진행 상황과 의미는 다음 주 인터뷰 2편에서 이어집니다!)
스여일삶 여돕여TV 유튜브 채널에서 최초롱 대표님 인터뷰를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1편 영상 보러 가기 : https://youtu.be/I7ZnG6mbrn0
인터뷰 진행 및 편집 : 스여일삶 운영진 김지영 & 우지희 / 사진 : 화난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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