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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Sep 23. 2021

그날 밤, 라이브 방송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스여일삶 속풀이 라디오 쇼 <별난 직장의 여자들> 8월 후기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입니다. 스여일삶은 스타트업 여성들을 연결하고 힘을 북돋우는 것이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지난 8월에 진행했던 속풀이 라디오 쇼 <별난 직장의 여자들> 후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별난 직장의 여자들>은 시니어 개발자, 교육학 학자, 주니어 엔지니어, 교육 업계 마케터 총 4명의 패널이 카카오 '음'에 모여 이야기를 진행했고, 동시에 청취자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날 밤, 라이브 방송에서 있었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어요.





Q.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라켈: 10년 차 개발자로, 좋은 일과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는 라켈입니다. 다양한 걸 겪어서 겪지 않아도 될 일도 겪었고요. 4년 전부터는 매니저 역할도 병행 중이며, 서비스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스텔라: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학 연구자이자 페미니스트, 다양성과 인권을 옹호하는 스텔라입니다.

하루: 컴퓨터 비전과 AI에 관심 많은 주니어 엔지니어인 하루입니다.

단로: 홍보 마케터로 근무 중이고, 교육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단로입니다.


Q. 저희가 며칠 전에 <스타트업에서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스타트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정리 내용: https://brunch.co.kr/@amandaking/236 ) 회사가 클수록, 업력이 길수록 여성 리더의 비중이 낮아지는 게 보편적이라는 결과 대해서 어떻게 분석을 할 수 있을지, 전문가인 스텔라 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스텔라: 이 문제가, 그 많던 여성 직원이 어디로 갔을까? 에 대해 생각게 되는 것 같아요. 50프로 이상이 여성이란 건, 실무 단계에 많이 포진되어 있단 건데 그 많은 여성 리더들은 어디로 갔을까 싶죠. 너무 보편적인 현상이에요.


원인을 찾아보자면, 승진에는 업무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이 같이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회사가 커진다는 건, 관리자가 많아진다는 거고 회사의 허리가 두꺼워진다는 거예요. 실무보다 관리자가 많아진다는 것인데, 인사 고과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 달라져요. 업무 내적과 외적이 교차되는 지점인데, 이런 지점에서 여성이 육아로 가는 시기가 맞물려 있는 거죠. 그 시기가 상실되기 때문에 중간 관리자에서, 예를 들면 과장에서 차장으로 올라가는 허리가 비워지게 돼요.


Q. 여성 대표와 임원들이 많은 회사는 커지기 힘든 건가? 싶어요. 여성 대표인 케이스가 몇 없어서 작아 보이는 걸까요?


스텔라: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는 70~80프로예요. 북유럽 여성들은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고요. 그런 곳에서도 여성 리더는 적어요.


나스닥 상장된 기업을 봤을 때, 여성 대표의 비중은 높지 않아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중간 관리자로 디딤돌 할 시기가 비어있는 거고, 기업 자체로 봤을 때는 관리 능력 평가가 정성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있어요. 실무 능력은 데이터로 입증이 되지만, 관리 능력은 상위 관리자의 느낌적인 느낌으로 평가되기 때문이에요. 탑 리더로 갈수록 그 사람의 평가가 비과학적으로 이루어져요. 그렇기에 더 줄어드는 현상이 보이는 거예요.


실리콘밸리에서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 똑같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여성 임원이 피티 할 경우와 남성 임원이 피티를 할 경우에 대한 실험이었는데, 사람들의 반응과 채택되는 확률이 달라요. 여성 리더들은 피티를 할 때 실패 확률을 정확하게 데이터를 보여 주고, 정보를 제공하는데 투자자들이 봤을 때는 여성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자신감 없고 변명처럼 받아들이는 거죠. 남성 리더가 이렇게 할 거라고 하는 것은 패기 있어 보이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요. 어떤 말을 쓰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뉴스 앵커를 예로 들면, 똑같은 스크립트를 띄우고 여자 앵커와 남자 앵커가 읽는데 여자 앵커가 말하는 걸 덜 믿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요. 실무진이 데이터를 가지고 말할 때 여자가 말하냐, 남자가 말하냐에 따라 다른 반응이 들어오는 것이죠.


듣는 사람이 이미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탑 리더가 여자인지, 남자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채택해 주는 사람들의 문제예요. 그렇기에 사람들이 여자 리더의 말을 평가 절하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조정해 주는 게 중요해요. 관련하여 소풍벤처스(SPOONG)에서 젠더 관점의 투자 지침서를 내놓기도 했고요.


Q. 수용자의 성별이, 예를 들면 투자 심사역에 남자가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 수도 있나요? 아니면 수용자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이 없는 건가요?


스텔라: 두 가지 다 맞는 말이에요. 뉴스 앵커 연구는 미디어 쪽 연구라 대중을 상대로 한 것인데, 그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았을 거예요. 투자 심사역과 관련해선 여성 심사역이란 건 본인이 어려운 길을 경험해 왔을 가능성이 높아서 수용자 자체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어요. 심사역에 여자가 많다면, 기울어진 게 나아질 수 있을 것 같고요.



Q.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개발 직군에서 ‘단 한 번도 여성 리더를 만나 본 적이 없다' 응답률이 높았어요. 개발자이신 하루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팀원 구성과 업종 소개 부탁드려요.



하루: 연구 개발 위주의 로보틱스 분야였고요. 연구 개발 네 명, 마케팅 사무 한 명이었습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여자 엔지니어 두 명, 남자 엔지니어 두 명이 팀 구성이었어요.


Q. 리더급에서 평등하게 바라보면서 근무하셨나요?


하루: 차별에 관한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일하면서 들었던 건, 사장님이 근무했던 모 대기업은 여자 엔지니어를 서류에서 걸렀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공감각적 측면에서 남성이 우월하며 여자는 정신적으로 못 버틴다는 이런 내용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고요.


실제로 일하면서 여자 엔지니어가 일을 덜하거나 게으름을 피운다는 건 못 느꼈어요. 오히려 동료 여자 엔지니어와 늦게까지 남아서 업무 하고, 공부도 하고 그랬거든요. 성과를 내면 여자 엔지니어의 인식이 개선될 거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어요. 그럼에도 차별적인 이야기를 들었죠. 회사에서 엔지니어 채용할 때 로봇 공학을 한 여성을 채용하는 것에 있어서 면접 기회도 주지 않았고요.



Q. 주니어 개발자 하루님의 이야기 잘 들었어요. 다음으로 프로그래머이자 리더인 라켈 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커리어를 이어오시면서 예전에 비해 나아지거나 달라졌다고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라켈: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10년 전과 비교하면 사회적 약자,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오픈된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됐어요.


근데 제 생각엔 남성들의 공감 능력이 나아졌다고 느껴지진 않아요. 10년 전과 비해 나아진 건 여성들이 불합리한 것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에요. 10년 전에 의전해야 한다고 치마 안 입었다고 혼난 적이 있었어요. 상무님 옆에 앉고, 술을 따르라고 하고요. 여자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 많이 듣기도 했고요.


올해 초까지 해외 법인에서 일했는데, 그때도 팀장이었어요. 개발자 채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중이었고, 업계가 남초다 보니 대부분 남성을 만났어요. 언어가 영어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랑 시니어 개발자인 남성 멤버와 인터뷰를 들어가면 남성이 매니저인 줄 알더라고요. 추후에 회사에 궁금한 점이 있냐고 제가 물으면, 니가 매니저야? 여자가 매니저인 거 처음 봤다고 열에 여덟 번은 들었어요.


이런 것만 봐도, 남성들의 공감 능력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연대는 끈끈해졌고, 사회가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십 년 전에 저는 불합리함을 당했을 때 불합리함을 말할 수 없는데, 이젠 말할 수 있게 됐단 게 변화 중 하나인 것 같아요.


Q. 우리나라보다는 해외가 조금 더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을 보인다니 놀라워요.


라켈: 제가 있던 해외 법인이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 아니어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그 나라의 남성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구나 싶어서 당황스러웠어요.


그렇게 채용했던 친구들이 열 명 넘게 있는데 그 회사를 그만둘 때 그 친구들이랑 티타임을 가지면서 물어봤어요. 처음에 내가 매니저라고 했을 때 되게 당황한 기색인 게 보였다. 근데 솔직하게 어땠냐 나라는 매니저를 만나서 나에 대해서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을 말해 보라고요.


처음에는 여자가 매니저 할 수 있나? 이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요. 보통 만났던 여성 개발자 동료들이 본인들보다 일을 못했다고 이야기를 했고요. 그런데 3개월 지나면서 기술적으로나 일을 풀어가는 방식으로나 가장 큰 영향을 줬던 매니저라고 이야기를 해 줘서 고마운 기억이었어요.


실제로 일을 하면서 너네가 나랑 3개월만 일하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독기를 품어요. 그래야 하는 게 안타깝지만 여자, 남자를 떠나서 한 명의 동료로서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매니저이기 때문에 팀이 어떻게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이 친구 한 명 한 명의 성과를 만들어 팀의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를 노력하고 커뮤니케이션해요. 그래도 여전히 씁쓸하죠. 남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노력을 더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Q. 남성이 기존에 여성 리드 개발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한 말에서 레퍼런스의 중요성이 떠올라요. 후배 개발자 분들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은데,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시나요?


라켈: 제가 주니어 때 멘토의 존재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강했어요. 멋진 여성 선배에 대한 갈증은 더 심했고요. 항상 여성 비율이 적은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이 환경에서 생존하지?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데 같은 걱정을 늘 해 왔어요. 얼마 전 개발자 분들에게 질문받아서 답변해주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여전히 제 주니어 시절 고민과 비슷하더라고요.


개발자로서 멘토를 찾으려는 갈증에 대해서는 시야를 넓히고 완벽한 하나의 멘토를 찾아야 한단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답을 내렸어요. 여성이면서, 또 개발자의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는 완전체는 어디서도 찾기 힘들어요. 저에게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연습했어요.


여성 멘토에 대한 갈증은 어쩔 수 없이 연대가 늘 답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서 멘토라는 존재를 찾아가고 또 하나의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드라마틱한 결과가 있을 순 없지만, 언제든지 비슷한 환경에서 나랑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자체로도 생존할 수 있는 힘을 받아요.


10년 가까이 일을 해 오면서 또 다른 주니어 분들께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행사에 참여했고, 힘들면 언제든 연락하라 나라는 존재도 있다! 하며 연대 의식을 나누는 게 답인 것 같아요.


Q. 개발 분야에서 여성들이 오랫동안 일을 하기 위해 갖추면 좋을 것 같다는 부분이 있나요?


라켈: 저 역시 여전히 독하게 살아남아야지 하는 게 있어요. 근데 사실 제 바람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능력 그대로, 굳이 더 노력하지 않아도 동일한 대우를 받길 원해요.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저와 같이 이 업계에 있는 사람이 드러나고 인정받고 당연시되는 환경이 되어야 해요.


여성 동료들이 자신을 잘 드러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어요. 미팅을 하는 자리가 있어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제가 봤던 여성 동료들은 되게 주눅 들어 있는 경우가 간혹 있었어요. 워낙 남성 동료들이 근거 없이 몰아붙이는 것에 익숙하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 본인만의 데이터가 있고 근거가 있다면 당당하게 어필했으면 좋겠어요.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면 더 강하게 나가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가 해결한 문제와 한 일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공유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성 동료들은 저 사람이 뭘 했지? 싶은데 인정받고, 승진도 잘해요. 근데 여성들은 열심히 하고 결과를 내는데도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기에, 본인이 한 것들을 잘 공유하고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초반에 왜 저렇게 말이 많나? 나대는 건가? 이렇게 느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끊임 없이 공유하려고 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 분야는 라켈 님이 했구나 등등을 알게 되고 쌓이게 되더라고요. 남성 동료들이 우리를 온전하게 인정하게끔 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우리가 한 일을 당당하게 공유를 자주 하는 게 중요해요.


Q. 현실에서 뭔가를 포기해야만 리더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의 커리어를 잘 이어가는 방법, 일과 삶을 잘 구분하는 방법이 있으실까요?


라켈: 사실 제가 그 부분을 잘 못해요. 개발은 되게 좋아해요.  서비스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만들기 위한 도구 중에 제가 가장 잘 사용하는 게 개발이란 도구라고 말해요. 개발을 이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한만큼 인정도 받아야 하는 사람이고요. 그래서 한 번 일을 시작을 하면 일과 삶의 밸런스가 자연스레 경계가 없어져요. 자다가 일어났는데 했던 것 중에 궁금한 게 있거나 솔루션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일이라 생각 안 하고 찾아봐요. 그러다 어제 해결했던 걸 바꾸고, 내용을 팀원들한테 공유하고요.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냐는 질문은. 오히려 제가 다른 분들께 질문드리고 싶어요. 집에 같이 사는 남편이 있는데, 매일 서운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제가 너무 업계 일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느끼는 거예요. 나는 힘든 게 아니라 좋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데 밸런스를 못 맞춰서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구나 싶어요.


Q. 라켈 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여성 리더를 어디에서 만나는지 생각을 하게 돼요. 여성 커리어 관련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더 많아져야 하는데 국내나 해외에서 스타트업 커뮤니티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을까요?


스텔라: 여러분 자체가 자료예요. 회사의 실무 여성이 많은데, 리더가 없다고 산술적으로 나와있기도 해요. 일하는 여성 커뮤니티라고 이야기하면 왜 남성 커뮤니티 없어요? 이런 모임 왜 안 만들어요? 이런 걸 많이 들어요. 커뮤니티라고 말하면 끼리끼리 노는 것 같은데, 조직이라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학계만 해도 공학 계열에서도 아주 일부분의 박사 과정을 빼면 여성이 40프로가 넘는데, 경영, 행정을 제외하면 여성위원회나 다양성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없어요.


여성끼리의 커뮤니티와 집단을 만드는 것에 경계를 하고 있죠. 예전엔 한국에 여사원회, 여직원회가 있었어요. 삼진 그룹 토익반처럼요. 공채에 여성이 많이 뽑히기 시작할 때부터 여직원회가 없어졌어요.


이게 아이러니 한 지점인데, 여성들이 공식적인 루트로 뽑히면서 조직이 없어지게 된 거죠. 한국의 노동 역사를 보면 여성 노동으로 노동권 신장이 많이 이루어졌는데, 여성 노동조합보단 산업별 노조로 흡수되는 경우가 됐어요. 산업별 노조가 강한 것이 한국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상황을 제시하기 어려워진 거예요.


다시 여성 커뮤니티가 왜 중요한 이유를 말하자면, 우리 모두 조직에 소속된 사람이기에 조직적인 힘이 필요해요. 각개전투로 하게 되면  나 하나 잘하는 걸로 애쓰는 것 말곤 없거든요. 언젠가 내가 열심히 하는 게 딸릴 때가 오게 돼요. 그렇게 되면 구조적으로 내가 100프로 낼 수 없을 때 나를 지켜줄 집단이 필요해요. 그렇기에 조직이 필요한 거예요.


여성들이 조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면 남성들이 경계하기에 작게 실행하는 게 중요해요. 그 방법이 직무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거고요. 세대별로 모이면, 납작해진다고 생각해요. 회사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시니어, 주니어로 모이기 때문에 같은 직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중심으로 모이는 것을 해외도 하고 있고요.


전문가 집단에는 그나마 여성 조직이 많아요. 그에 비해 스타트업계는 직렬별로 잘 안 되고 있어요. 그렇기에 스여일삶은 큰 조직이에요. 이 안에서 마케터 모임, 기획자 모임, 개발자 모임으로 만들어졌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고요.


Q. 조사 결과에 교육 분야에 응답해 주시는 분도 많았는데요, 교육 분야에는 리더급의 여성이 많은가요?


단로: 교육업계에 여성 구성원이 많기는 해요. 수요자 일대와 공급자의 일대가 체감되고요. 어릴 때 생각해 보면, 교과목 선생님도 여성이 많잖아요. 그런데 교감 쌤, 교장쌤은 대부분 남성인 경우가 있었죠. 그때는 그 부분에 대해 큰 생각이 없었는데 처음 자각하기 시작할 땐 근로장학생일 때였어요. 처장, 부처장, 차장으로 넘어가면 대부분 남성이었고 의사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이분들의 결재가 필요했거든요.


여성의 업무 비중도 치중되어 있는데 운영에 치중된 느낌이 있어요. 그렇지만, 전체적인 비율은 여성이 많아요.


Q. 역설적인 현상이 있는 것 같아요. 여성의 비중이 낮은 업계라면 리더급에도 여성이 적다는 게 납득이 되는데, 교육 같은 특정 업종은 여성 분들이 많은데도 왜 리더급 여성들이 적은 걸까요? 관련해서 학계에서 연구된 바나 분석된 자료가 있을까요?


스텔라: 특정 업계가 여초 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답이 나와요.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교육이 시작된 게 일제강점기 때인데 그때는 총칼 차고 있는 남자가 강단에 섰어요. 사람 앞에 얼굴을 드러내고 설 수 있는 게 남자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떻게 여초가 됐냐 하면, 교육업계가 상대적으로 저소득 직종이 되면서부터예요.


사범학교라고 해서 산업화 시절에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이 아니었어요. 방학 있고, 상대적으로 퇴근이 빨랐고요. 그리고 여자들이 직업을 가져도 되는 몇 안 되는 직종이기에 여성들에게 사회진출을 지키려는 집안에서 사범대를 보냈죠. 저는 여초보다 여성 집중화라는 말을 쓰고 싶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전산 업종 프로그래밍도 여성 직종이었어요. 대표적인 예시로 히든 피겨스가 있죠. 프로그래밍이 고소득화가 되면서 남성 중심이 됐어요. 돈 버는 직업이 되면 여성들을 몰아내요. 이건 신체적인 게 필요해, 문화적으로 남성들이 맞아, 등등으로요. 의사와 변호사가 여초 직종이었으면 지금과는 다르지 않을까 해요.


교육 업계 내에서도 교수는 남성 집중화 직종이에요. 상대적으로 고소득이고요. 의료 업계에서 간호사는 매우 전문적인 보건 의료인인데 처우 개선이 어려운 이유가 간호사가 여성 집중 직종이어서예요. 외국은 의사가 바쁘면 의사 전에 간호사가 진료를 보는 경우도 있어요. 이유는 남성 간호사들도 많으니 권위에 도전을 덜 받겠죠, 아무래도.


교육업계도 저임금, 저경력에 속하는 사람이 여성이 많기 때문이에요. 관리자가 되기 위해선 정성 평가를 받아야 하고, 관리 능력을 평가받게 되고요. 그래서 조직의 소유주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게 아무리 여자가 많고 여자가 잘해도 남자를 뽑고 싶으면 남자가 관리자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그 업계에 여성이 많다는 것과 남자가 관리자가 되는 건 상관없단 분석이 있어요.



Q.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요. 소감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하루: 이번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 살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았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을 둘러봐도 제 상황을 둘러봐도 있던 여성 관련 문제가 많았는데 관심을 두지 못했단 생각도 들고요. 이런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서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라켈: 오랜만에 비대면이지만, 여성분들과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고요. 또 카톡방에서 반응해주신 것들 보니까 더 열심히 나대야겠다 싶어요. 이제 막 업계에 들어오시는 분들, 또 같이 여성으로 업계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능력만큼 인정받고 살아갈 수 있게끔 함께 나댔으면 좋겠습니다.


단로: 들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가 있었고, 그게 확장이 돼서 좋았어요. 일에 많이 몰두해있고, 처해진 상황에서 간과한 부분이 있었는데 스여일삶에서 이야기해 주신 분들 덕분에 많은 걸 인지했고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나댈 수 있는 부분은 나대 봐야겠다고 느꼈어요.


스텔라: 저는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인데, 사회에서 일어난 걸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게 일이에요. 제가 연구하는 게 여기 계신 분들의 현장이에요. 사회가 없으면 죽은 거라고 생각하고, 뜬구름이라 생각해요. 여태 공부한 것들에 대한 확증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사명감도 굉장히 많이 느끼게 되고, 진솔하게 경험을 나눠주신 세 분께 감사해요.


성토대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정책과 캠페인이 되려면 아카이빙이 되어야 해요. 공식적인 채널에서 논의가 될 수 있어야 하기에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은 일하는 여성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여자들은 본인이 여자들을 대표한다 생각해요. 남성들은 남성들의 안 좋은 이야기를 굉장히 빨리 나는 그렇지 않는다고 선을 긋거든요. 여성들은 나는 그런 편견을 바꾸도록 노력해야지 치환을 하는데, 남성은 선을 긋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려고 하거든요.


여성도 나쁜 여자, 게으른 여자, 일 못하는 여자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면 증후군을 말하고 싶은데, 남들이 보는 내가 진짜가 아니라 가면일 거라고 검열하죠. 언제나 내가 모든 여성들을 대표하지는 않으니까 그걸 상쇄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좀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계속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으니까요.




스여일삶의 속풀이 라디오 쇼는 9월에도 계속됩니다! 이번에는 추석 특집으로 꾸며모려고 해요.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명절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추석에 들었던 최악의 말 & 최고의 말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의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신 분들 + 청취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사전 설문지에 응답을 남겨주세요!



9월의 스여일삶 속풀이 라디오 쇼는 9월 30일 목요일 밤 9시부터, 카카오 오디오 플랫폼 '음'을 통해 진행됩니다! 실시간으로 청취자 분들과 소통을 위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운영할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럼 9월 30일에 만나요!~


'스여일삶'은 페이스북이 선정한 전 세계 100대 커뮤니티 중 하나로 대한민국 대표로 Facebook Community Leadership Program에 참여한 국내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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