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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Apr 22. 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해야 할 때

2022. 04. 22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아직 봄 날씨에 적응도 채 하지 못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다음 주만 지나면 날씨가 훅 하고 더워질 것만 같은 기세입니다. 짧디 짧은 봄이라 더더욱 아쉽기만 한데요, 구독자 님은 어떻게 이번 봄을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뉴스레터 에세이는 지난주 보내드렸던 글 “홈런을 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구독자 분들의 피드백을 먼저 소개하면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익명의 구독자 A님의 피드백은 이랬어요.


“과거형 프로이직러입니다. 프로이직러였다보니 이번 에세이에서는 불편함이 느껴져서 답장을 남겨요. 이번 이직과 홈런 에세이는 오롯이 대표님의 시선으로만 쓰여진 프로이직러에 대한 아쉬움 또는 좀 더 버텨보라는 격려인 것 같아요.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생겨 이직을 하기도 하지만 이 회사의 문화, 환경, 비전, 업무 방식 그리고 더 직설적으론 사람이 안맞아 여긴 안되겠다 싶어 다른 것을 좇아 하는 이직도 있죠.

어떨 때는 조금 더 무르익을 때까지, 프로가 될 때까지, 홈런을 칠 때까지 버티는 것도 좋은 조언이겠지만 -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친절한 대표님이라도 그 대표님의 말 한 마디, 행동하나, 비전, 방식 등이 안 맞을 수도 있어 마냥 좋은 조언이라고만 보기엔.. 편향된 시선이 짙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리고 구독자 B 님은 또 다른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5년 안에 대표도 하고 싶고 아직은 직원 신분인 사람인데 대표의 입장에서의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역시 대표 자리는 무겁네요ㅠㅠ 고충이 많으실 것 같아요.

아직은 대표보다 직원에 가까운 입장에서 보면 더 하고 싶다는 일이 있다고 더 큰 조직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대표에게  상처주지 않으려고 적당히 둘러대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큽니다..ㅎㅎ 실제로는 회사에 무언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문제가 있으니 1년 안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물론 더 좋은 곳으로 스카웃되는 경우도 있고요.

대표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힘들게 하든 시스템이 별로라고 느끼든 무언가 이유가 꼭 있습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그만두겠다는 대부분 좋게 마무리하려는 것이지요. 대표님도 신경 많이 써주셨으니 굳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미안했을 테고요. 대표님은 나름의 노력을 하시겠지만 그게 정말 직원이 원하던 것인지 본인이 마음이 편하자고 혹은 회사에 그게 이득이 되니까가 드러나게 하는 것인지도 냉철하게 점검해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맞든 안 맞든 다녀보자 생각하는건 사원들도 똑같답니다. 신세대라고 버티는 근육이 없지 않아요. 다만 더 좋은 선택지들을 두고 굳이 이 회사란 매력 없는 선택지를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것이지요. 버티는 경우보다 나가서 또 새로운 해결책을 만드는 주변 경우들도 많아서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써주신 것처럼 최선을 다해보지 않고 그냥 나가는 건 저도 비추입니다!!! 자신이 목표한 바대로 노력도 해보고 기다려도 보는 것은 정말 좋은 태도 같아요.

대표님께 직접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없으시겠지만 스여일삶이라면 두 입장 다 아셔도 좋을 것 같아서 끄적여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구독자 C 님은 이런 피드백을 남겨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스여일의 삶에 참여한지(?) 벌써 4년 가까이 된 마케터 C라고 합니다. 좋아하는 야구와 좋아하는 워렌 버핏의 이야기로 든 이번 주제는 지금의 저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면서도, 또 다시 새로운 고민거리를 받은 것 같습니다.

지금의 일터로 온 것은 제품을 보다 가까이 마케팅 할 기회와 더불어 제품 비즈니스 고도화에 간접적인 기여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커리어 욕심에 의해서-였습니다. 다시금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는 현재 타석에서 진정 홈런과 득점권 타율을 올리기 위한 스윙인 것인지 많이 고민입니다. 정말 일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인지 조금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게다가 타자로 타석에 서는 것이 아닌 투수로 전향해야하는 것도 큰 것 같습니다(물론 모든 프로가 그렇듯이 자기 포지션이 아니라서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요...ㅎㅎ). 그럼에도 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목표를 채울 때까지 버틴 것인지 다시 점검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어쨋든 일터에서는 프로니까요.”


사실 저는 지난주 에세이를 쓰면서 이런저런 반응이 올 수 있겠다는 예상을 하며 뉴스레터를 보냈습니다. A님께서 지적해주신 것처럼 ‘다분히 대표의 시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에세이에도 대표들끼리 대화하면서 특히나 공감하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리기도 하였죠. 아마 각자의 현재 위치와 상황에 따라 와닿는 부분들이 다를 거라서 누군가에게는 더 강하게 메시지가 전달되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을 것 같아요.


일단 저의 변을 좀 하자면 저도 창업을 하기 전에는 7년 동안 3개의 회사를 다닌 ‘프로이직러’ 쪽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먹고 결단을 내리는지 누구보다 잘 알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조금만 더 버텼더라면 어땠을까’, ‘이직 말고 내부에서 내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답니다. 그런 맥락과 현재 대표로서 바뀐 입장에서 ‘이직러’를 바라보다 보니 지난주 에세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저 또한 이직을 해봤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이직러들을 본 입장에서 “프로이직러를 위한 변”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번 주 에세이의 주제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해야 할 때’로 잡아보았어요. 저는, 그리고 제가 본 여러 사람들은 이럴 때 이직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 같더라고요.


첫째, 성장 가능성. 특히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죠. 그 회사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그 안에서 내 커리어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직을 하곤 해요. 그런데 회사는 여러 가지 환경에 영향을 받아 계획대로 성장하지 않거나/못하는 경우가 있고, 그게 구성원으로서 서서히, 때로는 급격히도 느껴지게 되죠. 즉, 기대했던 성장 가능성에 못 미치는 회사 상황이라면 당연히 이 회사에서 몇 달 더 있는 것이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결론이 날 수 있죠.


이건 회사 자체의 성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나의 역할/내가 이 회사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가를 바라봤을 때도 비슷해요. 그 회사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아니, 그 회사에 가게 되고 적응을 하고 한참 일을 하다가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처음에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해야만 한다고 기대했던 역할이 축소가 될 수도 있고요, 그게 중요해지지 않아 질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내 커리어의 성장 가능성이 안 보이면서 당연히 그 회사에서 일할 동력을 잃게 되죠.


스타트업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이직을 한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이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올 텐데요, 그럴 때일수록 나를 탓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회사의 상황, 내 역할을 둘러싼 변화,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왜 이러지? 뭐가 문제지? 내가 문제인가?’ 같은 굴레에 빠지기 쉽거든요. 내부에서 상황을 공유받을 수 있다면 솔직하게 소통해보거나, 제 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내 문제가 100%야’라고 결론을 짓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내상이 생길 수도 있고요, 자신감이 떨어져서 다음번 회사에서도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도 하니까요. 내 탓만 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면서 이직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겠어요.



둘째, 사람. 사실 이직을 결심하는 이유 중 90% 이상이 ‘사람’이라고 해요. 저도 물론 그랬던 적이 있고요. 근데 어떤 사람 한 명 때문에 이직을 할 생각이 들었다면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어요. 내가 이 회사에 있는 한, 그 사람이랑 계속 마주치고 일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 회사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다른 팀이 되지는 않을지 - 혹은 내가 그 사람과 일하는 게 힘들다고 이야기했을 때 회사에서 취해줄 조치는 있는지 같은 걸 면밀히 살펴봐야죠.


만약 회사도 좋고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딱 그 한 사람만 걸려서 이직을 하고 싶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아요. (그런 회사, 찾기 힘든 거 아시잖아요!)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나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닐 수도 있고, 회사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물론 한 2-3년 동안은 그 사람이랑 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분간 저 사람이 나갈 가능성보다 내가 나갈 이직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회사에서는 알면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같은 상황이라면 자연스레 내가 이직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겠지만요.


이런 상황이라면 마지막까지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한 신임을 잃지 않도록 잘 처세를 하면서 이직을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심지어는 내가 힘들어한 그 사람에게까지도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일은 일이요, 사람은 사람이다’라고 분리해서 생각하면서 ‘미워하는 마음’이 나의 일과 성과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하는 게 좋아요. (물론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란 거 저도 잘 알죠.)



마지막으로 회사나 일에 대한 나만의 기준. 나는 회사를 선택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지, 왜 그게 나에게는 중요한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그 기준에 비교해 봤을 때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만족스럽다면 왜 만족스러운지, 불만족스럽다면 왜 불만족스러운지, 나만의 기준이 확고해지는 쪽으로 선택을 해야 해요.


이직도 ‘가설 검증’인 거죠. 예를 들어 ‘나는 회사 규모는 상관없고, 자율성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나에게 일을 온전히 맡겨주고 그 결과로만 평가하는 곳이라면 OK야.’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조직에 갔다고 가정해봅시다. 막상 가서 일을 하는데 ‘자율’의 범위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라. 정말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고 내가 하나부터 백까지 다 알아서 하고 다 만들어 가야 해, 근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 이럴 수 있죠. 그러면 다음번에 이직을 할 때는 ‘회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서 내부 시스템은 잡혀 있고, 다만 자율성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가진 곳으로 가보자!’라고 할 수 있겠죠.


아직 내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계속하고 싶은지 찾아가고 있는 단계에 있다면 더더욱 이런 가설 검증을 해봐야 하죠. A라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취업을 했는데 ‘A라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역량 a, b, c.. 중에 a는 나도 갖추고 있고 그래서 A라는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b, c 역량이 매우 중요하네. 근데 b, c 역량은 이 회사에서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한다면 a, b, c 역량을 모두 키울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고요, 아니면 ‘막상 A를 해봤는데 내가 생각했던 일과 전혀 다르네, B라는 일도 끌리는데 마침 B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네?’ 하면서 이직을 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들은 회사나 일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더 뚜렷이 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게 중요하겠죠. 마치 연애를 많이 혹은 길게 해 본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아서 결혼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처럼요. 다양한 일이나 회사를 경험해보면서 나와 잘 맞는 기준을 정하고 조금씩 더 그 이상에 가까운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나가는 방향으로 이직을 하면 되는 거죠.



길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해야 할 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사실 위 세 가지 말고도 많은 이유들이 있을 수 있죠. ‘내 마음이’ 이직을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려서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연애를 할 때도 99가지가 좋았어도 1가지 마음에 안 들면 헤어지는 것처럼, 이직도 딱 1가지 이유 때문에 하게 되기도 해요.


그런데 지나치게 감정적인 이유만으로 이직을 결정하기보다는 확실한 이유가 분명 있어야 하겠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들을 최대한 해결해보려고 노력도 해봐야 나중에 진짜 후회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연인과도 ‘홧김에’ 싸우고 헤어지면 안 되잖아요. 좋아서 시작한 연애처럼, 처음에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 회사를 선택했던 것이었을 테니, 초심으로도 돌아가 보고, 제 3자의 시각으로도 한 번 보고, 먼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는 않을지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히 고민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는다면 그때도 늦지 않아요.



신혼 초에 한참 갈등이 많을 때 ‘나 결혼 잘한 거 맞나?’, ‘이 사람이 정말 내 인생의 베스트인가?’ 싶던 시절에 효리 언니가 라디오스타에서 한 말을 보며 웃어넘긴 적이 있어요. ‘그래, 그놈이 그 놈이지. 결국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중요하지. 나도 그 놈들 중 하나지. 서로 맞춰가는 거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회사도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선택들이 그나마 나랑 좀 더 잘 맞는 사람, 나랑 좀 더 잘 맞는 회사를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살면서 10번, 30번, 50번 연애를 해본 사람이 있는 것처럼, 1번, 5번, 10번 이직한 사람도 있는 거고요. 그게 나에게 더 잘 맞는 사람, 더 잘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한 시도였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틀린 게 아닌 거죠. 10번, 30번, 50번 연애를 한 것도, 1번, 5번, 10번 이직을 한 것도 다 ‘나’ 니까요.


오늘은 (전) 프로이직러로서 나를 믿고, 내 선택을 믿어주길 바라며 평소보다 긴 분량의 에세이를 써봤어요. 이번 주 뉴스레터 에세이에 대해 답장을 남기시고 싶다면 [뉴스레터 피드백] 코너에 남겨주세요. 오늘 뉴스레터처럼 답장과 함께 더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


- 어느 개그 프로에서 봤던 ’그게 나야~ 둠빠 둠빠~’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영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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