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4. 29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구독자 님, 화창한 4월의 마지막 금요일입니다! 어느새 4월도 후루룩 가버렸다니 믿기지 않네요. 구독자 님께 2022년 4월은 어떤 의미였나요? 많은 분들이 완전히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이 될 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일상 회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고 4월을 마무리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
이전에도 한 번 말씀드린 적 있지만 저는 얼마 전 임신을 해서 크고 작은 신체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잠이 굉장히 많이 쏟아져서 힘들었는데요, 한 번 유산의 경험도 있다 보니 3-4월 재택근무를 하면서 피로하다 싶으면 많이 누워있기도 했고, 그동안 해왔던 필라테스, 요가 같은 운동도 못 해서 체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진 상태예요.
몸의 변화만큼이나 두드러지는 게 또 심리적인 변화이기도 해요. 월경 전후로 호르몬에 민감한 분들 많으시죠? 임신했을 때도 호르몬 어택(?)이 심해져 기분의 업-다운이 생기더라고요. 어떨 때는 평소처럼 일하지 못하는 내 체력이 짜증 나기도 하고, 동료들한테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땅굴까지 파고 내려가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래요.
앞으로는 몸이 더 무거워질 텐데 그전까지 어떻게 이 상황에 적응을 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한정된 에너지로 일을 잘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을 해보았어요.
결국 몰입한 시간 x 퀄리티가 합쳐저 하루동안 일한 양이라고 본다면, 마치 이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오전에 3시간 x 집중도 8) + (오후에 5시간 x 집중도 9) = 24 + 45 = 69 (총점이 80점이라면 그 중에 대략 70정도 일하는 셈) 이게 가능했는데 이제는 (오전 2시간) + (오후 3시간) + (저녁 3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이 자꾸 잘게 쪼개지는 거예요. 이런데 집중도는 평소처럼 7~8이 안 되니까 전체 양으로 봤을 때도 부족하죠. 예를 들어 (오전 2시간 x 집중도 6) + (오후 3시간 x 집중도 7) + (저녁 3시간 x 집중도 5) 이렇게 일하면, 12+21+15 = 48 이니까요.
아이를 키우면서 창업한 대표님들을 인터뷰하다보면 공통적으로 ‘엄마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을 때 더 빡세게 한다'는 점을 얘기하세요. 길게 앉아 있는 대신 중간 중간 딴짓을 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쪼개어 써야 하니 그 쪼개진 시간에 훨씬 더 몰입을 한다는 거예요. 제가 위에서 계산했던 것처럼요.
이렇게 보면 일하는 여성에게 임신-출산 기간은 일하는 양과 속도가 점점 느려져 잠깐 멈춰버리는 구간일 수 있겠더라고요. 일생동안 속력 70-80으로 달려왔다면 60-50-30.. 결국엔 0이 되는..! 쓰고 보니까 더욱 철렁하네요. 창업가의 일은 대체할 수도 없기 때문에 더더욱 두려운 것도 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출산이 제 인생에서 큰 의미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리고 어쩌면 그동안 70-80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잠깐 멈출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게 멈춰봐야 70-80으로 달릴 때의 고마움을 느끼겠다 싶기도 해요. 그리고 뭐.. 또.. 어떻게든 되겠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요!
오늘은 저처럼 자의든 타의든 일하는 양이 줄어들었거나 속도가 느려졌거나 하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으시지 않을까 싶어서 이런 주제로 에세이를 써봤어요. 자동차도 장거리를 계속 빠른 속도로 달리면 엔진이 과열되고, 타이어가 마모되잖아요. 우리는 심지어 기계도 아니고 생애주기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기도 하니까요, 너무 죄책감 갖지 말고, 멈춰야할 때는 멈추고 느려질 때는 늦춰서 갔으면 좋겠어요. 그게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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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동의 2022년, 아니 30대는 왜 매년 격동기인가 싶은 지영킹 드림
이 에세이는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