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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May 06. 2022

어떻게 끊임 없이 배우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2022. 05. 06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어떻게 끊임 없이 배우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5월의 첫 뉴스레터입니다! 어제는 100번째 어린이날이었는데 어린이들과, 혹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셨나요? 오늘은 어린이와 관련된 재밌는 책 “어린이라는 세계”를 추천하며 뉴스레터 에세이를 시작해봅니다.


저는 어제 잠깐 외출을 했는데 마을버스에 초등학생 친구들 한 열 명이 우루르 탄 거예요. 조용했던 버스가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는데 문득 그 소리들이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성인이 된 이후에 초등학생들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잖아요. 직업적으로 초등학생을 계속 대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 이상.


과거에는 나 또한 그렇게 왁자지껄한 초등학생 중 하나였는데 초등학생들과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마치 그런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 무리가 생경한 것이죠. 항상 새로운 사람들, 낯선 이로부터 무언가 배우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만나는 그 ‘타인’이라는 풀 자체가 꽤 좁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걸 배울 때 중요한 자세가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learning의 태도뿐만 아니라 un-learning도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언러닝은 정확히 우리나라 말, 단어로 딱 번역되기는 어렵지만, 풀어서 설명하자면 내가 알고 있는 것에만 갇히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모든 걸 잊거나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예 새롭게 배우려는 자세를 말한데요.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종종 거론되는 단어인데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계속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성공 사례에 갇혀서 ‘이렇게 하면 잘 돼’라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과거의 성공 경험을 잊고 또 새롭게 시도해보라는 의미로 쓰이곤 하죠.


구독자 님은 배우려는 노력 말고, un-learning 해보려는 노력, 해보신  있으신가요? 이게  어려운  같기는 해요. 사실 ‘이렇게 하면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 편하기는 하잖아요.  (그렇게 꼰머가 되어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이미 경험한 일이나 배운  분명히 있는데 그걸 온전히 잊는  자체가 가능한가 싶죠.


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영상 짤 하나를 보게 되었어요. 제시의 쇼터뷰에 나온 god 박준형 씨의 이야기였는데요, 교포들이 한국말 배우기가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더라고요.



“아예 비어있는 잔을 새롭게 채우는 건 쉬운데 벌써 뭐가 채워져 있는 잔에다가 뭘 더 넣으려고 하면 넘쳐서 이도 저도 안 된다”는 거였어요. 쭌이 형은 교포들에게는 이미 ‘영어'가 빈 잔에 채워져 있는데 ‘한국어'를 거기에 더 넣으려고 하니까 섞이고 더 어렵다는 설명을 이렇게 한 거였는데요, 무언가를 배우고 또 비우는 것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이러면 어떨까요?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나 노하우를 A라고 치면, A를 다 비워내고 새로운 지식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A와 전혀 다른 B 컵을 채운다 생각해보는 거예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세분화해서 생각해보면 이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이야기한 쭌이 형처럼 언어의 영역에서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특정 분야에 한해서는 되지 않을까요?


예컨대 이런 거죠. 내가 ‘마케팅'이라는 컵을 채워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가정한다면, 그 마케팅이라는 컵은 매우 크고 언제 찰 지도 모를 정도로 막막할 수 있겠죠. 그럴 바에는 ‘컨텐츠 마케팅', ‘인스타그램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이런 식으로 작은 컵들을 막 쪼개 놓는 거예요. 그리고 그 작은 컵들에 한해서 새로운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나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그 작은 컵들을 또 완전히 비우고 새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제대로 언러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질 수 있는데요, 그때는 새로운 라벨을 붙이는 거예요. ‘2021년 컨텐츠 마케팅', ‘2022년 컨텐츠 마케팅’,.. 이런 식으로요. 같은 컨텐츠 마케팅 컵을 채우는 것 같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완전 새로운 컵을 채운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러면 조금 언러닝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꼭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다못해 누군가와 나눈 대화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k라는 사람에게도 컨텐츠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p라는 사람에게도 이야기를 들었다면 ‘k로부터 얻은 컨텐츠 마케팅 인사이트', ‘p로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각각 다른 컵에 담는 거죠.


이렇게 사람, 주제, 각 분야별로 세분화하는 등의 방식을 시도해보면 끊임없이 learning - unlearning 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쌓이면 각 컵마다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분야와 분야별로 연결하는 통섭의 작업으로 고민이 넘어가겠네요.



구독자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 누군가를 만날 때 마음을 열고 대화한다는 것, 그게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고, 나는 learning-unlearning 의식하지 않았지만 이미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배울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나 태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으신 점이 있다면 [뉴스레터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다음 주에 다른 구독자 분들께도 소개해드리고 저의 답장도 함께 보낼게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만큼이나 환한 5월의 첫 번째 주말이네요. 구독자 님 이번 주말도 건강하고 풍성한 시간 보내시기 바라며 이번 주 뉴스레터 에세이를 마칩니다.


- 내년부터는 새로운 어린이 가족과 어린이 날을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지영킹 드림




이 에세이는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tib.ee/US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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