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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Apr 15. 2022

홈런을 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

2022. 04. 15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매주 금요일 퇴근길,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아래는 뉴스레터 인트로에 보내드리는 지영킹의 에세이, 2022년 4월 15일 자 내용입니다.




구독자 님, 어느새 8번째 맞는 노랑빛 봄입니다. 가끔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은 허무하리만치 빠르게 흘러가네’ 싶을 때가 있죠. 이번 주말이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드는 주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 한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런 고민을 토로하시더라고요. “초기 팀이지만 나름 팀원 한 명 한 명의 신경도 많이 쓰고 조건도 아쉽지 않게 맞춰줬다고 생각했는데 몇 달 일 하다가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더 큰 조직에서 배우고 싶다며 떠나는 일이 계속 생기네요. 모두 다 제 부족함 때문인 거 알지만 씁쓸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회사를 운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에 관련되어 있죠. 저도 너무나도 공감하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분과 대화를 하고 난 후 다시 한번 일 잘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어쩌면 꼰대 같을 수 있고, 어쩌면 대표의 입장을 대변하는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요,


제가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 회사를 3년 - 5년은 다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아무리 회사가 마음에 안 들든, 내가 회사에 안 맞든, “일단 들어갔으면 버텨라”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죠. 그런데 어느 새부터인가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라고요. 3년은 고사하고, 2년, 1년 주기로 이직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요,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더 자유롭게 이직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앞서 대표님 이야기처럼 더 잘 맞는 일, 새로운 조직에서의 경험을 해보고 싶어 떠나고 싶다는 사람을 잡을 명분은 그 어떤 대표에게도 없겠죠. 그래도 짧은 주기로 이직을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이전에 다니던 회사도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갔던 거고, 뭔가를 기대하면서 일을 했을 텐데, 그걸 다 이루고 이직을 하는 걸까?’ 싶더라구요.


회사의 입장에서 한 명의 팀원이 나가고 들어오고 하는데에 들어가는 리소스나 에너지.. 그게 많다 적다 그런 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정말 ‘후회 없이’ 일을 하다가 이직을 하는 건가?  최소 얼마의 기간을 한 회사에서 맡은 일에 열과 성을 쏟아야만 ‘정말 그 회사에서 할 만큼 했다’ 싶은 것일지, 프로 이직러들에게는 그런 것도 중요한 요인이 아닌 건지...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러다가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켜놨던 야구 중계 속에서 해설자가 워렌버핏의 명언을 인용하는 것을 듣게 되었어요. 


“날아오는 모든 공에 스윙할 필요가 없다. 홈런이나 장타를 칠 수 있는 정말 좋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도 된다. 왜냐하면 투자에서는 스트라이크 아웃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산관리를 하고 있을 때 관중들이 스윙을 하라고 소리 지를 때, 잘 참는 것이다.”


워렌버핏은 투자를 야구에 빗댄 것이고, 야구 해설자가 이걸 인용한 것도 맥락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저는 이 명언을 듣고 ‘홈런이나 장타를 치기 위해 기다리는 자세’가 와닿았어요. 


결과로 말을 해야 하는 프로라는 사람들은 결국 홈런을 쳐본 경험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몸값이 정해질 텐데, 홈런을 칠만큼 컨디션도 올라오고 충분히 연습이 되었다 싶었을 때쯤 그라운드에서 내려가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한다면, 아마츄어도 프로도 아닌 애매한 존재처럼 남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왜 한 회사를 오래 다녀야 하죠?’라는 질문에 ‘그 회사에서, 내가 맡은 포지션에서, 홈런을 칠 때까지 충분히 시간과 공을 들이고 연습도 하고, 잘 안 되더라도 경기에 자꾸 나가고, 몇 번 타자로 경기에 서게 되든지 최선을 다해 방망이를 계속 휘둘러야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찾은 거죠. 물론 그전에 ‘구단에서 더는 기다려줄 수 없다, 그만 2군으로 내려가라’라고 한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겠지만요.


현실적으로 요즘 세상에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하고 정년퇴직을 하거나, 장인 정신으로 한 하나의 아이템을 10년-20년 갈고닦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한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목표를 채울 때까지는, 최대한 버티고 기다리면서 방망이를 휘둘러보는 게 진짜 프로의 자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구독자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버티고 기다리다가 홈런을 쳐본 경험, 혹은 대타로 나간 경기에서 홈런을 쳤던 기억 같은 것 있으세요? 그때의 기분이나,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줬던 원동력 등 이번 주 에세이에 남기고 싶은 답장이 있다면 [뉴스레터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다음 주에 다른 구독자 분들께도 소개해드리고 저 또한 답장의 답장을 남겨볼게요.


그럼 이만, 이번 주 뉴스레터 에세이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밤 하늘의 별을 보며 누군가에게도 별처럼 빛났을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보내주는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


- 벌써 2022년 4월의 중순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지영킹 드림



이 메일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tib.ee/Ah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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