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창업가 인터뷰 - 리윤바이오 이진희 & 윤정인 공동 대표
MBTI나 그와 비슷한 심리테스트를 해보면 “나의 유형과 가장 잘 맞는 친구, 가장 안 맞는 친구”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주변에 나와 성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더 많은 편인가요? 아니면 완전 성향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새로움을 더 느끼는 편인가요?
창업 팀에서는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한 팀에 있는 것이 시너지가 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출신도, 배경도, 경력이나 직무도 다 다른 사람들이 한 데 뭉쳐 일하기란 쉽지 않죠. 어떻게 하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면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요?
이번 스여일삶 워킹맘 창업가 인터뷰에서는 출신도, 성향도 완전히 다른 두 공동 창업자가 만나 만들어가는 제품과 회사에 대해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리윤바이오’의 이진희 & 윤정인 대표님을 함께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대표님들! 먼저 이 인터뷰를 읽으실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진희 대표 (이하 ‘이’)) 안녕하세요, 저는 리윤바이오에서 경영 본부를 맡고 있는 이진희 대표입니다.
윤정인 대표 (이하 ‘윤’)) 네, 반갑습니다. 저는 리윤바이오의 R&D 총괄 담당의 윤정인입니다.
Q. 리윤바이오를 처음 접하게 된 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대표적인 제품은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이) 저희는 난치성 피부 질환을 타겟으로 하는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신약 개발 회사라고 하면 ‘제약 회사’를 많이 떠올리세요. 저희가 만드는 건 제약 회사에서 임상 실험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후보 물질입니다.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에 필요한 것을 만든다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또 피부 질환은 치료를 해야 하는 시장과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두 시장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치료는 약으로 하는 것이고, 관리는 화장품으로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약이 되는 유효 성분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화장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화장품 브랜드로는 ‘포레아’가 있는데요, 이 브랜드 같은 경우는 일반 화장품이라기보다 가려움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이고요, 그러다 보니 라인이 많지는 않고 페이스 종류와 바디 로션 제품 이렇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Q. 그러면 아토피 같은 피부 질환이 있으신 분들이 ‘포레아’ 화장품을 쓰는 게 좋은가요? 어떤 점이 다른 브랜드의 화장품과 차별화되는지 궁금합니다.
이) 네, 가려움증이 있으신 분들은 일단 피부 상태가 약하기 때문에 일반 화장품을 바르는 게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어요. 포레아 같은 경우는 이런 자극은 최소한으로 줄였고, 흡수도를 높인 제품입니다. 그래서 속 보습이 잘 되는 편이고요, 그렇다 보니 꼭 가려움증이 없는 사람이어도 순한 화장품을 찾으시는 분들께는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제품을 만들었을 때가 딱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였어요. 다들 경험하였듯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환기도 잘 안 되고, 피부 트러블이 굉장히 많이 나잖아요. 그때 포레아를 쓰신 분들이 확실히 피부가 많이 진정되더라는 후기를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마치 코로나 시점에 딱 이 제품을 런칭한 것이 계획적이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사실 그런 건 아니었고요, 시기가 맞았던 것뿐입니다.
Q. 제품을 개발하시는 윤 대표님의 관점도 듣고 싶습니다. 어떤 부분에 착안을 해서 포레아를 만드셨는지 궁금해요. 같은 재료로도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잖아요.
윤) 먼저 제가 개발하는 화학 구조에 대해 설명을 드릴게요. 우리가 머리 아플 때 타이레놀을 먹잖아요. 이 타이레놀 안에서 약효가 되는 성분은 사실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화학구조예요. 저는 그런 화학구조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이런 아스피린 계열은 버드나무 껍질의 추출물로부터 제품이 개발되곤 했죠. 저도 연구를 해보니 천연물 기반에 다양한 화학 구조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구요, 저는 그중에서도 염증 완화에 좋은 구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어성초 추출물 안에 ‘퀘르시트린’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걸 기반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주제로 창업 지원 과제를 제출하고 선정이 되어서 바로 제품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죠.
Q. 이렇게 제품화를 하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신 건가요?
이) 사실 사업화하기 시작해서 생산까지는 2개월밖에 안 걸렸어요. 화장품 산업 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면 못 믿는 기간이죠. 이렇게 금방 만들 수 없거든요.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이미 윤정인 대표님이 화장품 안에 들어가야 할 성분이나 골격을 다 알고 있었고, 기존 데이터들도 있었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있었어요.
윤) 정확히 말하면 아이디어 단계에서 OEM 공장이랑 논의하는 데는 반년 정도 앞 단계에서 작업이 있었고요, 그 이후 생산까지 2개월 걸린 거예요. 앞에 6개월 동안 이 대표님이랑 식약처 가이드라인도 찾아보고, 임상 실험은 어떻게 할지 구체화도 이미 해놓은 상태였고요. “딱 자금만 있으면 바로 만들 수 있겠다!” 싶은 단계까지 진도를 많이 나갔던 케이스예요.
Q. 그런데 제품을 잘 만드는 것과 잘 파는 건 별개의 문제잖아요.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 저희가 2020년 7월에 창업을 했는데, 제가 9월에 셋째 임신을 하게 된 거예요. 사업을 시작하자고 이야기한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임신까지 했으니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을 좀 했는데, 다행히 윤 대표님이 무리하지 말자고 먼저 말을 해주더라고요.
마침 저희 둘의 큰 아이들도 7살이라 다음 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기였고, 코로나도 터져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마케팅이나 세일즈는 공격적으로 하기보다 온라인, 입소문에 주력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코로나라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기도 했죠.
그래서 스마트 스토어만 오픈을 해두었고요, 회사 사업 구조는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화장품 매출은 캐시 카우를 삼겠다”라고 마음을 먹으니 자연스레 구성원들 모두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죠. 최근에 조금 더 제품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라이브 커머스 업체와 함께 마케팅을 해보고 있어요.
중요한 건 다수의 대중들에게 많이 알리기보다는 꼭 필요한 분들께 제품이 닿아서, 그분들이 충성 고객이 되도록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까지는 재구매율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 전략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회사 이름도 ‘리윤’바이오이고, 두 분이 그만큼 특별한 마음 가짐으로 공동 창업을 하지 않으셨을까 짐작이 되는데,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이) 저희가 처음 만난 건 전 회사에서였어요. 그때는 직장 동료였죠. 그때 저는 행정 총괄이었고, 윤 대표님은 연구 소장이었는데, 경영이 악화되면서 폐업을 하게 됐어요. 그게 2020년 초반이었는데, 저희 둘 다 첫 아이들이 7살이었던 시기였어요.
아이가 8살 -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면 ‘돌봄 절벽’이라고 불리는 때가 온다고들 하거든요.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았죠. “내년에 다른 회사에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얘기를 서로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윤 대표님이 저에게 먼저 ‘같이 창업을 하자’라는 말을 했고, 저도 설득이 되어서 공동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윤) 전 회사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둘이 동지애가 생긴 것도 분명 있는데요, 함께 지내다 보니 성격은 정반대인데, 공통점이 굉장히 많았어요. 아이들의 나이대도 같았고, 좋아하는 가수도 같았고요.
또 일하는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겪은 것도 비슷했죠. 저희가 80년대 생들인데, 80년대 세대가 여성의 진학률도 높고 사회 진출도 많은데 또 직장에서 성차별을 정면으로 맞이했던 세대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연구직에서 엄마로 살면서 힘들었던 경험들이 있는데, 이 대표님은 병원 경영 쪽에서 일을 하면서 비슷한 일을 겪으셨더라고요. 그래서 더 친해졌던 것도 있어요.
사실 저는 항상 ‘언젠가는 창업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장 큰 고민은 제가 연구직 출신이라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회사를 경영할 때에도 연구 쪽으로 자꾸만 쏠리게 될까 봐 우려가 되었죠. 그래서 섣불리 창업을 못 하다가 이 대표님을 만났고, 이렇게 마음도 잘 맞는데 타이밍도 딱 맞았고 해서, “언니, 제가 서포트 열심히 할 테니까 경영 쪽을 맡아주면 안 돼요?”라고 프로포즈를 한 거죠.
그리고 왠지 저 언니면 저를 잘 잡아주겠다는 믿음도 있었어요. 제가 성향이 경주마 같은 면이 있어서, 계속 질주하거든요. 반드시 누가 저를 끌어당겨줘야 해요. 그걸 말려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게 마침 이 대표님이었던 거죠. 전에 같이 다녔던 회사가 망하기 6개월 전부터 계속 언니에게 세뇌를 했어요. 그랬더니 받아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창업하게 됐어요. (웃음)
Q. 그래도 꼬신다고 다 넘어오는 게 아닐 텐데, 이진희 대표님께서는 윤정인 대표님의 어떤 면 때문에 ‘같이 창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신 건가요?
이) 앞서 윤 대표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도 있고요, 성향도 윤 대표님은 앞으로 돌진하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돌진을 못 하는 타입이에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라서 ‘이걸 해도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그렇게 반대되는 타입이다 보니까 상호 보완이 잘 되어서 저는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가끔 공동 창업을 하면 힘들지 않냐, 다른 분야/출신의 공동창업자와 어떻게 이야기를 잘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오히려 제가 모르는 분야를 더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또 서로 대화를 통해 맞춰갈 수 있는 부분들은 맞춰가면 되니까요. 공동 창업자들 사이에 대화가 정말 잘 되느냐, 그게 된다면 저는 공동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싶어요.
윤) 서로 사용하는 언어는 아예 다르죠. 저는 흔히 말하는 완전 이공계 계열의 언어를 쓰고요, 그게 아마 이 대표님에게는 어려울 거예요. 반대로 저는 이 대표님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어요. 근데 둘이 완전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대화를 하면 잘 이해가 안 되어도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라고 오히려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어요. 같은 업종이면 오히려 서로의 경험치 때문에 더 많이 부딪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창업을 하면 대외활동도 많이 하게 되잖아요. 서로에게 이해가 될 정도의 언어로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결국 이해가 되겠더라고요. 이게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완전히 나를, 내 분야를 모르는 사람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이 되느냐, 설득이 되느냐, 그걸 둘 사이에서 맞춰보고 평소에 연습할 수 있는 거죠.
Q. 앞서서 이 대표님의 셋째 임신 시기와 ‘리윤바이오’ 창업을 한 시기가 겹쳤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임신/출산과 창업을 동시에 할 수 있었던 것도 두 분이서 함께 공동 창업을 했기 때문일까요?
이) 아무래도 그렇죠. 이전 직장이 폐업을 하던 시기와 저희 가정들 내에서도 이사나 보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가 또 겹쳤어요. 게다가 함께 창업을 하기로 마음도 먹었으니, 이렇게 될 바에는 비슷한 지역에 집을 구하자 싶었죠. 그래서 같이 부동산을 다니면서 집을 알아봤고, 옆 단지에 이웃 주민처럼 살게 됐어요. 아이들도 또래다 보니 학원도 같이 다니고, 한 사람이 바쁘면 한쪽 집에서 아이들을 케어할 수도 있고.. 일 메이트이자 육아 메이트가 된 셈이죠.
윤) 저는 원래 고향이 서울인데 대전 쪽으로 와서 결혼하고 임신/출산한 케이스예요. 그때 굉장히 우울했거든요. 혼자 아이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것 자체가요. 그래서 주변에 일 하면서 아이 같이 키우는 지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대표님이 딱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의지가 굉장히 많이 됐죠.
이 대표님 셋째 임신 소식 들었을 때도 제가 엄청 웃었거든요. “이거는 신의 계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라는..!” 이러면서요. 그럴 정도로 편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고, 실제로 같이 육아를 하면서 더 잘하게 된 것도 있어요. 혼자 창업하고 혼자 육아했으면 절대 못 했을 거예요. 남편들도 자연스레 더 많이 육아에 동참하게 되고요, 사람 수가 늘어나니 힘든 건 또 그만큼 줄어들어서 수월하기도 하죠.
Q. 찾아보니 윤정인 대표님 남편 분도 함께 리윤바이오에서 일한다고 들었어요. 진정한 육아 - 일 - 메이트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게 또 어떤 분들이 보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실제로 어떤가요?
이) 일단 가족들이 같이 일하는 것도, 일하는 사람과 함께 육아를 하는 것도 성향이 맞아야 한다는 게 전제 조건이겠죠. 사실 윤 대표님 남편 분과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먼저 한 건 저예요. 그 당시 연구 인력이 필요했었고, 검증된 사람이어야 하는데 또 손발도 맞아야 하고, 하다 보니.. 가장 적격이 배우자 분이더라고요. 처음엔 당연히 남편 분이 거절하셨고, 3개월 넘게 설득해서 모셔왔어요.
윤) 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신랑이랑 대학교 때부터 CC였고, 대학원 때도 같은 랩 출신이었고, 4-5년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봤어요. 그래서 서로 얼마나 다른 성향인지도 알거든요. 그 이유로 처음 이 대표님이 제안 주셨을 때 저도 반대를 했어요. 하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남편을 설득했죠. 출퇴근 시간은 반드시 보장해주겠다, 연차 쓸 때도 이유 안 물어보겠다, 이런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면서요.
이) 가족이랑 함께 일해보니 좋은 점도 있어요. 이런 제약 업계는 사실 시약이나 장비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양심이 더 중요해요. 기술이나 시약을 우리 회사 안에서 정직하게 개발하느냐, 외부에 유출하지 않느냐, 이런 게 정말 중요하죠. 근데 어떻게 보면 이 회사는 그런 짓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 회사가 망하면 가족들에게도 타격이 갈텐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너의 마인드로 일할 수밖에 없는 게 제 입장에서는 정말 좋죠.
Q. 가족 경영 이야기가 나와서 또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두 분이 앞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회사의 모습이 일과 육아를 같이 잘할 수 있는 기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보았어요. 이런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선 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죠. 법도 일종의 선이고요, 사람 간의 관계도 선이고요. 그런 모든 선을 잘 지키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것, 정말 당연한 얘기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까 잘 지키는 곳이 오히려 칭찬을 받게 되죠. 저는 그런 게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해요. 당연한걸 당연하게 지키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일과 육아를 같이 잘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찬가지예요. 가정이 불안하면 일터에서도 당연히 불안하고 퍼포먼스가 안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예를 들면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회사에서 눈치 보느라 갈 수가 없다, 연차를 못 낸다. 그런 상황이면 이미 일이 손에 잘 안 잡힐 텐데, 저는 그럴 바에는 챙길 거 챙기고 일하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기본이니까요.
윤) 맞아요, 긴급한 일이 생겨서 업무에 백업이 필요하면 그건 상사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고요, 혹시라도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 있더라도 당연히 그럴 수 있어야 해요. 가끔 진짜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근로자들이 부담을 가지면 안 되죠.
연구 분야 같은 경우는 포괄임금제도를 많이 해요. 연구가 끝나지 않으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회사에 나오는 게 너무 당연해서요. 그래서 3-5년 차 정도 되면 여성 분들이 못 버티고 많이 떠나죠. 그런 환경에서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연구 못 하는 사람’으로 평가되어 버리거든요.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저의 모토에요.
Q. 그럼 어떤 분들이 리윤바이오에서 일하는 게 좋을까요? 예비 지원자 / 구직자 분들께 어필을 한다면..?
윤) 공부하는 사람이요. 자기 계발 역량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표인 저만 해도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겸직에 대한 태클 없고요, 업무를 하면서 본인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면 역량을 함께 키워가는 방향으로 회사에서는 지원할 생각이에요. 그를 위해서 시간 또한 철저하게 보장해드리죠.
아이 키우면서 일하는 게 힘드셨던 양육자 분들도 격렬하게 환영합니다. 저희는 자기 삶이 평온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만들고 싶거든요.
이) 그래서 회식도 점심에만 합니다. 저녁에 만나야 할 가족은 다들 집에 있잖아요. 아무리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해도 가족은 아닐 테니, 저녁은 집에 가서 가족들과 먹고, 회사에서는 낮에,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일해요. 점심도 지원해드립니다!
Q. 혹시 지금 경력이 단절되어서 힘들어하고 있거나, 열심히 일은 하고 있지만 육아로 커리어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가 있으신가요?
윤) 창업을 하기 전,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게 된 이후에는 저 또한 항상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어요. 연구직인데 “열정적으로 연구하지 않는다”라는 모욕적인 말도 들었죠. 그 당시에는 다 제 잘못 같았어요. ‘내가 너무 부족해서 그렇구나-’ 라는 생각도 했고요. 아이는 키워야 하는데 일도 놓지 못하겠으니 시부모님이랑 합가 고민도 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제가 부족하고 나빴던 게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가 나쁜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라도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본인 잘못 아니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많은 일들을 잘하고 있어요. 우리 잘 버텨봅시다.
이) 제가 창업했을 때 임신했던 셋째가 이제 10개월이 되었어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일하기 힘들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하시죠. 근데 아이들은 알아서 자기가 잘 커요. 아이는 내 뱃속에서 나왔을 때부터 하나의 인격체로 세상을 마주하잖아요. 아이라서 도움이 조금 필요한 거지, 배우면 혼자서도 다 잘할 수 있어요.
나는 나이고, 아이는 아이잖아요. ‘엄마 없으면 안 돼!’라면서 아이와 나를 일체화하려는 마음만 조금 버리면 훨씬 수월해져요. 내가 나를 포기하는 게 모성애가 아니거든요. 일하는 자아도 나이고, 엄마의 역할을 하는 것도 나이니까. 나의 일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일하는 나도 행복하게, 가정에서도 행복한 나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윤) 얼마 전에 학교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어요. 아이가 수학을 못 한다고요. 자연스럽게 ‘내가 못 챙겨서 아이가 수학을 못 하나’ 싶은 생각이 들고, 엄마는 박사까지 했는데 아이가 수학을 못 한다니까 자존심도 상하고 그랬죠. 나 스스로도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회에서도 비슷한 시선으로 봐요. “엄마가 똑똑지 못해서. 엄마가 왜 그것도 못 챙겼냐” 같이요. 특히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더더욱 잣대가 냉정하죠.
이런 이야기는 아이 키우는 내내 듣게 되는데, 이걸 어떻게 떨쳐낼 것인가도 중요해요. 제가 ‘프로 N잡러’가 된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어요. 엄마로서 자꾸만 이런 얘기들을 듣는데, 나의 분노를 어디다 풀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구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다 보니까 오히려 새로운 일들을 하게 될 동력도 생겼던 것 같아요.
아이와 나를 일체화하지 않는다, 그것과 더불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 것인가? 어차피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걸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 나만의 방법을 꼭 찾아보세요. 그렇게 감정을 털어 내다 보면 버티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Q. 지금까지 말씀하신 게 일하는 여성으로서 나는 이렇게 버텨왔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이었다면, 반대로 주변 사람들이 일하는 여성들에게, 혹은 여성 창업가들에게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이) 대표는 대표잖아요. 한 회사를 이끄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여성’ 대표라는 선입견들을 마주할 때 더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에요.
창업 초기에 있었던 에피소드인데요, 저희 창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그때 평가 위원 중 한 분이 저희가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화장품 파는 여자 대표가 나긋나긋하지 않고 연구소 대표처럼 딱딱하시네요.” 그래서 저는 잘 보셨다고, 연구소 대표 맞다고 받아쳤어요.
창업가들끼리 있을 때도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30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말을 놓는 대표님도 있었고요. 그건 저를 한 회사의 대표자로 보는 게 아니고 ‘나이 어린 여자’로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런 시선이 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 저희가 창업을 했는데 아이도 키우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금방 그만두겠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누가 창업을 할 때 금방 그만 둘 걸 생각하고 창업을 하겠어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그리고 육아를 하는 여성 대표들은 당연히 임신 / 출산 / 육아와 관련된 사업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다 편견이죠. 엄마이기 전에, 전공도 다르고 전문 분야도 다르고 직종도 다 다르잖아요. 그런 시선이 없어져야 창업가로서 더 많은 여성들이 활동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그럼 대표님들께 힘이 되었던 한 마디가 있다면요?
이) 아이들이 가장 힘이 되죠. 일하는 엄마가 멋있다는 그 한 마디요. 그걸로 여태까지 온 것 같아요. 저희 애들은 각자의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되게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든요.
윤) 저희 아들은 밖에 나가면 ‘우리 엄마 과학자에요!’라고 말해요. 무슨 과학자인지는 몰라도, ‘엄마랑 같이 일하는 이모도 과학자에요!’ 그렇게 자랑해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버틴 것 같아요.
Q. 마무리하면서 앞으로의 목표 이야기해주세요!
이) 저희가 사업하고 있는 난치성 피부 질환은 정말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영역이에요. 옛날에 아토피가 있다고 하면 무엇이 원인인지도 몰랐고, ‘크면서 다 낫는다’ 라고만 생각했잖아요. 이제야 피부 질환의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는 상태라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할 일이 많아요. 확장성이 굉장히 큰 시장이라, 저희도 시작은 미비할지언정 앞으로 훨씬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 저희는 ‘일상생활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에요. 약에는 다양한 컨셉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항암제는 5년 더 수명을 연장하는 게 목표라면, 난치성 피부 질환 같은 경우는 일상생활을 평온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그동안 이런 피부 질환은 죽을 만큼 치명적이거나 고통이 심한 건 아니니까 관심이 낮았다면 최근에 다양한 사례가 많아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저는 그런 모든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그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 여정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요? 연애도, 결혼도, 커리어도 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면, 창업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내가 해보니 이런 점이 좋더라’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게 꼭 모두에게 정답은 아닌 거겠죠.
이번에 리윤바이오의 이진희 & 윤정인 두 대표님을 만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창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뭐가 더 낫다, 어떤 건 하면 안 된다, 말들은 많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도 다 누군가의 한정된 경험에 의해 재단된 것이겠죠. 그런 말에 갇히기보다는 좀 더 나에게 맞는, 우리의 상황에 맞는 방식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다양한 레퍼런스들이 많아진다면 또 의외의 장점들도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영영 해결되지 못할 것만 같던 문제도 어느샌가 풀려있을지 모릅니다. 스여일삶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과 삶을 꾸려나가는 스타트업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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