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6. 17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구독자 님, 벌써 6월의 중순이 지나고 있습니다. SNS에서 우연히 이런 짤을 발견하였는데 너무 공감되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저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구독자 님은 어떠신가요? 훌쩍 지나가버린 2022년 상반기를 저처럼 아쉬워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지난주 뉴스레터 에세이 [꿈의 크기 vs 꿈의 강도]에 대한 구독자 꼬리 님의 답장을 소개하며 시작해볼게요.
꼬리 님은 '공'에 꿈을 비유하며 결국 꿈에도 밀도가 중요한 게 아니겠냐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속은 단단하고 겉은 말랑한 '야구공'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이셨네요. 저는 이렇게 꼬리 님이 공에 비유를 해주시니 밀도는 결국 실력이나 내공이겠고, 겉 표면은 그 실력을 쌓아가는 전문성/영역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컨대 '스타트업 마케팅'의 영역은 공의 표면이겠고, 그 안을 채우는 것은 매일매일 쌓아가는 내공이겠죠.
그런데 결국 우리는 이렇게 '나만의 공'을 만들어서 실력 발휘를 해야 하잖아요. 그게 바로 스트라이크 존에 내 공을 잘 꽂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공을 아무리 잘 만들어놔도 혼자서 허공에 던졌다 받았다만 하면 자기만족으로 그칠 테니까요.
일잘러는 내 공의 크기나 밀도를 키우는 데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이 공이 꽂힐 스트라이크 존이 어떤 모양인지 정확히도 알고, 내가 어느 강도로 던져야 스트라이크가 되는지 신경 쓰면서 계속 볼배합을 하고, 실전에서 최대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져 타율을 계속해서 높이는 사람인 거죠.
진로를 찾는 과정은 공을 여기저기에 던져보면서 어디에 던졌을 때 내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다고 인정받는지 알게 되는 시간인 것 같고요, 그렇게 해서 한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그 회사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파악하고 거기에 내 공을 꽂으려 노력하는 시간을 쌓아나가게 되죠. 그렇게 해서 '공 좀 던진다~' 소리를 듣게 되면 다른 회사의 스트라이크 존은 어떤지 자리를 옮겨 본인의 실력을 테스트해볼 수도 있을 테고요.
결국, 삼박자가 갖춰져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공의 크기, 밀도, 그리고 그걸 어디에 던질지 방향성까지요. 이런 관점이라면 구독자 님은 어떤 공을, 어디에, 어떻게 던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지난주 에세이 마지막 줄에도 썼듯이, 스타트업 / 여성 / 커뮤니티 이 세 가지 키워드 안에서 저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고 끊임없이 공을 던지고 있는 상황 같아요. 이 스트라이크 존에 끊임없이 공을 던지는 일이 왜 힘드냐면 굳이 '애정'을 담아서 공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지키고 싶은 이 스트라이크 존은 스타트업 씬에 대한 애정, 여성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되어야 하고요, 커뮤니티라는 건 그 작동 원리 자체로 연대와 지지, 공감이라는 애정에 기반한 원칙으로만 돌아가죠. 단순히 시간을 들여 반복하다 보면 실력이 느는 스킬 셋도 아니고, 나 혼자만 애정을 갖고 있어서도 안 되고, 나 스스로에 대한 애정 또한 필요한.. 그렇게 마음을 다해야만 지킬 수 있는 스트라이크 존이거든요.
지난주 뉴스레터가 나가고 아래와 같은 피드백이 들어왔는데요, 여기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네요.
예전부터 느꼈던 건데, 여성 스타트업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임출육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라 아쉽습니다. 거의 4번 중 3번은 그런 내용이라서요. 저는 비혼 비출산주의 여성이라 그런 내용이 올 때면 거의 안 읽게 돼요. 공감도 안 가고 제가 앞으로 겪을 내용도 아니라서요. 아무래도 지영킹님이 임출육을 경험하고 있는, 경험하게 될 여성분이라서 그런 걸까요? 제 취향에 맞지 않는 뉴스레터라면 구독 해지하면 그만이지만. 혹시 저 포함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이미 해지했거나 앞으로 해지할 여성들이 있다면 그래도 한 번은 의견 전달하고 싶어 남깁니다. 굳이 비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에 대한 얘기를 다뤄달라는 것이 아닌, 임출육에 관한 내용을 조금은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최소한 한 달 중 2대 2의 비율로라도 맞춰지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이야기는 모두에게 소중하고 중요하니까요. 저는 여성이 어떻게 스타트업 업계에 진입하게 됐고, 투자는 어떻게 받았으며, 남초인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버티고 살아남고 있는지 궁금하지, 그들이 임출육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자 이 뉴스레터를 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저야 말로 누구보다 균형감 있게, 오래, 스타트업 / 여성 /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컨텐츠 구성을 할 때도, 매주 이렇게 에세이를 한 편 쓸 때도 항상 그 점을 염두하거든요.
저희 인터뷰 시리즈가 처음에는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의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이후에 워킹맘 창업가 / 4050 - X세대 창업가 / 로컬 지역의 여성 창업가 / 창업가가 아닌 여성 C레벨들의 이야기로 확장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어요. 스타트업 & 여성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연령이나 지역, 결혼이나 출산 유무와 상관없이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만약 그게 전달이 제대로 안 됐다면 저의 능력 부족이고 그를 개선하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겠지만요, 다양한 스타트업 여성들이 그들의 일과 삶이라는 맥락 안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 그리고 그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임신이나 출산을 해서 더 어렵고, 그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덜 어렵고를 부각해서 보여주려고 한 적은 없었어요. 그 조차도 여성 창업가 개개인이 가진 특성이고 컨텐츠 상에서는 가끔 그런 특성들이 강조될 수밖에 없기도 하죠. 물론 앞으로도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스타트업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릴 거고요.
뉴스레터 초반의 에세이에서는 제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최근에 임신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 전해드린 점도 있는데, 그 역시 '임신한 여성이 이렇게 힘들다'라기보다 임신한 '일하는 여성'의 측면에서 경험을 전달해드리려 노력했어요.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임신을 했든 안 했든, 육아를 하고 있든 아니든 '일하는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의견 주신 구독자 분께 충분한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혹시 오늘 에세이에서 이야기 한 '스트라이크 존'을 찾는 이야기, 혹은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대한 의견을 더 주고 싶으시다면 [뉴스레터에 답장 보내기]에 남겨주세요! 다음 주에 또 이야기를 이어 나가볼게요!
주말부터 비 예보가 또 일주일 내내 있네요. 모쪼록 6월의 중순도 알차게 마무리하시기 바라고요, 그럼 우리는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지난 5년 간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만드느라 고군분투했던 지영킹 드림
이 에세이는 매주 금요일 발송되는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