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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Jul 01. 2022

‘누군가'를 위한 사업으로 시작해 ‘모두’를 위하기까지

스여일삶 X 세대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님


스타트업이 우리의 사업 모델이나 회사를 소개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초등학생이 들어도 이해가 가도록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심사나 발표를 앞두고 업계 사람이 아닌 가족, 친척 등 전혀 배경지식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리허설을 해보는 경우도 많지요.


그렇게 연습을 하면 내가 굉장히 어렵게 설명을 하고 있었구나, 우리의 발표 자료 안에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고치는 일 또한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뉴스를 볼 때, 신문 기사를 읽을 때,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를 볼 때 ‘와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혹시 있으신가요? 만약 있으시다면 똑같은 내용을 초등학생이 듣는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초등학생에게 그 내용을 내가 설명해줘야 한다면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요? 


‘쉽게 말하기', ‘쉽게 글쓰기' 작업은 이렇게 꼭 특정 상황에서만 필요하거나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언제나 필요하죠. 그리고 그런 일을 애써서 하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님입니다. 오늘 스여일삶 X세대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백정연 대표님이 왜 easy read - 쉬운 정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Part1. 관심을 갖고 보면, 그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인터뷰를 읽으실 분들께 인사와 회사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을 운영하고 있는 백정연입니다. 창업을 하기 전에는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발달장애와 관련된 복지 기관, 서비스 제공, 정책을 만드는 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일을 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는 6년차이고요, 2017년 사회적기업육성사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Q. 이 소개를 들으니 ‘발달장애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해서 장애 유형을 15가지로 나누어요. 크게는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나뉘고요, 신체적 장애는 눈에 보이는 신체 장애, 그리고 내부 장기 등의 장애가 포함 되죠. 발달장애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유형 중에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함합니다.


사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는 특징이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필요한 사회적 보장, 서비스의 결이 굉장히 유사해요. 그래서 함께 ‘발달장애'로 묶인 것입니다. 발달장애는 약 26만명이 포함되고, 이는 전체 장애인의 10%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온 다운증후군 배우 은혜씨의 경우 발달장애인이라고 보면 되는건가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중 한 장면)


네, 다운증후군은 지적장애에 포함됩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은혜씨를 포함해 청각장애인으로 나왔던 배우 역시 실제 청각장애인 당사자에요. 우리나라 드라마에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배우로 나온 것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죠. 그동안은 비장애인 연기자가 장애를 연기했잖아요. 이 드라마를 계기로 장애인 배우들의 활동 범위가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Q. 저도 은혜씨 연기가 인상깊어서 은혜씨 인터뷰도 따로 찾아보곤 했는데요, 실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출력이 조금 느리다' 뿐이지 내가 느끼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다만 그걸 좀 느리게, 더 솔직하게 표현할 뿐인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을 ‘아이 같다'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실제로 30살인 장애인도 7살의 지적 연령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7세를 대하듯 하죠.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를 보면 은혜씨가 사람들과 함께 맥주도 마시고 밤에 같이 노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이런 걸 상상 못하는 거예요. 이걸 전문 용어로는 ‘생활 연령'이라고 하는데요, 그 사람이 7세의 지적 연령을 가지고 있다 해도 30살의 생활 연령에 맞게 대해줘야 하는 게 맞아요.



Q. 하지만 드라마 내용 중에도 나왔듯이 직접 장애인을 접해볼 일이 없었거나, 장애 당사자 친구가 없는 경우에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제가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을 쓴 거예요.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하나에요. ‘장애를 가진 사람을 특별히 대하려고 하기보다는 똑같이 처음 만난 사람이다 생각하고 먼저 물어볼 것'


20년 정도 장애인들과 일하고, 심지어는 함께 살기도 하는 저조차도 처음 본 장애인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워요. 그래서 처음에는 관찰을 해요. 상대방을 알아가는 시간을 들이는 거죠. 장애의 유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도움이 다 다르거든요. 


지하철에서 가끔 왔다갔다하는 발달장애인을 보신 적 있으시죠? 그럴 때도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바라봐주시면 돼요. 물론 너무 언행이 크다면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라고 말을 해야겠죠. 그 외에는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시기만 해도 충분해요. 



Q. 최근 몇년 간 부쩍 지하철에서 많이 보이게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어쩌면 이것도 저의 편견이겠지만 ‘장애인은 항상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다니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마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나서 그럴 수도 있어요. 우리 사회 안에서도 찾아보면 발달장애인 분들이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있거든요. 예를 들면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들이요. 예를 들어 카페를 운영할 때에도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잖아요. 이 프로세스를 쪼개고 나누다 보면 발달장애인들에게 가르쳐줄만한 업무들이 발견 돼요. 


제가 보았던 인상 깊었던 사례 중 하나는 언어적 소통은 문제 없는데 학습 능력이 낮아서 한글은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파쇄 업무를 하는 케이스였어요. 이런건 오히려 장애의 특성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측면이죠. 잘 찾아보면 이렇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장애를 강점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업무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를 만들 때에도 조금 더 깊이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Part 2. 쉬운 정보는 곧 모두를 위한 정보입니다. 


Q. 앞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표님이 주로 서비스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에 대한 이해도는 생겼어요. 그렇다면 ‘소소한소통’이라는 회사에서는 정확히 이 분들을 위해 무엇을 만드는 건가요? 


제가 창업을 하게 된 동기를 말씀 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저는 창업을 하기 직전인 2016년 겨울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왔어요. 마지막 직장에서는 보건복지부에 파견이 되어서 발달장애인법 시행 준비 일을 했는데 그 때 ‘쉬운 정보'에 대해서 알게 됐죠. 


‘쉬운 정보'라 함은, 영어로 easy read 라는 불리는 것인데요, 외국에는 2-30년 전부터 논의되고 발전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발달장애인법(2015년 11월 시행)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 정보를 쉬운 정보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생기면서 막 도입되던 시기였어요.


(백정연 대표님과 남편 분의 모습)


그리고 일하는 중간에 제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에요. 한 마디로 저도 장애 가족이 된 거죠. 그렇게 장애 가족이 되고 나서 보니 장애인과 가족의 삶이 더더욱 와닿는 거예요.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이 많고, 그게 잘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왜 아무도 ‘쉬운 정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 거지?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가 퇴사를 하고, 우연히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접하게 되고… 그러면 내가 한 번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하게 됐어요.



Q. 그러면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 분들을 위한 ‘쉬운 정보'를 만드는 곳으로 요약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쉬운 정보'라는 게 특별한가요? 정보란 원래 쉬워야 하는 게 맞잖아요. 


그쵸, 저희가 그래서 <쉬운 정보를 만드는 건 왜 안 쉽죠?>라는 책에 그런 이야기를 담았어요. 쉬운 정보 제작 가이드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법인 설립 후 4년 동안 모든 노하우를 담았어요. ‘쉬운 정보'라는 용어는 저희 회사에서 밀고 있는 말이고요, 외국에서는 easy read, accessible information 이라고 하거든요.


저희가 이야기하는 ‘쉬운 정보'라 함은 발달장애인의 눈에 보이는 모든 정보가 다 쉬워야 한다는 거예요. 읽기 쉬운 자료나 문서에 국한하지 않고, 예컨대 길거리의 가게 이름을 담은 사인물,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식당에 있는 키오스크, 각종 홈페이지 모두 쉽게 표현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쉬운 정보'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거든요. 먼저 ‘내용'이 쉬워야 하고요, 그리고 ‘형식'도 쉬워야 해요. 형식은 폰트, 크기, 색, 여백, 자간, 행간… 이런 것들이 포함 되겠죠? 형식을 쉽게 하는 건 국내외 가이드가 있어서 그걸 따라하면 가능해요. 근데 내용이 쉬운 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쉬운 정보를 만드는 게 안 쉬운' 거죠. 



Q. 그걸 여쭤보고 싶었어요. 카카오톡 이모티콘 예시를 들어주셨는데,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왜 장애인들에게 쉽지 않게 받아들여지는걸까? 한 번에 이해가 안 됐거든요.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에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것, 비유적인 것들은 어려울 수 있어요. 좀 더 직관적이어야 하죠. 캐릭터나 인물의 표정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어렵게 느껴질테고요, 말풍선이나 문구로 상황을 묘사해주는 이모티콘은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지겠죠. 


평상시에 우리가 쓰는 표현들 중에는 한자어나 개조식 표현들도 장애인들에게는 어려워요. 지난 대통령 선거 때를 생각해볼까요?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250만 호 공급' 이런 공약이 있었다고 칩시다. 수요 / 부응 / 주택 / 공급… 다 어려울 수 있죠.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집을 250만 개 더 짓겠습니다' 라는 뜻이잖아요? 이렇게 표현을 덜어내거나 풀어낼 수 있는 거죠. 



Q. 그런데 그렇게 쉬운 정보로 표현하면 장애인들에게만 쉽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쉬운 거잖아요? 굳이 발달장애인용 정보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쉽게 만드는 경우도 있고 일반인용과 발달장애인용을 따로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발달장애인용 안에서도 중증 장애인과 경증 장애인들이 필요한 수준이 달라서 이걸 또 나눌 수도 있죠. 



말씀하신 것처럼 쉽게 정보를 만들면 모두에게 도움이 돼요. 유니버셜 디자인인 거죠. 그래서 저희가 이번 2022 지방 선거 때 ‘우리 동네를 부탁해'라는 교육 자료를 만든 거예요. ‘지방자치'란 뭔지, 지방선거에서 뽑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약은 어떻게 보는 건지도 담았고요, 지방선거에 자주 나오는 단어 100개를 뽑아 9개 분야로 나눠서 풀어써서 책자로 배포했죠.


실제로 이걸 보고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연락이 와서 이 교재로 아이에게 선거 개념을 설명해줬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어요. 그리고 ‘우리 동네를 부탁해' 자료는 어르신들께도 배포했죠. 어르신들 중에는 저학력자도 있고, 또 인지 능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바뀌거나 새롭게 추가되는 개념들은 모르실 수도 있잖아요. 그런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요. 



Q. 그런데 굳이 어려운 말을 쓰고 어렵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걸까요? 쉬우면 가벼운 거라고 인식하는 것 같기도 해요. 텍스트나 인쇄물을 쉽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는데, 사진이나 영상 같은 유형은 또 다를텐데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영상의 경우는 처음 주제를 잡을 때부터 쉬운 정보인가 염두할 필요도 있고요, 그걸 편집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도 중요하죠. 저희는 영상을 만들 때 발달장애인 분들이 직접 출연하는 방식을 써요. 당사자가 경험한 걸 당사자가 봄으로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편집을 할 때는 속도를 조금 느리게 하거나 자막을 크게 하거나, 색깔을 잘 쓰는 것도 신경 쓰죠.


영상에서 나오는 모든 표현을 다 쉽게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일부는 일상 생활에서 쓰는 표현 그대로 살리는 경우들도 있어요. 왜냐면 이런 표현들은 학습 측면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전문 용어나 명사는 그대로 표기하고 대신 어떤 뜻인지 설명을 더해요. 



Q. 그렇게 만든 영상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요새 영상물로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장애인 분들도 그런가요? 


네, 저희 영상도 유튜브에 다 올려놨어요. 사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라는 곳에서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을 만들어두기도 했는데요, 장애인 분들에게는 이런 플랫폼을 찾아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요. 실제로 비장애인 분들처럼 유튜브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Part 3.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 


Q.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동안 해왔던 일들 중 대표님께 개인적으로 의미 있거나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창업가 분들을 많이 만나는데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가치를 쫓느냐 돈을 버는 게 우선이냐를 두고 질문을 하더라고요. 이 두 가지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는데요, 저 또한 처음부터 그렇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깨닫게 된 거예요.


(다양한 작업을 해온 ‘소소한소통’ 팀원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코로나19가 막 심해지기 시작했을 때 대구에서 했던 일이 하나 있어요. 2020년 2월, 대구의 한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코로나19가 퍼졌을 때 대구에 있는 파트너 기관 한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코로나19가 심해지니 후원을 많이 받게 되었는데 마스크, 소독제, 체온계 이런 건 충분한 상황이고, 1,000만원 정도 예산으로 발달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해 쉽게 알려주는 책자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하신 거죠. 


저희도 어떻게 하면 코로나19를 발달장애인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던 터라 반가웠어요. ‘소소한소통’의 재능 기부로 하되, 1,000만원은 책자 인쇄하시는 데 쓰시면 어떻겠냐고 해서 코로나19에 관한 책자를 만들게 되었죠. 4만부 정도 제작을 했고, 대구에 있는 발달장애인 1만명에게 배포하고, 나머지는 어린이나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나눠드렸어요. 그걸 보고 보건복지부에서도 연락이 와서 조금 더 큰 규모의 사업까지 이어지게 되었고요. 


또 하나는 ‘배달의민족' 어플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던 케이스인데요, 많은 분들이 배민에서 돈을 받아서 저희가 이걸 만든 줄 아세요.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배달의민족 어플 사용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가족, 실무자 세 주체 사이에 공통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는 컨텐츠가 그것이었기 때문이에요. 


코로나19가 심해졌을 때 특히나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먹을 수도 없고, 비장애인들은 배달을 어플로 쉽게쉽게 주문하는데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이 또한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배달 어플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달의민족 사용법을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기획된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사실 이 일은 배민에서 직접 해야지 저희가 할 일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중간에 배민에 컨택 포인트를 찾아내 직접 협업을 제안하게 되었어요. 배민에서는 인쇄비를 내주셨고요. 


두 사례 모두 실제 발달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저희가 먼저 찾고, 만들다보니 비즈니스적으로도 도움이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어요. 사실 어느 조직이나 돈을 벌어야 유지가 되잖아요. 그게 우선 되어야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죠. 그런 게 얽혀있는 프로젝트들이라 소개하고 싶었어요. 



Q. 하지만 여전히 ‘좋은 일 하는데 왜 돈을 내야해?’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희는 공공기관과 협력하다보니 그런 일이 자주 있어요. 예를 들어 A 기관의 의뢰로 어떤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그 작업물을 A 기관이 B 기관에 그냥 써도 된다고 하는 거죠. 그래서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면 ‘A 기관이 된다는데 왜 그러냐, 돈 벌려고 하는 거냐' 는 식으로 말을 해요. 그러면 힘 빠지기는 하죠.


이런 일이 잦다보니 올해 파트너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었어요. 협업을 하게 되면 단계별로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어떤 리소스가 투입 되는지, 그걸 직원들이 일일히 설명하고 설득하지 않아도 되도록요. 그리고 최대한 솔직하게 말씀 드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운영이 되어야지 이 일도 할 수 있다라는 걸요. 또한 요구하는 비용이 정당한 보상이라는 점을요. 


내부적으로도 가격 테이블을 정하고 기준을 잡아두었어요. 그러면 설득이 수월하더라고요. 물론 고객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협상을 할 때도 있지만요.


 

Q.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사람을 상대해야 할 일도 있을텐데요, 예를 들면 정부 지원 사업 평가를 받을 때도 심사위원들이 모두 우리 비즈니스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그걸 가장 크게 느꼈던 게 한 발표 자리에서 ‘발달장애인이 글을 읽을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어요. 그 분은 정말 몰라서 질문한 거였는데요, 그 때 발달장애라는 것을 잘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예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분들과 일할 때는 이 정도까지 어렵지는 않죠. 



Q.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의미 있는 사업이고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 않다는 게 느껴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이 계속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가족 중에 발달장애인이 있어서 이 사업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 많이 들었어요. 그런 건 아닌데 저는 사회복지사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잖아요. 그 중 동기부여가 가장 잘 되는 게 발달장애인들을 만날 때였어요. 발달장애인들과 있으면 아무런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고 편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있는 제 자신을 사랑하는 거죠.


그리고 다양한 경로로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들이 실제로 발달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는데 그럴 때 감사하고 이 일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삼게 되어요. 팀원들과도 수시로 그런 피드백은 공유하고 함께 으쌰으쌰 하죠.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뭐가 있으세요?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워요. 5년 뒤- 10년 뒤까지는 잘 모르겠고, 궁극적으로는 쉬운 정보가 지금보다는 더 대중화 / 일상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지금은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정보가 복지 기관이나 교육 중심으로 소비되는데요, 사실 발달장애인들도 영화 보고, 쇼핑하고, 식당이나 병원을 가고.. 우리랑 똑같이 생활하거든요. 그러면 영리 기업들이 변해야 이들에게도 실제 변화가 와닿겠죠. 큰 기업들이 직접 움직이고 나서준다면 저희가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변할 거라 생각해요.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이건 나밖에 못해'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제는 팀원들도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은 조직/기업들이 쉬운 정보에 관심을 갖는다면 저보다 더 잘하는 사례들이 나오겠죠!



Q. 앞서 이야기 나왔던 것처럼 사실 ‘쉬운 정보'란 모두를 위한 정보, 즉, 유니버셜 디자인인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이 인터뷰를 보는 비장애인 분들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야기 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요?


저희가 최근에 ‘어려운 말 쉬운 말'이라는 사이트 ( http://sosoeasyword.com/ )를 만들었어요. 일상 생활 속의 어려운 말을 취합하고 풀어보는 컨텐츠인데요, 2019년부터 아카이브를 쌓아 왔어요. 그 과정에서 한 작은 사회적기업이 ‘발달장애인의 삶'을 바꾼다는 건 굉장히 힘들고 오래 걸리는 일이니,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사이트를 만드는 걸로 이어졌거든요. 


조금만 의식해보면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어려운 표현들을 많이 쓰고 있는지 느끼게 돼요. 그런 것들에 대해 관심 갖고 함께 공감하고 노력해보면 좋겠어요. 장애인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어린이, 외국인, 어르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살다 보면 그게 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소소한소통으로 시작했지만, 모두를 위한 의미 있는 소통들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백정연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타인을 위하는 일'은 곧 '나를 위하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습니다. 누구나 그가 될 수 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타인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떤 방식으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되는 것 같아요.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꿈꾸며, 더 좋은 사회를 바라며 사업을 하는 여성 창업가 분들은 잘 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 시간이기도 했어요. 좋은 일을 하며 돈도 많이 버는, 여성 창업가 분들을 응원하며 이번 인터뷰를 마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스여일삶 김지영 & 강민경

사진: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님 제공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
 
- 홈페이지: https://startupwom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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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전용 웹: https://beavervalle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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