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lunch 북클럽 Story 편 3월의 책, 이야기 자본의 힘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Boolunch 책 모임이 있다. 3개월 동안 매달 지정된 1권의 책을 읽고 토요일에 모여서 토론을 하는데, 이번에 'Story'와 관련된 책을 읽는 세션에 신청을 했다. 3월~5월까지 스토리에 관련된 책 3권을 읽게 될텐데 첫 번째 책은 <이야기 자본의 힘> 이라는 책이다.
이야기 자본의 힘이라는 책은 특이하게 중국인이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중국인이 쓴 책을 읽은 게 거의 처음...? 인 것 같아서, 이것 자체도 신선했다. 심지어 '이야기 자본'에 관한 책이라, 더 신기했다! 간단한 책리뷰 하자면 아래와 같다.
+ 한줄 평: 잘 지은 이야기 하나, 열 전략 안 부럽다!
+ 인상 깊은 구절: 좋은 마케팅은 바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사람이든 브랜드든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은 한 가지 내로라할 만한 기술과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뜻이고, 이는 곧 성공의 발판이 된다." - p. 19
"좋은 마케팅은 바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좋은 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으며, 듣는 이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주는 이야기가 바로 좋은 이야기다." - p. 24
"자신만의 이야기가 없는 기업은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아주 작은 이야기라도 좋다. 거기에 당신이 적절하게 양념을 가미하면 훌륭한 이야기로 재탄생할 수 있다. 그럼 작은 이야기는 더 이상 단순하고 작은 이야기가 아닌, 영향력 있는 자본으로 변모한다." - p. 39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결정된다." -p. 78
"자신이 이야기하기보다는 듣는 이들의 생각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그들의 이해를 이야기 속에 잘 반영해야 결과적으로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청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즉, 최고의 이야기 자본이란 자신의 야기를 전달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 때 축적된다." - p. 93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일종의 공부이자 기술이다. 스토리텔링의 최고 경지는 비단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최고봉에는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행위가 존재한다." -p. 97
"오늘날 기업의 이야기 자산은 말 그대로 무형 자산일 뿐 아니라, 실제 물질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이 이 스토리텔링을 홍보의 핵심으로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업의 스토리텔링은 단발성으로 끝나면 안 되며, 이를 장기적이고 연속적인 과정으로 활용하면서 전달 경로를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유기적으로 조합-보완해야 한다." -p. 180
"기업이 브랜드 스토리를 좀 더 차별화하고 싶다면 확고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가능한 한 목표를 한곳으로 집중시켜서 사람들과 교감을 쌓아나가야 한다. 기업이 이야기를 홍보하는 이유를 단순히 소비자와의 소통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 이야기를 전파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p. 250
"소비자의 충동은 브랜드 스토리에 기회를 준다.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짧은 시간 동안에 바로 소비자를 철저히 설득해서 당신의 이야기와 브랜드에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 즉, 그들을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 p. 268
+ 감상평:
짐작컨대, 이야기 자본을 찾는 일은 조직이 작을 수록 더 수월할 것 같다.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제품이나 기능 하나 하나 존재의 이유 등은 규모가 작아야 관찰하기가 쉬우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작은 조직, 이제 막 시작한 회사에서는 이야기 자본을 찾을 여력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조직일수록 중요한 문제들이 널리고 깔렸을테니 말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홍보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분의 세미나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그 분은 홍보를 "회사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 말했다. 이야기꾼들이 하는 일은 사소해보인다. 지금 당장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훗날 그 이야기들이 모여 회사의, 브랜드의 "역사"가 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야기 자본이야 말로 작은 것을 꾸준히 모아야 큰 힘이 된다. 그래서 회사의 대표, 구성원 모두가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언제든 이야기를 나눌 자세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안에 있는 이야기꾼은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이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실마리를 얻었다. 이야기 거리가 많은 환경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술술 쏟아낼 줄 아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나의 이야기로 따봉도 받고 연봉도 받고,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꾼을 환대해주는 회사, 대표님, 직원들이 있는 곳은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을까? ㅎㅎ
+ 사례:
기업, 브랜드의 이야기 자본을 축적하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임직원 모두가 이야기꾼'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임직원들이 말하기도, 글쓰기도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야겠지만 그보다 이전에 '덕업일치'된 일을 하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화장품 회사의 임직원들이 대부분 코덕(코스메틱 덕후)이라, 본인이 최근 쓴 화장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사의 화장품과 타사의 화장품을 비교하는 글을 쓰고, 화장품 컨텐츠를 본 후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러면 그게 그 회사의 이야기 자본이 되어서 역사처럼 남겠지.
최근 본 사례 중에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의 예시로 '퍼블리'를 꼽고 싶다. 퍼블리는 우리나라에서 힘들다는 '텍스트형 컨텐츠'의 퀄리티를 높여 상품으로 판매하는 서비스다. 그런데 퍼블리의 임직원을 보면 퍼블리의 컨텐츠를 좋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원래 컨텐츠 덕후인 사람들이라는 게 느껴진다.
퍼블리 임직원들은 매주 그들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공유가 아니라 뉴스레터의 이름으로 기록해둔다. (https://us11.campaign-archive.com/home/?u=8e469b932eaa730d3a89bc869&id=f64c75daf2)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기획한 컨텐츠를 소개하기도 하고, 홍보하고 싶은 컨텐츠를 알리기도 한다.
이미 그들의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구나'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추천하는 컨텐츠라면, 퍼블리라면 믿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컨텐츠를 잘 알고 컨텐츠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실제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만드는 컨텐츠인데 그 컨텐츠가 나쁠리가 없다, 라는 신뢰감을 준다.
컨텐츠 덕후들이 컨텐츠 서비스를 만드니, 저절로 이야기꾼이 될 수 밖에 없지. 심지어 '텍스트형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얼마나 많은 텍스트를 읽고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써봤겠어. 한 마디로 임직원 모두가 이야기꾼인 셈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억지로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레 그럴 수 밖에 없는 거다.
그런데 사실 다른 영역에서 덕업일치를 하고 이야기꾼까지 되려면 '여유'라는 게 어느 정도 필요하다. 내 일, 내 생각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서 보고, 성찰하고, 글로 쓰려면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니까. 그러므로 덕업일치된 자발적 이야기꾼이 더더욱 소중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으므로.
여기까지 오면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자발적 이야기꾼인가? 지금 아니더라도 앞으로 그럴 수 있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