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영킹 Nov 12. 2018

페이스북의 첫 질문,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 참가 후기 1탄


나는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이라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운영을 하고 있다. (현재 진행 형)



스여일삶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시니어 여성 선배를 만나기가 힘들었고, 계속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데 '기혼 여성'의 입장에서는 녹록치 않은 근무 환경이 몸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맞닿아 있는 문제 의식 때문에 커뮤니티를 시작한 것이었다.



일단 모이면, 내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



스여일삶을 처음 시작할 땐 내가 직접 알거나 페이스북 친구 중에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 위주로 커뮤니티 멤버가 구성되었고, 온라인에서만 만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점심을 같이 먹는 브런치 행사를 꾸준히 했다.


브런치 모임에는 매번 15명 내외의 멤버들이 모였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처음 모임에 나오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특히 나처럼 기혼 여성일 경우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또 금새 깔깔 웃기도 하면서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스여일삶'의 대표로 외부에 강의를 가거나 발표를 하게 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렇게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게 되는 기회가 오면 마다하지 않던 이유는 하나였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창업가'는 일부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일반 팀원들은 많은 고생을 하는 상황에도 어디에서도 주목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감히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전세계 115명의 커뮤니티 리더들을 만나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에서 본 신기한 구름 이불


그렇게 꾸준히 커뮤니티를 꾸려가다 보니, 운이 좋게도 다양한 기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이었다.


지난 번에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얼떨떨한 마음을 담은 글을 정리하기도 했는데, 지금부터는 그 후속편이다.


미국 도착 30분 전!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앞으로는 줄여서 FCLP로 쓰겠다.) 이 무엇인지, 왜 하는 건지,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 나는 거기서 무엇을 느꼈는지 등등을 하나 하나 정리할 예정이다.


다행히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매일 매일 무엇을 느꼈는지 기록해놓고, 사진과 영상도 듬뿍 찍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보며 최대한 기억을 살려보도록 하겠다!  


개인 기사가 픽업해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일단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 송구스러운 대접을 받았다. 개인 기사가 나와 모든 걸 케어해주고, 링컨 밴을 타고 호텔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FCLP 기간 동안 묵었던 호텔은 Double tree by Hilton으로,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서는 꽤 떨어진 곳에 있는 곳이었다. 호텔 자체도 크고 방도 넓어서 쾌적하게 편하게 머무르기 좋았다. 심지어 바로 길 맞은 편에는 스타벅스도 있어서 미국 도착하자마자 스벅에 갔다는 후문 (...)



짐을 풀고 베트남에서 여성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Hoai를 만나 산책도 하고 저녁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다. Hoai도 여성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려는 목표로 Wecreate I Vietnam 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다.


Wecreate I Vietnam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여성들에게 멘토나 코칭 네트워킹을 제공해주고, 비즈니스 빌딩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교육해주며, 코워킹 스페이스와 인큐베이팅, 네트워크를 위한 이벤트 등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긴 하루를 보내고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나눠 줄 선물을 포장하며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 공식 일정 첫 날, 당신의 Identity는 무엇입니까?



FCLP 공식 일정 첫 날은 늦은 오후부터 시작 되었다. 나는 전 날 미국에 도착했지만, 첫 날 오전에 도착한 커뮤니티 리더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잡혀있는 것 같았다.


FCLP 참가자를 위한 선물 세트!



인앤아웃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호텔 방에 FCLP 참가자들을 위한 초대장과 선물이 놓여있었다. 에코백 + 양말 + 다이어리 + 펜 + 돼지코 (?) 세트였다! 기분 좋게 에코백을 메고 출발했다!



FCLP 공식 첫 일정 시작!



3시쯤 모여 버스를 타고 페이스북 본사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넓은 이벤트 홀이었다. 스탠딩 파티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네트워킹을 시작했다.



총 100명의 커뮤니티 리더들과 15명의 청소년 커뮤니티 리더가 전 세계 46개국에서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브라질, 이집트, 싱가폴, 태국, 미국, 인도 등에서 온 리더들과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었다.


브라질에서 온 가브리엘과 태국에서 온 차차이와 함께!


특히 뉴질랜드에서 여성 청소년들이 더 많이 이공계 공부를 하도록 응원하고,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는 Girl Boss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고등학생 친구와 오래 이야기했는데 정말 인상 깊었다. 영국 왕실에서 초대도 받고 꽤 영향력 있는 친구였다. 그녀는 걸보스의 보스다운 포스가 느껴졌다. 나는 고등학교 때 뭐했지..?



나의 아이덴티티를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이는 시간



그런 다음 첫 액티비티로 한 것은 '나의 Identity'를 써보는 것이었다. 분홍색 포스트잇 1장, 노란색 포스트잇 3장, 파란색 포스트잇 5장을 나누어주고, 가장 중요한 내 아이덴티티 순서대로 분홍색 > 노란색 > 파란색에 써보라는 거였다.



나는 분홍색 포스트잇에 Woman을 적고, 개인적인 역할들 - Wife, daughter - 도 썼지만 사회적인 역할들 - 커뮤니티 빌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 - 등도 썼다.


포스트잇을 다 쓴 다음 맨 앞에 벽에 모두가 붙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쓴 아이덴티티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들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이 때까지만 해도 도대체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왜 이런 것을 물어보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딱히 아무런 결론 없이 행사가 끝났다. '여러분은 이런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계시군요! 너무 멋집니다!' 끝! 이런 느낌?ㅋㅋㅋㅋㅋ



FCLP 시작하며, 인스타그램 운영 총괄 Marne Levine이 축사를 해주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리더십 프로그램 공식 일정 첫 날 느낀 점, 네트워킹 파티! 힘들고 어렵다!

이렇게 전세계 친구들이 생길 줄 알았으면 더 영어 공부 열심히 할걸...


첫 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아 네트워킹 파티 정말 힘들다' 였닼ㅋㅋㅋ...


한국은 파티 문화도 없을 뿐더러 나는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쭈굴..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나는 의외로(?) 낯선 사람과 처음 말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누군가 다가와주면 아주 환영하는 편인데.. 먼저 다가가기는 어렵다 ㅠ


상대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서로에게 좋을지 미리 생각하고 대화를 해야되는 것 아닌가? 하는 강박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FCLP 같은 말 그대로 '네트워킹만을 위한' 곳에서는 꼭 그렇게 대화를 심각하게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웃는게 웃는게 아닌 지영킹을 찾아보세요...



또한, 무모한 자신감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통역사도 없이 갔는데, 자기소개나 내가 하는 일, 커뮤니티에 대한 내용은 영어로 좀 더 연습을 많이 해갈껄 - 싶었다.


사실 거의 외워가긴 했는데 막상 사람들이랑 이야기 해보니 다른 시나리오도 많고 즉흥적으로 대화해야 하는 상황도 많았다. 영어 준비를 더 빡세게 하지 않은 건 정말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FCLP 둘 째날부터는 더 본격적인 것들이 진행됐다.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계속해서 '왜 내가 여길 가는거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왜 하필 나를, 왜 하필 우리 커뮤니티를?'하는 물음표를 계속 품고 갔었는데,


하루 하루 지나다 보니 페이스북의 큰 그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고, 전세계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커뮤니티 리더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자세한 얘기는 다음 편에 또 정리해보는 걸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공을 쏘았을 뿐인데 페이스북 본사까지 가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