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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Sep 03. 2019

투자자 앞에서 피칭하고 나서 느낀 점 세 가지



지난 8월은 참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었다. 그리고 꾸역꾸역 그 일들을 해나가면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이나마 나 스스로가 성장했을 거라고 믿어보고 싶다.


8월에 했던 새로운 경험 중 하나는 창업 스쿨 수업을 들었던 크립톤 36에서 피칭을 한 것이다. 대중이나 대학생 분들, 아니면 나의 이야기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을 청중으로 두고 강연이나 발표를 해본 적은 있어도, 현업에서 투자자로 일하시는 분들 앞에서의 발표는 처음이라 꽤나 긴장했었다.


피칭한지는 일주일 정도 되었지만, 기억을 되짚어 느낀점 세 가지 정도를 정리해두고 싶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자리를 준비할 때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교훈들이다.



투자자 앞에서 피칭하고 나서 느낀점

하나, 청중의 배경을 상상하고 발표 내용을 준비할 걸


이번 피칭의 주된 청중은 '투자자' 또는 '투자 심사역'이었다. 물론 피칭을 들으러 온 참관인도 많았고, 크립톤 36의 동기들도 서로의 발표를 지켜보았지만-


'투자자'라는 청중은 일반 대중이나 대학생과는 다르다. 발표하는 자리 역시 '데모데이'로 창업 스쿨을 마치면서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발표하고 심사받는 곳이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나의 발표를 듣는 사람이 궁금한 것은 내가 어떤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를 위해 지금까지 얼마만큼 노력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만약 투자를 받게 된다면 그 돈은 어떻게 쓸 것인지 등이다. 


한 마디로 투자자 앞에서 하는 피칭에서 돋보여야 할 것은 '내 사업 아이템'인 것이다. 여기에 핵심 기술이 있다면 그를 강조해야 할 것이고, 주요 성과가 있다면 그것을 눈에 띄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가 '흥미로운 아이템이네' 혹은 '투자를 검토해볼 만한 팀이군' 하는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번에 투자자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회사의 어떤 심사역이 오는지 최대한 파악해보려고 노력할 것 같다. 그래서 그 회사가 주로 투자하는 카테고리가 있는지, 최근 투자 심사역이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미리 알아보고 발표 내용 구성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꼭 어필하고 싶은 상황이라면 나의 사업 아이템을 1page로 요악한 핸드아웃이나 샘플을 제작해서 직접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실제로 투자 심사역들이 주의 깊게 보지 않더라도 준비된 창업자라는 좋은 인상을 남기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투자자 앞에서 피칭하고 나서 느낀점

둘, 왜 나의 사업이 중요한 것인지 Real Why를 잘 담을걸



두 번째 느낀점은 데모데이 발표 중 반복적으로 나왔던 질문과 관련된 내용이다. 창업자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나의 사업 아이템이 세상에 꼭 필요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줄 것이다, 믿고 사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초에 내가 이 사업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출발점으로부터 이게 진짜 필요한 것인가? 문제 정의가 제대로 내려졌나?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이 아이템을 선정한 것이 맞는가? 소비자들/타겟 고객은 이걸 정말로 원하는가?를 끊임없이 파고들어 이러한 내용을 발표에 잘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강남 지역에 평일 낮 시간대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라는 문제 상황을 보고 누군가는 교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누군가는 공유 킥보드를 만들어 해당 구역에 배포해서 문제 상황을 해결해보겠다고 도전을 한다.


이를 투자자에게 설득한다고 가정해 보면, 위와 같은 문제 상황이 왜 문제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려고 하는 사업이 타당하다 혹은 전망이 있다는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는 발표를 듣고도 '그게 왜 문제 상황이라는 거죠?' 라던가, '그걸 굳이 말씀하신 아이템으로 해결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이렇게 명확하게 Real Why를 정의하고 투자자에게 설득하려면 평소에 많은 고민과 생각 정리가 필요하다. 갑자기 '데모데이 몇 월 며칠까지 준비해주세요.' 한다고 해서 뚝딱 답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크립톤 36 같은 창업 스쿨을 듣거나 '스여일삶'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창업가나 스타트업 사람들끼리 모임을 자주 가지면 도움이 된다. (← 깨알 홍보 주의^^)



투자자 앞에서 피칭하고 나서 느낀점

셋, 결국 '나'와 '팀'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두 번째 Real Why가 잘 정의되어 있는 경우에는 결국 창업가나 그와 함께하고 있는 팀 구성을 보고 설득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창업'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면서까지 그 문제를 절실하게 해결하고 싶어 하는 창업가,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길래, 어떤 백그라운드와 경험, 근거를 가졌길래 그런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또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팀원들을 모았는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나 기술은 무엇인지가 그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피칭을 준비하면서 많은 자료를 보았는데 맨 마지막에는 항상 '팀원 소개' 파트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굉장히 의례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창업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가에게는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줄 어벤저스 팀원들이 필요하다. 


제 3자의 시선에서, 특히 돈을 투자해 그 기업이 잘 되길 바라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부분은 그냥 '개발자가 몇 명 있고요, 디자이너도 있고요, 마케터도 있어요-'소개하는 자료가 아니다. 


어떤 팀원과 함께하느냐는 앞으로 그 창업가가 그리고 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느냐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채용하여 팀원으로 함께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다음번 피칭 때 팀 소개 장표를 작성해야 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떤 팀원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이력이나 프로젝트 내용, 성과 등을 간략하게라도 보여주는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투자 심사역이라면 의도를 읽어주리라 믿으며..! 





크립톤 36 창업 스쿨을 듣고 데모 데이를 준비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를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명확하게 정리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이 과정을 무사히 수료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스윅 (SWIK) 소개 글을 마지막으로 붙이며 이 글을 마친다. 



스윅 (SWIK)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와 컨텐츠를 만드는 스윅 (SWIK) 입니다.  

우리는 2017년 11월 페이스북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으로 출발해, 더 많은 스타트업 여성들을 연결하고 힘을 북돋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창업가 3명 중 1명이 여성이 되는 그 날을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젠더 감수성을 더할 수 있는 기업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합니다.

스윅이 만들고 있는 커뮤니티와 컨텐츠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 스여일삶 페이스북 그룹: http://bit.ly/SWIK_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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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매거진: http://bit.ly/스여일삶_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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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데 스윅이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종 협업/문의 사항은 hello@startupwomen.co.kr 로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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