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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l 03. 2019

쑥과 딜: 익숙함과 새로움

[Mindfuln Eating | 마음챙김 먹기]

익숙함과 새로움에서 호기심으로



감자 샐러드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빵 사이에 넣어 샌드위치로 해 먹으면 더 맛있다. 치즈나 잼, 또는 머스타드 소스를 추가해서 먹는 샌드위치는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보리빵 말고 쑥 보리빵(일명 '쑥쑥이')이 있었다. 오리지널 보리빵은 구수한 향이 나는 반면 쑥쑥이는 쑥향이 더 진하게 올라온다.

쑥쑥이를 접시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뚜껑을 덮어 따뜻하게 데운다. 반으로 자른 다음, 각각 다시 수평으로 조금 칼집을 넣어 반달 주머니 모양으로 만든다. 그리고 감자 샐러드를 듬뿍 넣어 준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항상 설렘과 호기심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음식 자체에 매몰되다 보면 정작 '내가 지금 얼마나 배고픈지', '이 음식을 얼마만큼 먹으면 배가 부를지'를 놓치기 쉽다. '우선 먹고 보자!'라는 생각조차도 못할 정도로 음식을 냅다 입으로 가져간다. 쑥쑥이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멈췄다.

- '지금 내가 얼마만큼 배고프지? 배고픔 척도에서 약간 배고픔인 것 같다. 먹기 좋을 때야'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었다.

- '쑥쑥이는 따뜻하고 감자 샐러드는 차가워'


샌드위치를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뭔가 익숙함과 새로움이 섞이며 지금 느껴지는 맛이 더 궁금해졌다.

- '뭐지 이게?', '특이하네'


한국적인 쑥과 서양적인 딜. 둘의 만남은 익숙한 듯 새롭고, 새로운 듯 익숙하다.



쑥은 매우 한국적이다. 쑥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국사람이라면 쑥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쑥을 넣은 송편, 절편, 봄에 잠깐 먹는 쑥버무리, 쑥국, 쑥차 등 쑥이 들어간 음식은 언제나 우리의 식탁 어디엔가 있다. 쑥의 쌉싸레한 향은 탄수화물과 만나면 달큼해지고, 열기를 받으면 쓴 맛은 가라앉고 구수한 맛이 올라온다. 쑥은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의 맛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에게 쑥은 익숙함이다.


외국인이 나에게 쑥이 뭐냐고 물어보면, 한국의 전통 허브라고 말할 것이다. 그에 반해 딜은 대표적인 서양 허브다. 딜의 향은 아주 특이하다. 식재료로 쓰이는 허브는 보통 시원한 느낌을 주거나(민트, 로즈마리, 타임, 고수), 약간 매콤한 향(이탈리안 파슬리, 바질)이 나는데 딜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먹을 때는 쌉쌀함이 조금 느껴지지만, 나는 딜 향을 맡을 때마다 생크림 같이 부드럽고 싱그러운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 그 부드러움이 아주 매력적이다. 딜이 들어간 요리를 처음 먹었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내 머릿속에 맛을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딜의 맛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과 유사한 맛이 난다'와 같이 그 맛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딜은 완전한 새로움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나에게 딜이란 새로움이다.



종종 익숙함이란 편하고 좋은 반면 새로움은 낯설고 피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함과 새로움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긴다. 익숙한 듯 낯설고, 새로운데 편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다음 한 입에는 어떤 맛이 날지, 어떤 향이 날지 궁금해지고 자연스럽게 먹는 중에 호기심이 나를 감싸게 된다.


호기심은 마음챙김을 대하는 핵심적인 태도다. 식사 직전에 눈 앞에 놓인 음식을 보면 흥분과 들뜸이 느껴질 것이다. '오!'라는 감탄사 하나가 호기심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그 '오!'라는 감탄사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마음챙김 식사에 더 다가갈 수 있다. 식사 도중의 호기심은 놓치기 쉽다. 맛을 꼼꼼하게 느끼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맛이나 향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마음챙김 식사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식사 중에 내 입 안에 느껴지는 촉감과 맛, 나의 모든 감각으로 느껴지 것을 관찰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그 마음, 호기심은 마음챙김 그 자체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은 지금 이 순간 내 입안의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마음챙김 요리와 식사를 실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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