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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Aug 24. 2019

허밍버드 케이크: 당근 케이크 친구

[Mindful Cooking | 마음챙김 요리]

다른 재료, 다른 단맛, 하지만 비슷한 친구



당근 케이크를 처음 만들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당근을 좋아하지 않던 나로서 당근 케이크라고 이름을 들었을 때 약간 충격을 받았다. Food for Thought 요리책에서 당근 케이크 레시피를 처음 봤는데, 이름도 놀라웠지만 버터가 들어가지 않고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요즘에야 무염버터를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 7-8년 전만 해도 무염버터라는 재료는 홈베이킹 입문자에게 꽤 큰(?) 진입 장벽이었다. 버터 대신 기름으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카페나 디저트 전문점에서 당근 케이크를 쉽게 맛볼 수 있고, 특히나 제주도의 특산품인 '구좌 당근'을 통해서 당근 케이크가 우리 입맛에 맞게 대중화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꽤 오랫동안 구독하는 영국의 베이커 Cupcake Jemma의 유튜브를 보다가 'Humming bird Cake' 레시피 영상을 보게 되었다(개인적으로 2016년 여름에 런던 소호에 있는 Jemmma의 베이커리인 Crumbs&Dollies에서 먹었던 컵케익은 진짜 맛있었다.).

Humming bird Cake? 허밍버드 케이크? 사실 이름만 들었을 땐 이게 무슨 케이크인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만드는 영상을 보니 밀가루, 설탕, 계란 그리고 기름이 기본 베이스인 케이크다. 당근케이크 베이스와 똑같았다. 대신 허밍버드 케이크에는 강판에 간 당근 대신 으깬 바나나와 간 파인애플이 들어간다. 당근 케이크는 영국 친구, 허밍버드 케이크는 자메이칸 친구인 셈이다(*허밍버드 케이크는 자메이카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 Wikipedia). 영국 친구는 당근이 축축하고 컴컴한 흙속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키워 단맛을 속에 품고 있듯, 약간 내성적이고 차갑지만 안에는 깊은 단맛이 있는 친구다. 반면 자메이칸 친구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노랗게 찬 바나나, 새콤달콤한 과즙을 품은 파인애플이 함께 섞인 외향적인 친구다. 활력 있는 만큼 발산하는 단맛이 있는 친구다. 


허밍버드 케이크.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달콤함과 피칸의 향긋함이 잘 어울린다. 버터크림치즈 프로스팅이 풍미를 더해준다.


반죽에 파인애플 간 것과 으깬 바나나를 넣고 피칸으로 식감과 고소함을 주었다. 그리고 버터와 크림치즈를 섞은 크림으로 프로스팅을 해주고 피칸으로 장식했다. 맛은 생각보다 많이 달았다. 아무래도 외국 케이크 레시피는 내 입맛에는 많이 달다. 다음에는 설탕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촉촉함을 조절해야겠다. 케이크라기에는 식감이 많이 무거웠다. 



가끔 나의 친한 친구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본다. 사고방식, 가치관, 성격, 취향, 살아온 환경과 같이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해본다. 그러다 '왜 내가 그 친구랑 이렇게 잘 지내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친해졌지?', '나는 그 친구에게, 그 친구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로 질문하며 친구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나의 사고방식, 가치관, 성격, 취향이 내가 바라보는 친구들에게서 보인다. 단맛의 재료는 달라도 우리는 서로 베이스가 같은 케이크다. 



나에게도 허밍버드 케이크처럼 진한 달콤함이 있을지 모른다.  


그전에, 오늘 허밍버드 케이크 같은 친구에게 안부를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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