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ful Cooking | 마음챙김 요리]
두부 마요네즈를 한 분량 만들면 꽤 양이 된다. 맨날 샐러리를 찍어먹을 순 없으니 두부 마요네즈로 무엇을 만들까?
집에 있는 재료를 보니 감자, 적양파가 있다. 그리고 냉장고 서랍 한편에 딜(Dill)이 있다. 각이 나온다. 감자 샐러드!
냉장고 보면 뭘 만들지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한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감자 3개는 껍질을 까서 소금을 넣은 물에 끓여 준다. 그리고 적양파 4등분하고 작은 큐브로 썰어준다. 적양파 자체가 많이 맵지 않지만 톡 쏘는 맛을 가라 앉혀 주고 싶다. 찬 물에 5분 정도 담가 두고 물기를 제거해서 준비한다. 딜 두 줄기는 잎사귀 부분을 칼로 잘게 다져준다.
보울에 감자와 양파 다진 것, 딜을 넣고 두부 마요네즈를 세 큰 술 정도 푹푹 넣는다. 서로 잘 어우러질 때까지 섞어준다. 아무래도 이번 두부 마요네즈가 좀 뻑뻑한 것 같다. 플레인 요거다를 넣어 부드럽게 해 주니 촉촉함은 물론 서로 더 어우러진 것이 느껴진다.
적양파를 썰다가 문뜩 생각이 났다. 양파가 풍년이라 값이 폭락했다는 것. 그래서 농부들이 우울하고 심지어 양파를 다 폐기해 버릴 수 있다는 것. 농부에게 풍년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과잉 공급은 농부에게 좋은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맛있고 예쁜 이 양파는 농부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올까?
며칠 전 백종원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만능 양파 볶음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 영상이 특이했던 점은, 영상 제작의 배경이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보다도 양파 농가를 응원한다는 점이다. 마음챙김 요리를 하다 보면, 재료나 요리 과정 자체에 더 초점을 두게 된다. 감자가 포슬포슬해지고 으깨질 때 질감, 딜을 썰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 재료들이 같이 어우러져 새로운 요리가 나타날 때 느껴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번에 적양파를 썰때는 이 양파를 키운 농부가 떠올랐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양파는 농부의 노동과 자연의 행운이 합작하여 탄생한 것일 터이다.
마음챙김은 궁극적으로 나와 현재 나를 둘러싼 모든 것 과의 연결됨(connectedness), 공유됨(sharedness)을 알아차리는 것에 있다. 백종원 씨가 양파 농가를 응원하는 마음과 내가 양파를 썰며 양파 풍년을 생각한 것은, 이 양파 한 개에서 '내 마음'을 넘어 '농부의 마음'에 도달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감자 샐러드 한 입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다.
*마음챙김 요리와 먹기를 실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