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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n 27. 2019

커피 두부 머핀 with 아몬드 크로캉

[Mindful Cooking | 마음챙김 요리]

온도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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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두부머핀을 만들때 마다 레시피 노트에 리뷰와 개선점을 남긴다.

지난번 바나나 크렌베리 두부 머핀(바나나 크렌베리 두부 머핀 레시피)을 만든 후 리뷰를 살펴보니, 촉촉함이 부족하다는 메모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커피 머핀을 만들때는 촉촉함을 주기 위해서 기름은 70g으로 증량했다. 또 하나 리뷰는 바로 머핀의 질감이 균일하지 않다는  이었다. 오직 베이킹 파우더만 팽창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루반죽을 잘 섞어야 하는데, 지난번에 덜 섞였던것 같다.  어느 부분은 비어있고, 어느 부분은 뭉쳐있다면 전반적인 식감이 떨어진다. 이번에는 가루 섞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커피가 들어가는 머핀이니 당연히 에스프레소나 커피액체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아메리카노 인스턴트 커피 가루가 들어간다. 당황스러웠지만 안내에 따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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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순서는 동일하다. 가루류를 잘 섞고, 두부는 물기를 빼 주고 액체류는 블랜더에 곱게 간다. 10-15회 정도 원 모양으로 섞어주고, 20-25회정도는 세로 방향으로 자르듯 섞어준다. 중간 중간 전반적으로 반죽을 뒤집어준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넣고 3-4회정도 살짝 섞어준다. 반죽이 보울에서 잘 떨어지면 된다. 이번에도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9개. 한 스쿱씩 풀 때마다 커피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반죽이 커피로 물들지 않아도, 커피 가루 하나 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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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아몬드 크로캉을 만들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배워온 아몬드 크로캉을 처음 만들어 보았다. 아니지, 사실 한번 만들었다가 대실패를 했다...이번에도 딱히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살짝 묽은 카라멜을 만들고 로스팅한 아몬드를 섞어준 다음, 이 아몬드 카라멜을 오븐 시트에 담고, 170도 오븐에 5분 간격으로 넣고 저으면서 스카치 캔디 색이 날 때 까지 로스팅?해주는 것이다. 근데 시간이 지날 수록 카라멜 덩어리랑 버터 기름이 분리가 되면서 섞이질 않는다.. 아몬드 엿이 되는것을 막기 위해 우선 중단을 하고 아몬드를 식힌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장식하였다. 위험한 녀석이다. 실제로 남은 아몬드는 그 다음날 다 없어졌다.  


아몬드 크로캉을 올린 커피 두부 머핀. 피스타치오의 연두빛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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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머핀이 마음에 드는 것은 색깔이 잘 나왔기 때문이다. 색깔이 잘 나왔다는 것은 오븐의 온도가 잘 맞았다는 뜻이다. 노릇한 색깔. 카페 라떼보다 조금 진한 색깔. 너무 익으면 건조해지고 덜 익으면 맛이 나지 않는다. 집에서 쓰는 가정용 오븐은 항상 온도 맞추기가 어렵다. 180도로 예열해도 오븐 안에 넣은 온도계를 보면 150도로 되어있다. 그런데 지난번에 오븐 온도계를 기준삼아 예열하고 베이킹했다가 홀랑 태워먹은 적이 있다. 뭘 믿어야할 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이번 머핀은 딱 원하는 모양과 색깔이 나왔다. 레시피 노트를 보니 200도에서 예열했고 그 온도로 구웠다고 적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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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크로캉을 알려주신 파티시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아몬드 크로캉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븐을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해야한다. 선생님이 주의사항을 알려주시고 (오븐을 열면 열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기준 온도보다 높게 예열 해야한다) 약간의 정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170도를 어떻게 항상 유지하냐고 투정 반 질문 반으로 물어보았다. 

    "베이킹은 이거 오븐 온도 맞추는 일 계속 할 수 있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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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내 질문에 대한 답변도 아니었고, 저 말을 한 파티시에 선생님도 가볍게 말한 것이었지만, 요즘 따라 저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좋은 레시피, 뛰어난 기술을 가지는 것 이전에 내가 숙달해야 하는 것은 오븐 온도를 맞추는 일이다. 좋은 오븐을 쓰면 온도를 맞추기 쉽겠지만 그럼에도 기계도, 측정 온도계도 완벽하지 않다. 오븐 문을 열었을 때 빠져나오는 열기를 내가 막을 수 없다. 다시 열기가 차오를 때 까지의 시간은 나에게도, 오븐에 들어간 머핀한테도 서로 다른 온도며 다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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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를 맞추는 일에 능숙해진다는 것은 단순히 내가 원하는 온도에 잘 도달한다는 것 뿐 아니라 나와 머핀, 그리고 시간 사이의 관계를 잘 맞춰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막 연 오븐의 뜨거운 열기마냥 나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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