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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Jun 27. 2019

Mindful Cooking이란

[Mindful Cooking | 마음챙김 요리]

Mindful Cooking, 마음챙김하는 요리란 무엇인가?




마음챙김의 본질은 자각(自覺; 알아차림; Awareness)다. 현재 내가 보는 것,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 나의 시간, 공간, 모습, 생각, 마음속 일어나는 일들 어떤 것이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챙김하는 요리란 요리를 할 때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오랫동안 관찰하고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살짝, 부드럽게, 깃털로 만지듯 그 순간의 감각을 확인(noting)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본 내용은 Headspace 명상 애플리케이션의 'Cooking' 명상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나눔 명조체로 쓴 부분은 마음챙김하는 요리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쓰였으며, 마음챙김이 지닌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위해 경어체를 사용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스크램블 에그를 만드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메뉴 중 하나다. 재료는 올리브유, 계란 2개, 소금과 후추. 맛있는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려면 고무 스패츌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프라이팬서 싹싹 다 긁어낼 수 있다. 



해보자.


요리를 할 때는 순서와 단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친숙한 요리를 할 때, 순서나 단계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곤 합니다. 결과물에만 집중하며 내가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어떤 작업을 했고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음챙김하는 요리는 결과물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물론 과정 하나하나가 결과물이 될 수 있지만, 마음챙김하는 요리의 태도/마음가짐은 그 순간의 감각을 일깨우고 자각하는 것에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낸다. 


이 계란은 무슨 계란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막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는 없습니다. 계란의 모양이 어떤지, 색깔이 어떤지, 계란 두 개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이 서로 같은지 또는 다른지. 이 계란을 어디서 샀는지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빨리 억지로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음 오늘 계란은 모양이 좀 길쭉하네, 얘는 색이 좀 허옇네, 이 달걀은 집 앞에 우리농 가게에서 산 방사 유정란이었던 것 같아.' 이런 잠깐의 확인(noting)이면 충분합니다. 




계란을 오목한 그릇에 푼다.


계란을 깰 때 어디에 계란을 탁 치는지 생각해보셨나요? 조리대일 수도 있고, 그릇 모서리일 수도 있겠지요. 어느 정도의 힘으로 깨나요? 저는 보통 조리대 모서리에 약간 힘을 주어 한번에 탁 쳐냅니다. 그 순간의 소리나 손의 감각을 느껴보세요. 너무 세게 치면 계란 껍데기며 액체가 손에 범벅이 돼서 골치 아파지겠지요. 너무 약하게 치는 날도 있겠지요. 

계란이 그릇에 담겨있습니다. 노른자의 색깔이나 흰자의 모양, 점도도 봐 보세요. 그 어느 계란도 같지 않으니, 서로를 한번 번갈아 봐 보세요. 노른자의 색깔이 아주 진하고 모양이 볼록하다면 신선한 노른자입니다. 풀어버리기 아깝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 건강함이 이미 여러분의 마음에 들어와 있을 것이니 그 건강함도 확인해보세요. 

저는 노른자 옆에 붙어있는 하얀 알끈을 제거합니다. 나무젓가락으로 알끈을 잡아 올릴 때 손의 움직임과 젓가락과 알끈이 잡히는 그 지점, 그걸 하는 나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젓가락으로 계란 노른자를 몇 번 툭툭 쳐서 풀어줍니다. 처음에는 노른자가 흰자랑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젓가락 휘핑을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한번 마음속으로 세어 보세요. 언제쯤 다 섞일까? 호기심은 그 순간에 머무는 중요한 자세입니다. 풀어질 때 젓가락에 느껴지는 물컹함과 흐르는 느낌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에 소금을 조금 넣고 다시 소금이 계란물에 골고루 섞일 때까지 휘핑해 봅시다. 저는 가는소금을 써서 금방 물에 녹지만, 굵은소금을 쓴다면 소금이 계란물과 합쳐질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십시오. 조급하게 하면 나중에 강렬한 짠맛이 조금 불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너무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 그저 굵은소금이 잘 녹도록 기다리는 현재에 머무는 게 더 좋겠습니다.




가스불을 켜고 프라이팬을 달군 후 기름을 두룬다.


처음에는 강한 불로 프라이팬을 달궈 주는 게 좋습니다. 가스 레버를 살짝 누르고 왼쪽으로 돌립니다. 딱 딱 딱 딱 딱 소리가 나고 손을 놓으면 불이 붙습니다. 가스불 켜는 과정과 그 느낌을 막상 글로 기술하려니 쉽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너무 일상적인 것이라 우리 몸과 마음이 자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손가락과 뇌는 얼마만큼의 힘으로, 언제까지, 딱딱딱딱 소리가 몇 번 울리면 손을 놓아야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 순간을 자각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가스불을 켤 때, 몇 초라도 좋으니 한번 그 과정을 느껴봅시다. 

우리가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달궈졌다'라는 것을 어떻게 아나요? 손을 프라이팬 위 부근에 대어 보면 압니다. 손의 느낌은 그것을 압니다. 글로 쓰면 '약간 뜨겁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내 손이 뜨겁기 때문에 뜨겁다는 것은 당연한데, 저도 요리하는 순간에 그걸 알아차린 적은 없습니다. 마음챙김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지속적이고 반복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기름을 두릅니다. 기름을 얼마나 쓰시나요? 계량으로 하면 한 1tsp, 5-7g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기름통은 잘 나와서 그냥 쭉 누르면 눈대중으로 원하는 양을 아주 잘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올리브유를 쓰는데 올리브유는 향이 납니다. 불에 달궈진 올리브유 냄새를 맡아봅니다. 풋풋한 풀냄새, 흙냄새, 싱그러운 냄새가 납니다. 아쉽게도 제가 쓰는 프라이팬은 검정색으로 코팅이 되어 있어서 올리브유의 그 노랑, 금빛, 연두색을 잘 볼 수 없지만 약간 초록색이 보입니다.




계란물을 프라이팬에 넣고 고무 스패츌라로 계란물을 저으며 익혀준다. 이때 가스불을 약불로 바꾼다.


불이 잘 달궈졌다면, 계란물이 프라이팬에 닿을 때, 살짝 경쾌한 '취르르르르'하는 소리가 납니다. 계란물이 프라이팬 전체를 덮으면 살짝 경쾌한 '취르르르르'소리는 볼륨을 낮춥니다. 이제부터 약간 손이 바빠집니다. 우선, 가스불을 약불로 내려줍니다. 가스불이 강불일 때는 그 모습이 '우와아아!'하지만, 약불에는 '오오오'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고무 스패츌라로 계란물에 작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저어줍니다. 시계방향으로 계속 작은 원을 그리며  계란물이 고무 스패츌라의 움직임에 따라서 함께 움직이는 것을 봅니다. 1초씩 변할 때마다 계란물은 이제 형체를 찾아갑니다. 얼마나 빨리 휘젓는지에 따라 스크램블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빨리 휘저으면 더 텍스쳐가 생깁니다. 그 변화를 확인해 봅니다. 중간중간 프라이팬 벽면에 얇게 붙어서 타들어가는 계란물이 없도록 전체에 잘 어우러지도록 합니다. 계란을 한쪽으로 모아서 이제 따뜻해지고 모양을 잡아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저는 부드러움과 씹히는 식감을 주기 위해 계란물의 70% 정도가 익으면 불을 끕니다. 70%가 익었다는 정도는 바깥 부분은 액체감이 전혀 없고 안쪽, 그리고 윗부분은 덜 익은 계란물이 있습니다. 불을 끄고 30초 정도 내버려 둡니다. 이 30초 사이의 시각적 변화를 느끼는 것은 솔직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30초 뜸 들이는 시간은 분명히 계란물이 자리를 잡고 단단해지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 동안 프라이팬 주변에 풍겨오는 냄새, 잠잠해져 가는 온도를 느껴봅시다. 올리브유 냄새와 계란의 고소함이 섞인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따뜻한 온기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접시에 조심스럽게 담고 후추를 뿌려 완성한다.


프라이팬에서 접시를 옮길 때 약간의 힘과 손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그냥 마구 접시에 담는 것이 아니라 윗부분이 촉촉한 상태로 접시에 담기 위해서는 오른손으로는 프라이팬 손잡이를 잡고 기울어야 하며 동시에 왼손에 들린 고무 스패츌라로 이 계란 덩어리가 접시에 잘 안착하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고무 스패츌라, 계란, 프라이팬 모서리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합니다. 급한 마음은, 즉 계란을 당장 이 접시에 담겠다는 결과 중심 생각은 내 손의 협응을 방해할 뿐입니다. 프라이팬 기울기를 조정하는 오른손과 고무 스패츌라를 든 왼손, 그리고 계란 덩어리의 무게와 위치를 봅니다. 오른손을 더 돌리면 계란이 우왁 미끄러져 내려오기 때문에 왼손의 고무 스패츌라가 진정시켜서 계란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담는 과정에 주목해 보세요. 오른손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계란의 이동 변화, 왼손의 움직임과 계란이 접시로 이동하는 그 느낌. 그것이 마음챙김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접시에 담긴 스크램블에 후추를 뿌립니다. 후추가 갈리면서 후추의 맵싹하고 향긋한 향이 올라옵니다. 따뜻한 스크램블 에그 위에 후추도 따뜻해집니다. 








마음챙김 요리는 요리하는 과정과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스크램블 에그가 완성되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챙김이라는 것 자체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런 마음챙김하며 요리하는 것도 절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 다음번에는, 계란 하나를 풀더라도 그 느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 1초, 2초의 순간이 바로 마음챙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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