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funlness | 마음챙김]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업데이트하다 문뜩 구글 지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업데이트가 끝나고 지도를 눌렀습니다. 평소에는 다른 지도 어플을 쓰기 때문에 구글 지도는 참 오랜만에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도를 켜면 파란색 동그라미 아이콘이 내 현 위치를 보여줍니다. 그 주변으로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집 앞 도로와 건너편 아파트 단지가 단순한 선과 면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줌 아웃을 하면서 서울이 보이고, 한반도 지도가 보입니다.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태평양 건너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집 모양 아이콘이 눈에 띄었습니다. 점점 그 집으로 확대해 들어가 보니, 미국에 있을 때 살던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항공뷰도 보고, 로드뷰도 보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엔 줌 아웃을 하니 LA, 시애틀, 시카고 등 제가 다닌 여행의 흔적이 별이 담긴 주황색 아이콘과 함께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여 대서양을 건너니 런던과 에딘버러에 표시해 둔 별들을 보았습니다. 지도를 천천히 움직이며 런던에서 에딘버러까지 제가 탄 기차가 지나갔던 역과 길을 구경하면서 구글 지도 여행을 했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른쪽 하단의 버튼을 잘못 눌러 현 위치를 알려주는 화살표 버튼을 눌러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영국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앗!’하는 외침과 동시에 화면 속에는 아파트 위에 파란색 동그라미만 보입니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여러 감정이 듭니다. 여행이 끝나는 아쉬움, 현실로 돌아가기 싫은 마음, 그래도 제일 편한 내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안도감. 그런데 그런 감정이 들기도 전에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매정하게 현 위치로 내동댕이 쳐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임을 강력하게 느꼈습니다. ‘다 지난 일이야. 너는 여기 있어’라고 파란 동그라미가 빛을 내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끄고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지금, 현재가 더 명료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진을 보정할 때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주는 것 마냥 과거와 현재의 대조가 도드라졌습니다. '앗' 하는 놀람은 가라앉았고 후회나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제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담담하게 현재로, 현 위치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