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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Sep 20. 2019

뭉게구름에서 양털구름으로

[Mindfulness | 마음챙김] 

과정 속 변함을 알아차리는 일

 

요 며칠 햇볕은 따갑지만 가을의 선선함과 차가움이 느껴집니다. 미세먼지도 없이 푸른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용산가족공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7월 초에 다녀오고 거의 두 달만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그때 경험을 '명상하기엔 너무 좋은 날씨'라는 글로 남겼고, 지금 날씨도 명상하기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공원에 갔습니다.


9월 중순, 평일 낮 용산 가족공원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푸른 잔디, 까치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짹짹거림, 약간 축축한 나무 냄새, 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산책을 하며 주변의 소리와 바람의 촉감을 즐기고, 잠시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좋은 느낌을 사진에 담고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양털구름이 있는 9월의 용산 가족공원


이전에 왔을 때와 같은 벤치에 앉았고, 그때와 비슷한 온도와 습도, 바람이었지만, 결코 같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구름이 바뀌어 있었지요. 양털구름이 이제 가을이라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여름에 둥둥 떠 있던 뭉게구름은 사라지고 높은 하늘에 얇고 성글성글하게 층층진 양털구름이 왠지 모를 '변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변화를 느끼기에 2개월은 긴 시간이 아닙니다. 2개월 만에 뭔가 이루어 냈다고 결정짓기엔 아직 성급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변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높고 충분한 에너지를 쏟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7월의 제 자신과 9월의 제 삶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집에 있고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매일 명상을 했고, 5권의 책을 읽었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고, 많은 요리를 했고,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이 당장 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을 해보면서 작은 변화를 느꼈을 때, 지금 제 자신을 알아차리기 쉬웠습니다. 뭉게구름에서 양털구름으로 변하는 것은 그저 자연의 원리에 따라 반복되는 일이지만, 반복 안에서 끊임없는 변화가 있기에 다음 과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정의 중심에는 그 누구도 아닌 제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흔히 계절의 변화를 인간의 삶에 비유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 열정적으로 움직이며 나아가는 여름, 뜨거움이 식으며 결실이 무르익는 가을,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으로 끝맺는 겨울. 춥고 인내하는 시간이 지나 다시 봄이 시작되고 계절은 반복됩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과정이 지루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가 있고 움직임이 있습니다. 변화를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천천히,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가는 현재 제가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른 마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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