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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Oct 02. 2019

짜장이 안녕

[Mindfulness | 마음챙김]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내다


  짜장이는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 살던 고양이입니다. 첫 만남은 2018년 여름이 끝날 때였습니다. 4개월 정도 된 캣초딩이었고, 제가 본 그 어떤 고양이보다 예쁜 호박색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몸에 리본이 달려 있어 가출한 고양인 줄 알았는데, 학교 근처에 살며 외출하는 고양이였습니다. 외출냥이다 보니 실내에 들어가는데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학교 건물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으니 학생들에게 특별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장난감으로 놀아줄 때 아주 열정적으로 놀았습니다. 통통거리며 달려오는 짜장이, 여전사처럼 뛰어오르는 짜장이의 점프,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짜장이의 집요함에 짜장이와 놀 때는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짜장이를 놀아주는게 아니라 짜장이가 저를 놀아준다는 게 더 정확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짜장이가 오늘도 자기 자리에 있을까 라는 설렘으로 학교에 갔고, 짜장이랑 함께 노는 일이 지친 대학원 일상을 잊게 해 주었습니다.



  짜장이는 누구보다 자기주장이 강했습니다. 자기 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았죠. 눈을 반짝이며 야옹야옹 울면 그 누가 짜장이의 요구를 안 들어줄 수 있을까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는 표현을 잘했습니다. 특히 신경질이 나면 '으르르릉' 소리를 내며 아주 싫은 티를 냈지요. 냥냥 펀치도 과감히 날리기도 했습니다. 짜장이보다 1개월 정도 어린 고양이 꼬미를 괴롭히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투닥투닥 거리며 둘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되었지요. 어찌나 겁이 없는지 다른 고양이들과 마주치는 일은 다반사였고, 한 번은 자기보다 큰 수컷 고양이한테 쫓겨 나무에서 벌벌 떠는 모습도 본 적 있습니다. 그래도 짜장이는 모험을 즐기는 용감한 고양이였습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 겨울이 지나 2019년 봄이 되었을 때, 짜장이는 어린 엄마가 되었습니다. 짜장이 만큼 귀여운 새끼 3마리를 데리고 학교에 나타났을 때는 감동이었습니다. 짜장이의 냥아치 성격과 달리 엄마 고양이 짜장이는 누구보다 새끼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밥도 새끼들을 먼저 먹게 하고, 장난감도 양보하더군요. 새끼들 키우느라 힘들 텐데 짜장이 눈에서 새끼들을 향한 사랑이 보였습니다.



  그런 짜장이가 9월 29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보통 층격적인 일을 겪을 때 '믿을 수 없다.'라는 상투어를 쓰는데, 어떤 느낌인지를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날은 짜장이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충격 외에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도 짜장이는 그저 학교 다른 곳을 돌아다니느라 원래 자리에 없을 뿐이지 어디선가 놀다가 밥 먹으러, 새끼들이랑 놀러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일째 되던 날, 학교 고양이 돌봄 동아리원들이 짜장이의 장례 사진을 올리니 그제야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구나. 떠났구나. 

   짜장이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 긴 만큼 상실감도 컸습니다. 짜장이는 저에게 행복만 안겨주고 급하게 가버렸습니다. 학교에 짜장이를 추모하는 공간에 다녀왔습니다. 짜장이는 사랑을 많이 받은 행복한 고양이였을 것입니다.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장난감과 간식 그리고 사랑이 짜장이 곁에 있었습니다.

  이별은 고통스럽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은 상실감은 우울하게 만듭니다. 한 동안 아픔과 슬픔이 온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보통은 아픔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 고통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감정에 머무르는 것은 지배당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능동적인 태도입니다. 얼마나 깊고, 길진 모르지만 슬프고 힘든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지나면, 짜장이와 함께 했던 좋은 시간이 생각나고, 행복함이 찾아옵니다. 짜장이에 대한 고마움과 짜장이가 하늘에서 행복할 수 있길 기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함께 놀았던 수풀 속, 나무 앞, 데크 위에서 짜장이를 기억하고, 떠나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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