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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몽드 Oct 07. 2019

콥샐러드

[파란 뚜껑 글래드락 도시락 한 끼]

가볍고 든든하게


  요리를 하기 전 또는 밥을 먹기 전에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뭘 만들지?', '뭘 먹지?'라는 질문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무엇'을 설정하는 일은 단순히 특정 음식에 대한 생각이 아닙니다. 무엇 이전에 '왜' 그 음식을 만들고 싶고, 먹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 만의 답변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경우 '그냥 내가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지만, 조금 더 섬세하게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스 커피보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그냥 따뜻한 게 마시고 싶어서'이라는 말 대신 '날씨가 추워져서 내 몸이 따뜻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섬세한 작업은 '의도'를 확실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의도를 명확히 하면 요리하는 시간, 먹는 순간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의도를 생각하지 않게 되면 그저 대충 요리하고, 대충 허기짐을 채울 뿐입니다. 매 순간 의도를 파악할 순 없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하게 하지 않을수록 음식을 둘러싼 시간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그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죠. 평생 음식을 만들고 먹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꽤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도 있습니다.


  제가 콥 샐러드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전날 저녁에 고기를 많이 먹었기 때문입니다. 상큼하고 가벼운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떤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이 부족하면 아메리카노 대신 달콤한 바닐라 라떼가 끌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 전날 고기를 많이 먹었더니 비타민과 섬유질이 부족했습니다. 신선하고 상큼한 맛, 고기가 가진 무거움을 덜어내 줄 가벼움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채소와 과일이 지니는 가벼움을 보충해서 허기지지 않은 균형 잡힌 샐러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재료 (1-2인분)

- 좋아하는 잎채소 2-3컵 (저는 케일과 적양배추를 사용했습니다)

- 방울토마토 8알, 반절로 썰기

- 아보카도 1/2개, 8등분 썰기

- 삶은 계란 1개, 4등분 썰기 

- 식빵 1/2개, 토스트 해서 살짝 바삭하게 만들기

- 드레싱: 그릭 요거트 3 TBSP, 디종 머스타드 1/2 tsp, 다진 마늘 1/2 tsp, 설탕 1/2 tsp, 레몬즙 1 tsp, 소금과 후추 적당량  

- 파마산 치즈 적당량

- 올리브유 약간

- 소금 후추 약간


# 방법

1) 드레싱 재료를 볼에 담아 설탕이 잘 녹도록 섞어준다. 레몬향을 원한다면 레몬 제스트를 넣으면 좋다. 

2) 잎채소는 먹기 좋은 크리고 자르고, 나머지 재료를 서로 비슷한 크기로 썰어준다. 

3) 잎채소만 드레싱에 잘 버무려 준 다음 접시에 담는다. 

4) 나머지 재료는 잎채소 위에 예쁘게 흩뿌려 준 다음 파마산 치즈, 올리브유, 소금과 후추로 마무리한다. 



가벼우면서도 포만감 있는 콥 샐러드


  가벼운 잎채소의 섬유소와 비타민과 그릭 요구르트로 만든 드레싱이 상큼함 채웠습니다. 동시에 아보카도가 주는 든든한 식물성 지방, 삶은 달걀의 단백질, 토마토의 달콤함과 빵과 치즈가 주는 고소함이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맛뿐만 아니라 가볍고 든든함이라는 목적을 충족시킬 방법을 염두에 두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음식이 주는 행복함은 맛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 앞에 있는 나 자신을 알아차리는 '온전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전함은 내가 어떤 목적, 의도를 확실하게 한 후 그것에 몰입했을 때 느껴지는 기쁨입니다. 간단한 음식이라도 내가 이 음식을 왜 만들고 싶으지, 왜 먹고 싶은지 의도를 생각해본다면, 그 순간에 온전한 기쁨이 몸과 마음을 가득 채워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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