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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ng Kim May 16. 2022

59. 스테이블코인 이야기

비트코인, 루나, 테라 그리고 코인투자에 대한 이야기

요즘 한창 회자 되고 있는 루나코인과 테라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테라-루나 코인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나, 이슈가 된 이유등은 이미 다른 곳에서 다르고 있는지라, 여기서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현재 미디어에서는 다소 왜곡되어 알려지는 스테이블 코인과 코인 투자와 관련한 토큰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우선, 테라-루나 코인을 언급 할때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인데, 스테이블 코인은 코인 상장(ICO; Initial Coin Offering)을 통한 투자금을 담보로 한 일반적인 코인과는 달리, 특정 현물(Spot market)과의 연계(binding)를 통해 그 가치를 담보하는 형태의 코인을 의미 한다.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모든 코인류는 블록체인(Blockchain)기법을 사용하기에, 기술적인 측면에는 대동소이 하다. 이런 기술적이 부분과는 별개로 각 코인별로 주어진 투자된 담보를 어떤식으로 관리 할지, 코인의 가격을 어떻게 설정할지, 코인의 숫자는 어떻게 결정 할 지등에 대해 여러가지 방법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운용은 실질적인 현금의 흐름(cash flow)을 발생시키고, 이러한 현금의 흐름은 경제 활동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경제 활동을 통상적으로 토큰 경제(Token Economy)라고 칭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술적으로 일반 코인들과 동일한 블록체인 기법을 사용하면서, 현물과 연동이 된 코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코인과 바인딩 할 수 있는 현물은 기축통화(달러화, 엔화 등)가 될 수도 있고, 오일, 반도체 부동산 같이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물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이번에 이슈가 되었던 테라(Terra)는 달러화와 연동이 된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신용이 있어야 한다. 즉, 실제로 1코인이 1달러로 바인딩이 되려면, 1달러의 가치를 담보 해줄수 있는 확실한 뒷배(혹은 지원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자유롭게 자신이 투자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투자금(즉, 코인을 매입한 돈)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즉, 투자가 아닌, 코인 자체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무언가(작가주: 뒷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 이다. 테라코인과 같이 달러가 바인딩된 경우, 가장 확실한 뒷배는 아마도 달러 제조국인 미국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뒷배가 되는 경우 이다. 물론, 기축 통화국인 미국이 달러보다 리스크가 큰 스테이블 코인시장에 뛰어들리는 없겠지만, 비기축 통화국인 나라에서 실제로 자국의 통화와 연계된 코인을 고려한 나라들이 꽤 된다. 이번에 테라-루나 사태가 심각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의 뒷배가 실질적인 현물(달러)이 아닌, 루나라는 일반 코인으로 설계가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테라의 뒷배인 루나 코인의 투자금이 테라의 투자금을 상회할 경우에는 이러한 설계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루나의 투자금이 빠지기 시작하면(즉, 투자자들이 팔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테라에서 보장했던 20%의 연 이자율은 달러 환율의 변동이 없더라도, 루나는 매년 20%이상의 성장을 해야지만, 겨우 본전(break even)을 찾을 수 있는 구조이다.


물론, 코인이 확보한 담보와 시가총액(혹은 기대가치)이 1:1일 필요는 없다. 이는 기업을 담보로 하는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시가 총액 또한 기업자체가 가진 가치와 투자자 기대에 의한 가치가 합쳐진 형태로 반영이 되고, 이러한 시가총액의 반영은 코인에도 동일 하다. 그리고, 기업의 가치는 단순히, 기업이 보유하고는 담보뿐만 아니라, 기업자체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이윤을 포함하게 된다. 하지만, 코인은 코인 자체가 뭔가를 할 수 없다. 오로지, 투자자의 투자금만이 실제 가치가 되고, 이러한 투자금은 투자자의 심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히 투자자의 투자금 뿐만 아니라, 바인딩이 된 현물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일반코인들 보다 안정적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테라의 경우는 안정적인 담보가 아닌 코인(루나)을 담보로 설계가 되었다. 원래는 테라가 이윤이 나면, 루나를 보전 해주고, 루나가 이윤이 나면, 테라가 보전해주는 형태를 상상 했겠지만, 실제로는 테라가 손해가 나면, 루나로 메꾸고, 루나가 손해가 나면 테라로 메꾸는 형태, 즉, 밑장빼기 혹은 카드돌려 막기로 변질 되었다. 여기에, 실질적으로 손실을 보전할 담보(달러)가 없으니, 단순히 코인의 수를 늘리는 방법 외에는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가 경제를 부양한 답시고, 실질적인 생산활동 없이 돈을 마구찍어내면, 초인플레이션으로 나라가 망하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면, 경제학 원론(ECON101)을 참고 하시라).

  

2. 테라코인 & 루나코인

자꾸 테라-루나 코인이 스테이블 코인이라서 더 위험하고, 다른 코인류들은 덜 위험하다고 떠들고 다니는 이들이 있는 것같은데, 한마디로 개소리다. 앞서 잠깐 언급 했듯이 루나 코인은 일반 코인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코인들과 근본적인 매카니즘이 동일 하다. 참고로, 루나는 일반 코인이고, 테라가 스테이블 코인이다. 즉, 테라코인이 얼핏 보기에는 스테이블 코인처럼 보이지만, 그 담보가 일반 코인인 루나이기에 사실상 일반 코인이다.


일반코인이 위험한 이유는 코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담보가 오로지 투자자의 투자금만으로 형성 되기 때문이다. 이게 투자자들이 돈을 투자 할 때는 문제가 없는데, 어떠한 이유로든 투자자들이 돈을 빼기 시작하면, 이를 통제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 이렇게 시장에서 코인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 하는게 속도가 붙이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렇게 기하급수 적으로 투자금이 빠지는 현상을 뱅크런(bank-run)이라 한다. 코인 투자에서는 이렇게 돈을 투자하고 빼는 시간이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다. 주식에서는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몇주에 일어날 일이 코인에서는 몇 초 사이에 발생한다. 이는 돈이 모일 때도 그렇고, 돈이 빠질때도 마찬가지이다. 유식한 표현으로 이를 "변동성 크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뱅크런의 위험성은 현존 하는 모든 코인류가 동일 하다. 심지어, 지금은 투자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 담보가 확보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코인류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1. 루나코인의 현재 시세; 100불까지 올랐던 루나코인은 현재 0.9센트이고, 대부분은 거래소들이 거래를 중단함.


혹자는 루나코인은 망했지만, 다른 코인들(비트, 이더)은 안 망했으니, 다른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거 아니다. 위에도 언급 했듯이, 사실상 동일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루나가 망한건 투자자들의 기대가 사그라 들었기 때문이고, 다른 코인들은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하지만, 루나의 예에서도 봤듯이, 투자자들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건 한 순간이다. 루나는 불과 몇 주 전에 그 가치가 50조인 코인이었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만에 이렇게 안전하다고 판단 되었던 코인이 상장폐지가 되었다. 

욕망의 불나방

이게 내가 한 줄로 정의 하는 코인 투자이다. 오로지 인간의 욕망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되고, 그 가치를 쫓아가는 욕망의 불나방.


3. 토큰 이코노미(Token Ecomony)

현재 알려진,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토큰 이코노미(혹은 코인 시장)의 관점은 토큰을 주식, 부동산과 같은 현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투자의 개념이 등장하고, 경제의 개념이 등장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는 관점에서는 코인은 실질적인 현물이라기 보다는 마일리지로 보는게 더 타당해 보인다. 현물과 마일리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담보의 차이인데, 토큰(혹은 코인)을 현물로 바라본다는 의미는 토큰 자체가 현물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이고, 마일리지로 바라 본다는 의미는 해당 토큰을 담보하는 현물이 별도로 존재 한다는 의미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항공사 마일리지를 생각해보면 쉽다. 대부분의 항공사 마일리지는 항권권 구매도 가능하지만, 온라인 쇼핑등을 통해 물건을 구매 할 수 있고, 실제로 돈으로 마일리지를 구매 할 수 도 있지만, 항공사(더 정확하게는 항공운항)라는 뒷배가 없으면, 그 가치가 사라진다. 즉, 실질적으로 돈이나 현물은 아니지만, 돈과 같은 역활을 하고, 마일리지의 가치를 결정 짓는 담보가 마일리지 자체가 아닌, 별도의 뒷배가 존재 한다는 점이 사용자의 입작에서 기존의 주식이나, 외화와는 다른 양상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이 토큰 이코노미의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즉, 현재 코인시장이 가진 위험성을 상쇄시키지 위해서는 코인을 기존의 화폐(혹은 현물)의 관점으로 바라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마일리지(적립)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Money → Mileage)이 우선적으로 필요 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코인의 가치 또한 무형의 전자 화폐가 아닌, 물리적인 현물(spot market)과 바인딩 된 형태로 변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변화에 가장 근접하여 설계 된 토큰 이코노미가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앞서 언급 했듯이, 여기서의 현물은 굳이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 일 필요는 없다. 현재 공식적으로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는 기름이나, 반도체 등이 될 수도 있고.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완전히 오픈된 public blockchain이 아닌, 기업의 환경을 따르는 private blockchain이 될 것이다). 실제로 중동의 몇몇 국가들(사우디, UAE)이 자신들의 통화와 연동한 가상화폐를 구상한적이 있으며, UAE의 경우는 2026년까지 자신의 통화와 연동한 코인을 개발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통화들은 미국 달러와 본딩(bonding)이 되어 있어, 환율이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굳이 자신의 통화와 연계 한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들이 주도 하고 있는 현물(오일)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작가 주: 예전에 필자가 한 논문에서 이와 같은 관점으로 UAE에 오일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을 제안 한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받아 들여지진 않았다 (참조: Kim, S.-K., "Various Perspectives in New Blockchain Design by Using 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 IEEE-ICBC Proceedings (2019), pp. 163-164).

토큰 이코노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틀림없이 대단하며, 그 유용성 또한 상당히 높다. 특히,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보안 네트워크 설계 분야는 현재에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토큰 기반의 코인시장 또한 욕망의 불나방에 힘 입어, 몇 년 사이에 기하 급수적으로 그 가치가 상승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하고, 그 가치가 올라간 코인이라고 해도, 코인 시장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


실질적인 현물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투자자의 욕망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

상한과 하한을 통제할 수 없으며, 그 변동성이 크다는 점


은 절대 극복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여러분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던, 코인에 투자를 하던, 이런 근본적인 한계를 잘 이해하고 진행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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