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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리는 국제 학회 대기업 발표자

동남아에서 쪽팔리는 한국인

by Amang Kim


올해도 작년처럼 IEEE에서 주최하는 학회에 키노트 스피커 자격으로 참석을 하였다. 작년부터 참석한 이 학회는 규모가 작아서, 키노트를 하는 이가 학회의 세션 패널(Session Pannel)의 역활도 한다.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우연치 않게 한국에서 많이 참석했다. 모 지방 국립 대학 교수님께서 박사과정 학생들 데리고 와서 박사 과정 학생들이 발표를 했는데, 두 친구들 모두 어릴적 해외 경험이 없는데도 꽤 괜찮은 수준의 영어를 하더라. 확실히, 젊은 친구들은 내 세대때 보다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진듯 하다. 갈수록 국제 학회에서 제대로된 발표를 하는 국내 연구자,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같아 한편으로는 기분이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학회 발표자 가운데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직원이 있었는데, 이 발표자가 정말이지 가관이었다. 우선 이 발표자는 본인 발표시간보다 늦게 와서는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발표 시간을 조정했다. 세션 체어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냥 진행 요원에게 자기 발표 해달라고 멋대로 시간 조정을 해버린 것이다. 물론, 학회 진행요원도 상황이 이렇게 되면 세션 체어나 패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러질 않았으니, 진행요원도 잘못이 없는건 아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발표자가 발표를 할 때 터졌다. 우선 연구 발표를 하는데, 자기가 속한 대기업을 자랑을 하더라. 물론, 키노트 인사나 초대 인사처럼 발표시간이 여유 있는 자리면 앞에 5분정도 자기가 속해 있는 학교나 회사등을 소개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순수 연구 발표자로 발표를 하는 경우(30분~1시간)라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10~15분 남짓) 그냥 연구 내용만 발표하는게 기본적인 매너인데, 이 대기업 발표자는 자기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인냥 자랑스럽게 자랑질을 하면서 발표를 시작 하더라.


또 하나, 국제 학회 발표라고 해서 굳이 정장을 입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긴바지에 옷깃이 있는 셔츠정도는 입는게 기본적인 매너이다. 그런데 모 통신사에서 왔다는 이 친구는 반바지에 반팔 면티 차림이야. 딱 동남아 유흥거리에서나 볼법한 옷차림으로 학회 발표를 하는데, 발표 하는 동안 내내 한 손은 반바지 주머니에 쑤셔놓고, 본인이 가져온 발표 대본을 그대로 읽어감. 솔직히, 복장이 반바지 반팔이어도 발표를 농담까지 섞어가며 수려하게 했었다면, 내가 이정도까지 열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근데, 정작 발표 내용 뭔지도 모르고, 발표 대본을 그대로 읽는 것도 모자라, 영어 발음은 완전 토종 한국인 발음이고, 내용 숙지는 전혀 안되니 머리는 밑으로 쳐박고 발표를 듣는 참석자들에게 눈길한번 주질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앞서 언급한 박사과정 학생들 보다 발표를 더 개판인건 당연지사다.


그래놓고는 대본만 읽고 한다는 소리가 원래 본인 발표가 아니고, 본은 땜빵하러 온거라 자신한테는 질문조차 하지 말라고 하더라. 내가 세션 패널인지라 원래는 발표 내용을 발라 버리려고 했는데, 발표 마지막에 저런 식으로 쉴드를 쳐버리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더라고. 그래서, 결국 발표 태도에 대해서 돌려 까기 했다. 근데 한다는 소리가 자기 발표가 아니라는 소리만 무한 반복. 내가 이 한국인 대기업 발표자를 돌려까는걸 알아들은 다른 참석자들은 킥킥 거리고 난리가 났는데, 정작 본인은 내가 얼마나 깠는지 조차도 모를정도로 영어실력도 형편 없었다. 한국 말로 대놓고 발라 벌릴까도 생각했지만, 그랫다가는 정말이 나라 망신이라 못 알아듣길래 그냥 마무리 했다.


그런데 이렇게 실력도 없고, 매너는 더 개차판인 대기업 발표자가 무려 박사 학위 씩이나 가지고 있더라고. 그걸 알게 된 것도 본인 발표자료에 대문짝만 하가 "Dr. ...."라고 자랑질을 해놔서 알았지. 근데 말이지,아무리 박사면 뭐하나 실력은 개판이고, 매너는 더 개판인데. 대기업 통신라면서 고객사 만날때도 반팔 면티에 반바지 입고 할꺼냐? 한국에서도 꼽히는 대기업씩이나 되는 인간이 국제학회에서 매너는 밥말아 먹고, 거기에 지를 까는지도 못알아 들을 정도의 형편없는 영어실력인데, 본인은 대리 발표라고 책임회피. 더 웃긴건 발표시작때 본인이 해당 기업 다는다고 대놓고 자랑질.


너님이 다니는 기업이 너님 기준으로 대단한 기업이지, 해외 나오면 그냥 수많은 한국 기업들중 하나일 뿐이라고. 결정적으로 본인한 짓거리가 얼마나 쪽팔리는지 모름. 제발 대기업씩이나 다니면서 박사면 최소한의 매너정도는 지켰으면 싶다. 너같은 인간 하나 때문에 국내 박사들이 욕먹는거다. 안그래도 내가 두번채 키노트 발표라 주관하는 좌장과도 연이 있어서 발표자 정보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데 진짜 쟤 윗선 임원한태 꼰지를까 심각하게 지금도 고민 중이다. 학회가 끝난지 몇 일이 지났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단전으로 부터의 깊은 빡침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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