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화장실이 고치고 싶다
네덜란드에서 집사기:
이사를 하고 새 가구를 들이고 집을 집처럼 꾸미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눈치 보지 않고 못을 박을 수 있고 페인트를 칠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집을 산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그리고 전 주인이 집을 전반적으로 잘 관리해서 우리가 손댈 곳이 많지 않다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단 한 가지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는 화장실이 두 개 있는데 1층에 변기와 작은 세면대가 있는 화장실과 2층에 변기, 세면대, 욕조 및 샤워가 있는 화장실이었다. 1970년대 지어진 이 집에서 몇 번의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기존 화장실은 90년대 스타일의 타일과 오래된 변기, 오래된 세면대, 오래된 샤워기 일체형 욕조로 기능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미적인 면에서 마음에 차지 않았다.
리노베이션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던 우리는 화장실 공사에 뭐 한 만유로면 되지 않겠냐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의 인터넷 서핑으로 만유로는 오산이고 최소 만 오천에서 이만유로까지 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기왕 집을 산 것, 우리 마음에 드는 화장실도 갖추고 싶어서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인터넷으로 몇 가지 화장실에 특화된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보통 인테리어 업체에서 디자인을 확정하고 필요한 자재를 주문한 후 시공업자를 구해서 공사하는 식이다. 주변에 화장실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메이저 기업인 Sanidirect라는 곳에서 인테리어 상담을 받기로 했다. Sanidirect는 패키지 딜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타일, 욕조, 변기, 세대면 등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재를 간편하게 구할 수 있었다. 주말에 약속을 잡고 집에서 가까운 지점으로 방문했다.
중년의 대머리 아저씨가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커피를 내오면서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일단 우리 집 도면과 화장실 사진을 가지고 가서 화장실의 상태와 정확한 치수를 입력하고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우리가 미리 골라간 패키지에 맞춰서 타일과 가구 옵션을 보여줬다. 우선적으로 타일을 골랐는데 바닥은 진한 회색, 벽은 좀 더 밝은 회색으로 하고 포인트 타일로 진초록의 긴 타일을 선택했다. 1층 화장실은 타일과 변기와 작은 세면대가 전부였기 때문에 구조 변경 없이 욕실가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금방 정했다. 나는 세면대에 수납기능이 있었으면 해서 돈을 조금 더 추가해서 패키지 딜에 있던 것보다 좀 더 좋은 세면대를 선택했다.
2층 화장실은 조금 복잡했다. 작은 공간에 샤워부스와 욕조를 따로 설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존 화장실 구조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 큰 창문과 라디에이터가 있는 벽이 있고 문 왼쪽으로 변기, 변기 옆에 욕조, 그 맞은편에 세면대가 있는 구조였다. 샤워부스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두 벽이 만나는 코너가 필요했는데 창문 때문에 기존 변기가 있는 곳밖에 자리가 없었다. 이 코너에서 샤워부스 너비만큼 떨어진 곳에 가벽을 세우고 유리문을 달기로 했다. 가벽 반대편으로는 변기, 그 옆으로 욕조를 창문 아래 설치하기로 하고 변기 맞은편에 세면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설명은 간단했지만 이 설루션을 찾기까지 아저씨가 사이즈 맞는 욕조와 세면대와 변기를 찾느라고 시간이 꽤 걸렸다.
만족스러운 디자인이 완성되고 나니 거의 3시간이 지난 후였다. 여기에 지친 우리는 디자인도 마음에 들겠다 바로 자재 구매를 계약했다. 타일, 욕조, 변기 2개, 큰 세면대, 작은 세면대, 샤워부스 문, 수도꼭지 등등을 주문하니 약 6,000유로 정도가 들었다. 타일들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고 대략적인 도착 예정일을 안내받았다. 자재가 도착하면 시공업체에게 연락해서 공사일정을 잡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테리어업체와 같이 일하는 시공업자들 몇 명을 소개해줬다. 시공업자들은 약속을 안 지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우리는 신중하게 고르고 싶었다. 주변에 물어서 몇 명을 소개받았는데 안타깝게도 버짓과 맞지 않아 결국에는 온라인으로 찾아본 시공업자와 면담을 신청했다. 총 2명의 업자와 인터뷰를 했고 이 중에서 좀 더 신뢰할 만한 사람을 골랐다. 우리가 이 업체를 고른 이유는 일단 우리 집 화장실에 와서 견적을 낼 때 눈에 바로 보이는 문제점을 지적해 주고 그에 대해 어떤 식으로 고칠 수 있는지 설명해 줬다는 것과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받은 견적도 화장실 두 곳을 모두 해서 9000유로로 우리 버짓 내였다. 자재 도착 예정일을 알려주고 대략 그 주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구두계약을 했다. 자재가 도착하면 연락하기로 하고 공사대금은 모든 공사가 끝난 후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출발이 순조로운 화장실 인테리어! 앞으로 닥칠 일은 모른 채 마냥 행복한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