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by 아마NL

1월 1일


드는 생각은 2013년이 그다지 새해 같지 않다는 거다. 원래 미리 반성하고 계획을 세워놓곤 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그게 안 됐다. 일월 일일도 그냥 사람이 정해놓은 새 시작일일 뿐 진짜로 새롭게 땡!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2012년 12월 31일의 내일일 뿐 똑같은 삶의 반복일 뿐이다. 희망차지 않은 새해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가온 새해가 기쁘거나 설레지도 않는다. 이건 분명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다. 놀랄 일은 적어지고 새로운 일도 줄어든다. 점점 어제가 쌓여간다. 하지만 만으로 아직은 스물넷. 2013년에 한국나이로 스물여섯인 나한테는 내일이 어제보다 더 많다.




1월 4일


안개의 도시에 하얀 햇살이 스며든다.

깜박깜박 점멸하는 주황빛 태양의 흔적이

도시의 차가운 유리벽 위로 눈부신 자국을 남긴다.

직선으로 새겨진 완벽한 원의 태양이 떠오른 순간

단 한 번의 깜박임에 흰 안갯속으로 스러진다.


이 시는 2011년 12월 31일에 미국에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가면서 본 인천 바다와 안개와 새벽공기와 일출에 받은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기록은 멋진 일인 것이 저렇게 함축된 언어로 쓰인 시일지라도 그때의 상황, 공기, 느낌, 모든 감각이 생생하게 다시 살아진다. 열심히 기록해야겠다.


1월 6일

새벽 4시에 겨우 잠들었다. 핸드폰이 계속 신경 쓰인다.


1월 7일

아침에 연구실에 가려고 했지만 빈둥거리다가 2시가 다돼서 갔다. 생각해 보니 빈둥거리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가 지난 금요일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베트남에 가셨다가 돌아오는 날이 내일 새벽이라서 집청소를 했다. 실수로 내 방에 있던 전신거울을 왕창 깼다. 치우느라 혼났다.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을 다 읽었는데 내용은 제르비즈라는 한 여자가 어떻게 열심히 일해서 가난을 극복했는지, 또 가난한 사람 혹은 노동자에게 찾아온 불행이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술과 게으름이 인생을 어떻게 망치는지,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남자는 얼마나 멋진지, 그에 비해 바람둥이에 뻔뻔한 남자는 그럼에도 잘 먹고 잘 사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1월 8일

일월 팔일의 팔을 옆으로 뉘이면 무한대가 된다.


1월 9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었다면 우울의 극치를 달리면서 아마도 진짜 비참한 자기 비하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다행인 건 A와 A의 친구 과외도 같이하게 돼서 2시 반부터 무려 일곱 시간 반 동안 쉴 새 없이 수업이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크게 힘들지 않게 하루가 훅 갔다.


1월 10일

낙성대 라블랑제리의 단팥빵을 샀다.


1월 12일

S와 N과 브런치를 위해 한남동 패션파이브에 다녀왔다. 패션파이브를 가든파이브로 착각한 나는 하마터면 애들을 엉뚱한 곳에 데리고 갈 뻔했다. 지하철을 타고 갔다. 사실 N은 일 년에 한두 번 봤는데 S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처음 보는 거였다. 재미있는 건 별로 변한 것도 없고 어색한 것도 없었다는 거다. 패션파이브에서 브런치를 먹고 난 후 디저트도 사 먹었다. 진짜 많이 샀는데 거의 일 년 치 먹을 당을 한꺼번에 다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신나게 먹고, 사진 찍고, 수다 떨다가 이태원까지 걸어갔다.


1월 19일

워크숍이 있는 날이다. 오래간만에 많이 모였다. 방장언니가 공지사항으로 다음 주부터 이주정도 통계스터디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의무는 아니지만 3기 대부분이 한다고 해서 나도 그냥 하기로 했다. 방학 때 학교 나오는 게여간 귀찮지만 그래도 집에서 노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


1월 20일

날짜가 미친것 같다. 벌써 20일이라니. 뭐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일월이 지나간다.


1월 21일

J언니를 오랜만에 만나러 충무로에 갔다. 언니랑 일식집에 가서 초밥세트를 먹었다. 처음에는 조금만 나와서 양이 적구나 생각했는데 아저씨가 즉석에서 참치를 썰어서 더 얹어주셨다.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헤어지고 나는 명동까지 걸어갔다. 집에 도착하니까 7시쯤이었다.


1월 23일

오늘부터 진짜 운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엄마랑 이마트 갈 때 내가 운전했다.


1월 25-26일: 광주여행

광주에는 M언니가 살고 있다. 언니를 만나러 10시 40분 버스를 탔다. 광주에 도착한 건 1시 반쯤이었다. 짐을 내려놓고 상추튀김을 먹기 위해 무등시장에 갔다. 원조상추튀김이라고 허름한 간판이 있는 가게 안에서 떡볶이 1인분과 상추튀김 2인분을 시켰다. 나는 당연히 상추를 튀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상추에 튀김을 싸 먹는 것이었다. 떡볶이도 맛있었다. 그러고 시장구경을 하다가 식빵튀김을 봤다. 정말 신기했다. M언니는 신기해하는 나를 신기해했다. 또 유명한 쑥호떡이 있다고 그래서 먹었는데 손바닥만 한 호떡이 500원밖에 안 했다.


같이 간 동생이 5.18 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기념관 안에는 광주민주화운동 때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름이 한쪽 벽 가득히 새겨져 있었고 반대편 벽에는 군인들의 발과 광주운동 때의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새긴 조각이 있었다. 기념회관 안에서 자료실에 갖춰진 자료들도 둘러봤다. 이날 광주민주화운동기념재단 이사장 취임식을 했는데 우리보고 들어오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저녁은 봉선동 정자골이라는 한정식집에서 불고기와 간장게장을 먹었다. 삼계탕과 샐러드도 나왔다. 정말 배부른데 계속 먹었다.


다음날 11시가 다 돼서 담양에 가기 위해 광주 시외버스터미널에 갔다. 담양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날씨는 추웠지만 화창했다. 죽녹원에 내려서 구경했다. 여름에 오면 굉장히 시원할 것 같았다. 1박 2일 촬영지도 보고 이승기가 빠진 이승기 연못도 봤다. 그 유명하다는 죽통밥과 떡갈비를 먹으러 죽녹원 식당에 갔다. 1인당 18000원 정도 내야 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우리는 4시 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터미널에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와주셨다.


1월 28일

침대에서 나가기가 싫다. 오늘은 통계 스터디가 있어서 10시까지 학교에 가야 한다. 1시간 전에 출발했더니 10분 늦었다. 근데 발표자가 안 와서 1시간 정도밖에 안 하고 끝났다. 허무하긴 했는데 졸리고 그래서 오히려 잘됐다. 처음으로 혼자 운전해서 과외학생네 까지 갔다. 아직 서툴고 긴장되긴 했지만 그럭저럭 할만했다.


1월 29일

엄마를 조수석에 태우고 처음으로 학교까지 가봤다. 실수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학교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통계 인자분석발표를 했다. 교과서가 정말 그지 같아서 정리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1월 30일

수강신청하는 걸 깜박하고 있다가 10시가 넘어서했는데 그다지 들을만한 수업이 없었다. 일단 1군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해서 K교수님의 도시계획사는 확정으로 넣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대학원에서 듣고 싶어서 찾다가 지속가능경제개발과 정책이란 과목을 넣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J교수님의 계획이론(1군)도 넣었다. 개강하고 들어보고 셋 중에 하나는 뺄 거다.


1월 31일

일월의 마지막 날이지만 목요일이라 마지막날이라는 느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