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금.
드디어 2월이 왔다. 드디어라고 하기엔 뭔가 2월을 굉장히 기대한 거 같긴 한데 아무튼 눈 깜작할 새 1월이 다 가고 2월이다. 오전에 통계스터디 갔다 왔다. 비가 조금 왔는데 학교를 가야 하니깐 그냥 차를 가지고 갔다. 혼자서 처음으로 학교까지 비 오는 날 가니 약간 떨리긴 했는데 무사히 잘 도착했다. 집에 오는 길을 한 번도 안 가봐서 조금 헷갈렸는데 그럭저럭 잘 왔다.
2월 2일. 토.
교수님과의 워크숍이 있었다. 또 차를 가지고 가는데 낙성대 쪽 가족생활동에 주차하려고 학교 정문을 지나쳐서 낙성대로 가는데 길이 엄청 막혀서 워크숍에 15분 지각했다. 발표 들으면서 느낀 건데 알맹이 없이 말만 잘하는 건 별로라는 거였다. 교수님이 아프리카 여행 가셨던 사진을 보여줬다. 새삼 우간다가 그리워졌다. 그 공기나 날씨가.
2월 4일. 월.
눈이 너무 왔다. 새벽 1시쯤 J언니가 스터디를 1시로 미루자는 문자를 보냈는데 나는 그걸 아침에 일어나면서 확인했다. 근데 1시에 시작해서 2시간 정도 하면 3시인데 나는 월요일 과외가 2개 있어서 못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J언니는 급하게 바꿔서 미안하다고 했다.
2월 5일. 화.
아침에 차를 가지고 학교에 갔다. 이제 운전이 무섭지 않다.
2월 6일. 수.
어제저녁 내내 비가 와서 길이 얼었다. 그래도 나는 차를 가지고 갔다. 왜냐면 노트북도 있고 나중에 집에 올 때는 통계책까지 들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학교 안에 주차했는데 하필 오늘 스터디는 마지막이라 그런가 길어졌다. 게다가 배가 고파서 점심까지 먹었다. 그랬더니 주차비가 7800원이 나왔다. 과외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과외비로 70만 원 보내야 하는데 실수로 700만 원을 보낸 거다. 근데 나는 하루 백만 원 이체가 최대여서 530만 원은 수표로 찾아갔다.
2월 7일. 목.
1시부터 서울글로벌센터의 설 마중 행사 봉사신청을 해서 시청역에 갔다. 새로 지은 시민청은 번쩍번쩍했다. 뭐 시청이 이래 할 정도로 공간이 넓고 쓸데없었다. 시청은 공무원이 일하는 곳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행사장은 지하 2층이었다. 피켓 들고 있는 걸 잠깐 하다가 음식 나눠주는 일을 했다. 정신없이 나눠주고 정리하고 금방 시간이 갔다.
2월 8일. 금.
아침 일찍 설날을 맞이해서 할머니댁에 내려갔다. 차가 안 막혀서 12시 반에 도착했다. 가는 길 내내 잤다. 엄마 아빠 말로는 살짝 막혔다는데 그것도 몰랐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앉아서 책을 읽었다. 기욤 뮈소의 스키다마링크를 읽는데 작가가 엄청 영화화에 신경 썼나 싶을 정도였다. 별로 개연성 없는 캐릭터와 플롯. 재미없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는 게 습관이라 그냥 그냥 빨리빨리 읽었다. 엄마랑 마트에 가서 장 보면서 과자를 왕창 샀고 왕창 먹었다. 그랬더니 속이 더부룩해서 저녁은 먹지 않았다.
2월 9일. 토.
아침 먹고 놀다가 심심해서 동생이랑 영화관에 갔다. 다이하드를 봤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중간 하이라이트에서 잤다. 걸어서 집에 왔고 곧 작은 삼촌 가족이 왔다.
2월 10일. 일.
설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족예배를 보고 떡국으로 차려진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길 막히는 게 무서운 우리 가족은 서둘러 집에 왔다. 오는 길에 호두과자도 샀다. 또 엄청 차에서 잤는데 집에 도착한 게 12시 반쯤. 집에서 곶감과 호두과자와 한라봉으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세뱃돈을 받을 나이가 아닌데 할아버지가 만천 원을 주셨다. 천 원은 뭐지?
2월 11일. 월.
거의 10시쯤 일어났다. 큰외삼촌이 놀러 와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2월 13일. 수.
오늘부터 서울 글로벌 강남 비즈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2월에는 월수금 다 된다고 했는데 출근길 지옥철을 타자마자 후회했다. 9시까지 와 달라고 해서 갔는데 출근시간과 딱 겹치니까 이건 뭐 진짜 숨 막혔다. 코엑스 2층에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나의 임무는 비즈센터에서 지원하는 신생 외국인 회사의 초기 셋업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와 별개로 통역도 했다.
2월 15일 금.
봉사활동을 10시까지 가겠다고 했는데 그냥 좀 일찍 8시 10분쯤 출발했다. 지옥철 당첨. 진짜 슬프다. 가는 길에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라는 책을 읽는데 책 제목이 이상하다. 내용은 폴 오스터가 젊었을 때 (유명해지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쓴 자서전인데 부끄러울 수도 있는 자기의 실패와 그때 느낀 비참한 감정을 가감 없이 덤덤히 쓰고 있어서 멋진 것 같다.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지만 책의 반이 돈과 관련된 얘기여서 모순 같았다.
경쾌한 미소와도 같이 일요일은 나무들 위에, 잔디밭 위에 있었다.
- 구토, 장 폴 사르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