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통⑥: 감정을 드러낼 때 시작되는 대화

「육통(育通)」 — 육아에서 얻은 통찰

by 황호성

사건의 시작


차로 이동하는 길, 둘째 아이가 껌을 달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숨 자고 일어나면 줄게”라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금세 울음으로 번질 기미가 보였습니다.


그때 문득, 둘째 아이가 자주 쓰는 말투가 떠올랐습니다.


“아빠, 현식이가 자꾸 껌 달라 그래서 속상해.”


제가 그 표현을 빌려 똑같이 말해보니, 둘째는 곧장 반응했습니다.


“아빠, 안 울면 속상한 거 아니야. 왜 거짓말해.”


울음 대신 대화가 시작된 겁니다.


강요 대신 대화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곤 했습니다.


“집에 금방 가잖아. 집에가서 밥먹어.”
“울어도 소용없어.”


이런 말은 결국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아이는 울고, 아빠는 답답해집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제가 “아빠 속상해”라고 감정을 드러내자, 아이도 제 감정을 느끼고 반응했습니다.

그 순간, 상황은 더 이상 말을 들으라는 강요가 아니라, 감정을 주고받는 대화가 되었습니다.


반복된 확인


트레이더스에서 장을 볼 때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둘째가 유튜브를 보여 달라며 다시 떼를 쓰자, 저는 말했습니다.


“현식이가 유튜브 보면 아빠 속상해.”


그러자 현식이는 엄마에게 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그 순간 확신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면 울음의 고리가 끊어지고, 대화가 열린다는 것을 말이죠.


영화와의 연결


며칠 전 가족이 함께 아바타2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빠의 기록’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이기도 하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을 담아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제이크 설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엄하게 굴었고,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저 역시 울화통이 터지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본 영화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마지막 대사였습니다.


“널 보는 게 행복해서.”


죽은 아들을 떠올리며 내뱉은 이 말은, 제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아이의 말 안 듣는 모습에 화를 내던 저도, 사실은 그저 “너를 보고 있는 게 행복하다”라는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겁니다.


통찰


아이의 떼와 울음은 자신의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부모가 여기에 규칙이나 권위로 맞서면, 대화는 막히고 강요만 남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때, 아이와 부모는 감정으로 연결되고, 갈등은 대화로 풀릴 수 있습니다.

강요 대신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의 밑바탕에는 결국 하나의 마음이 있습니다.


“널 보는 게 행복하다.”


질문


오늘 당신은 아이, 혹은 가족 앞에서 어떤 감정을 드러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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