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통(育通)」 — 육아에서 얻은 통찰
저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만화책조차 멀리했고, 주로 게임이나 TV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책을 읽으며 놀란 점은 기억이 쉽게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권을 여러 번 읽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인상 깊은 문장을 기록하고, 제 생각을 덧붙여 남기려 애씁니다.
나중에 다시 찾을 수 있도록 keeper나 웹에 흔적을 남기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늦게나마 깨달은 사실은, 독서는 단순히 읽는 행위가 아니라 기억을 길어 올리는 훈련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뇌과학자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14년에 걸친 연구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 읽기는 뇌의 거의 모든 영역을 깨우는 유일한 활동이며, 단 1~2쪽을 매일 읽는 습관만으로도 기억력이 향상된다.” - Kawashima, R. (2003~2017).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 Reading as a full-brain activity.
독서는 뇌 전체를 깨우는 전신 운동과 같습니다.
요즘 저는 개인적인 독서는 줄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독서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 1회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고 빌립니다.
아빠가 한 권, 아이들이 각자 한 권씩 선택해 오니 매주 6~7권 정도의 책이 집에 들어옵니다.
첫째 아이는 빌린 책으로 독후감을 쓰곤 합니다.
둘째 아이와 셋째 아이는 자기 전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아빠로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아직 원하는 만큼 기억하거나 말로 풀어내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습니다.
달리기처럼, 독서도 습관으로 몸에 밴 행동이 될 때 힘을 발휘할 거라고요.
실제로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에서는 노년층에게 8주간 꾸준히 소설 읽기를 시킨 결과, 작업기억과 일화기억 능력이 퍼즐 풀이 대조군보다 더 크게 향상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스틴-모로우 박사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Leisure reading, the kind that really sucks you in, is good for you, and it helps build the mental abilities on which reading depends.” - Stine-Morrow, E. A. L., Payne, B. R., et al. (2014). The effects of engagement in reading on cognitive performance in older adults.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Beckman Institute.
즉, 아이들과 함께 몰입해서 즐기는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기억을 단단히 세우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부모가 남겨줄 최고의 유산은 정신력과 가족문화라고 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독서 역시 아이들과 함께 쌓아갈 작은 유산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읽고 난 후 기록하는 습관, 즉 독후감은 기억을 강력하게 붙잡습니다. MIT 연구진은 “정보를 단순히 복습하는 것보다 꺼내어 써보는 연습을 할 때 장기 기억이 강화된다”고 보고했습니다.(Roediger, H. L., & Karpicke, J. D. (2006). Test-enhanced learning: Taking memory tests improves long-term retention. Psychological Science, 17(3), 249–255.) 이것은 학계에서 테스팅 효과(testing effect)라고 불립니다.
스탠퍼드 신경과학자 앤드류 휴버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The most effective way to learn something is to teach it to someone else.” - Huberman, A. (2021). Stanford University Neuroscience Podcast. The most effective way to learn something is to teach it to someone else.
독후감은 바로 그 ‘가르침’의 경험입니다. 아이들이 읽은 책을 글로 풀어내는 순간,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자신의 언어로 새롭게 조직합니다. 이 과정이 곧 기억을 강화하고 통찰을 낳는 훈련이 됩니다.
아빠가 늦게 시작해 뒤늦게 깨달은 독서의 의미를, 아이들은 더 일찍 자연스럽게 경험하길 바랍니다.
책을 읽고, 기억을 꺼내어 말하고, 기록을 남기는 이 작은 훈련은 결국 삶을 살아갈 힘이 될 테니까요.
당신이 자녀에게 남겨주고 싶은 작은 유산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