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통⑫: 순간을 놓치고 목적만 붙잡을 때

「육통(育通)」 — 육아에서 얻은 통찰

by 황호성

행사 속의 부모


며칠 전, 셋째 아이의 어린이집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돌아보니 정작 셋째 아이의 친구들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놀이기구 줄을 서고, 체험 부스를 챙기느라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태워주자, 재밌는 걸 더 많이 경험하게 해주자.”

그 마음뿐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행사였지만, 순간을 누리지 못하고 목표 달성에만 정신이 팔렸던 겁니다.


목적에 가려진 순간


저와 아내는 늘 뭔가를 해내려는 사람들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목적을 붙잡고, 열심히 달려가는 것에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정작 사람과 관계를 놓치기 쉽습니다.
정말 빠르게 재미있는 놀이기구는 모두 태워주었지만, 정작 아이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난 사람도, 나눈 대화도 거의 없었습니다.


부모로서 드러나는 빈틈


요즘 아내와 나누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있습니다.

“삼형제의 부모라면 동네의 마당발이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조용히 지나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아이와 함께해야 보이는 관계망 속에서도, 아직은 인지 부족으로 많은 이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처음 느낀 불편함입니다.
혼자 살 때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관계를 놓치고 사는 것”이 곧 아이들의 세계와도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순간과 목적의 균형


행사를 돌아보며 깨닫습니다.
아이에게 ‘더 많은 경험’ 도 중요하지만 그 순간을 함께 즐기고, 곁에서 웃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태도만이 아니라, 사람과 순간을 누리는 태도가 함께 필요합니다.


질문


오늘 당신은, 어떤 순간을 놓치고 있나요?


이전 11화육통⑪: 독서라는 작은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