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사실

by 아마로네


최근 가장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는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였다. 작년에 인상깊었던 드라마는 ‘안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은 아씨들‘, ’슈룹‘.. 언제 이렇게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싶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신데렐라 스토리 아니면 남성 캐릭터 가득에 여성 캐릭터 하나 고명처럼 끼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여배우들이 작품을 고르다 몇 년을 쉬게 된다는 기사도 읽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젊은 여성 임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가 꽤 파격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2019년, 고작 3-4년 사이에 이렇게 급격하게 변하다니 새삼 놀랍다. 미국에 있던 시절 K-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남성 캐릭터를 보며 한국 남자들은 원래 그래? 하는데 민망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팝한 표지 색감이 영화 ’헬프‘를, 60년대 여성 과학자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영화 ’히든피겨스‘가 연상되는, 어찌보면 전형적이고 판타지같기도 한 소설이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너무 많은 역경을 겪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꺾이지않는 의지와 남다른 능력, 거기에 미모까지 겸비했고, 천재 과학자이면서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해주는 남자친구를 잃게 되자마자 임신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TV 스타가 되고 막강한 후원자도 만나 과학자로 복귀하게 된다니.. 스펙타클한 그녀의 삶 덕분에 2권 분량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음 페이지를 기다리며 술술 읽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스토리라면 조금은 이상적인 이야기라도 괜찮지 않을까?주변의 편견을 부수고 역경을 이겨내며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성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는 엘리자베스는 현실 세계의 슈퍼히어로같다. 드라마로 제작 준비 중인데 주인공이 마침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작품 내에서도 엘리자베스에게 영향을 받아 성장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 인상적인 이야기는 방청객으로 왔다가 얼떨결에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을 털어놓은 필리스 부인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꿈을 묻어두고 살았던 그녀는 방청석에서 수많은 격려의 박수를 받은 이후 책 말미에 의학대학에 합격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급작스럽게 보일수도 있지만, 단순히 오래된 꿈이 아니라 꾸준히 의학잡지를 읽으며 쌓은 지식으로 엘리자베스의 화학 강의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 중요하다. 덕분에 그녀는 뒤늦게라도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의 말을 듣고 조정을 시작하러 찾아온 많은 여성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 나도 ‘여자도 조정을 할 수 있나?‘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잠시 했다. 알고보니 이 책의 저자 역시 조정을 하고 있고, 60대의 나이에 이 소설을 처음 발표해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력이 같지는 않지만 그녀의 인생 또한 엘리자베스처럼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지 않을까 싶다.


어린 여자아이의 엄마로서 나는 작중 엘리자베스의 비범한 딸, 매들린이 어떻게 자랄지가 정말 궁금했다. 어릴적부터 엄마와 과학실험을 하고 칼싸움을 연습한 ’에놀라 홈즈’처럼, 용감하게 한계를 뛰어넘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혹시 드라마가 성공해서 속편을 만들게 된다면 매들린의 성장기도 함께 보고싶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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