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Z세대 관찰기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몰랐던 그들

by 아마로네


여러 해 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체류한 적이 있었던 나는 나름대로 미국 학생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은 콜라 1.5L를 통째로 들고다니면서 마시고, 기숙사 식당에서 수많은 메뉴 중에 감자튀김과 피자만 산처럼 쌓아서 먹는 다소 충격적인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수업시간에는 다소 두서없는 이야기라도 의견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만나면 하이틴 무비에서 본 것처럼 요란스럽게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파티를 좋아하고 기숙사 구석 어딘가에서 대마를 피우는 모습도 많이 목격했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고, 외국인이나 외국 문화에도 마음이 열려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도 IT선진국이었던 우리나라와 달리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이 생활 전반적으로 많아서 놀라웠던 기억도 생생하다. 종합하면 ‘그다지 본받을 점은 없지만 대국에서 태어나 잘 살고 있는 부러운 민족들’이 미국 학생들을 보는 나의 시선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새롭게 만난 현재 미국인들은 지난 세월을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달라져있었다. 20대 후반 ~ 30대 초반이 대부분인 학교 친구들은 누구보다 건강한 생활에 관심이 많았다. 강의실의 모든 학생들은 ‘물’이 들어있는 물병을 하나씩 들고 와서 꾸준히 마시고 있었다. 덕분에 ‘물 많이 마시기’ 습관을 10여년동안 들이지 못한 나도 자연스럽게 물을 들고와서 마시게 되었다. 공강시간에 가장 인기있는 활동은 학교 내 헬스장을 가는 것으로,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팀을 모아 같이 운동 챌린지를 시작하기도 했다. 보통 점심은 팀플이나 과제를 하면서 간단히 먹게 되는데, 키 큰 남학생들조차 조그만 샐러드나 포케, 연어구이 같은 것이 식사의 전부라 깜짝 놀랐다. 물론 햄버거나 피자도 먹긴 하지만 먹는 양은 현저히 적었고, 타코 같은걸 3개쯤 먹고 대단한 치팅을 했다며 빨리 운동을 가야 한다는게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였다.


헬스장 이외에 여가를 즐기는 주요한 활동은 학생회관 내 탁구장에서 탁구를 하거나,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게임인 ‘스매시’로 대결을 하는 것이었다. 마리오 등 닌텐도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싸우는 이 게임을 하기 위해 친구들은 큰 고민끝에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하곤 했다. 여러 명이 모여있을 때 인기있는 또 다른 활동은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반짝 유행하다 사라진 보드게임이었다. 우리 집에 친구들을 한 번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각자 다른 보드게임을 하나씩 들고와서 ‘이게 더 재밌다 이거 먼저 하자’ 자랑하는 모습이 참 순수하고 귀엽구나 싶었다. 친구집에 놀러가면 보통 인스턴트팟 같은 것으로 음식을 간단히 만들어 먹고 스매시나 보드게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게 일반적인 코스니, 마치 중고딩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요즘 친구들이니 IT친화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학생들은 대부분 태블릿과 노트북을 겸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를 활용하여 수업을 듣고, 지루한 수업시간의 놀이는 에어드랍으로 웃긴 사진 공유하기와 같은 것들이었다. 외국인과 외국 문화에도 많은 지식과 관심이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나 일본 등 아시아권을 여행했던 아이들도 많이 만났다. 한 친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일에 우연히 그 도시에 여행을 하게 되고, 그 사실을 그날 밤에야 깨닫고 부끄러웠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는 별개로, 내가 생각했던 편협한 미국인이 아닌 다양한 시야와 지식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에 새삼 놀랐었다.


물론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겐 내가 모르는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것이다. 내가 예전에 만난 아이들은 동부, 최근에 만난 아이들은 서부 출신이라는 점도 생각보다 큰 요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여러 건강한 자극을 받고 삶의 태도에 대해 배우면서, 무엇보다 예전에 잠깐 만난 몇몇 미국인들을 보고 ‘미국인들은 이래’하고 생각했던 나의 좁은 생각에 가장 크게 반성하게 되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듯, 다른 사람들도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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