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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Aug 25. 2023

고양이를 잃었다.


사랑하는 내 고양이를 잃었다.



급작스러운 사고였다.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어떤 이별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황망하기만 했다.



내 품에서 아직 따뜻하다가 점점 굳어가는 아이를 안고 있을 때는 고통스러웠는데, 고양이치고 덩치가 컸던 아이가 50여분 후 작은 구슬 몇개로 돌아온 것을 받아들었을 때는 오히려 현실같지가 않아 얼떨떨해졌다.



장례식에서 대기하는 동안 남편과 고양이의 어린시절 사진과 영상을 찾아봤다. 귀엽지만 종종 바보같기도 하던 고양이의 에피소드를 함께 나누었다. 오늘 아침 나를 반기며 배를 내밀어 열심히 만져 주었다고, 남편은 문앞까지 나온 고양이와 안녕 인사를 나누었다고 했다. 조금만 기다려, 이따 만나- 했었다고.



2017년 6월에 우리집에 온 내 고양이는 딱 6년을 우리와 함께 했다. 얼마 전 생일을 맞이하면서 앞으로 10년은 더 같이 살 수 있을까, 그때가 오면 우리는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하며 바닥에 널부러진 고양이 옆에 누워 지그시 눈을 바라봤었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알았다면 건강 걱정하며 다이어트 사료만 먹이는 대신 맛있는 간식들 넉넉히 주며 행복하게 해줄걸.



슬픔을 소화할 틈도 없이 떠밀리듯 떠난 여행에서는 어찌되었든 바쁜 일정과 물리적 거리로 잠시 감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는데, 돌아온 집은 온통 내 고양이의 흔적이라 감정의 파도에 빠지지 않기가 힘들었다. 정리하지 못한 사료 그릇같은 물품들은 물론이고, 풀쩍 올라갔다 내려오지 못해 쩔쩔매던 드레스룸 꼭대기,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반기며 털썩 소리가 나게 눕던 거실 한가운데 자리, 재택근무를 하면 늘 나를 방해하려고 노리던 키보드와 마우스 사이 자리 같은 것들이 불쑥불쑥 기억을 소환했다. 옷장을 열면 언젠가 문이 열렸을 때 들어갔다 나오지 못한 내 고양이가 아옹-하며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여기저기 옷장문을 열고 닫아본다.



고양이를 보내는 동안 아이는 할머니 집에서 하루밤 자고 돌아왔는데, 며칠동안 고양이의 부재를 전혀 잊었는지 아무 말이 없어 안심했지만 내심 섭섭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아이가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망고가 우리 기다렸겠다! 김망고! 김망고 어디갔지?! 엄마 망고가 안보여!” 한다. 최대한 담담하게 망고는 하늘나라에 갔어, 했더니 왜? 라고 묻는다. 아파서, 라고 말하다가 망고는 궁금한 게 많아서 높은 곳에서 보고 싶었나봐,라고 말해주었다.



“망고 보고싶다!” “엄마도. 엄마도 망고 많이 보고싶네.”


“그럼 나 망고 그릴래!”



아이는 (아빠의 도움을 조금 받아)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자기가 제일 아끼는 체리 머리핀을 양쪽 귀에 달아주었다. 망고는 털이 많아서 더우니까 에어컨도 틀어주고, 하트도 가득 채워줄거란다.



나보다 씩씩하고 현명한 내 아기. 엄마도 망고가 보고싶을 땐 망고를 그릴게.



갓난아기 때부터 지켜본 동생이 쑥쑥 멋진 언니로 자라는거


망고도 멀리서 지켜보고 응원해줘 :)



영원히 사랑해, 내 첫번째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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