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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Nov 26. 2023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꿈에서 처음 만난 내 고양이


망고가 떠난지 5개월만에 처음으로 꿈에서 망고를 만났다. 꿈에서도 나는 망고를 잃은 상태였는데, 어느 순간 늘 있었던 것처럼 망고가 늘 좋아하던 자리에 식빵자세를 하고 앉아 있어 깜짝 놀란 감정이 꿈인데도 생생하다.


고양이가 살아 돌아온 부분을 제외하면 꽤나 현실적인 꿈이었기에, 망고가 나에게 말을 건다거나 꼭 안긴다거나 하는 극적인 장면은 없었다. 대신 나는 내 옆에 앉은 망고를 아주 많이 쓰다듬고, 곁에 앉아 같이 책을 읽고, 사랑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이제는 밤이 되어 망고도 다른 가족들도 잠들 준비를 마쳤지만, 잠들고 나면 망고가 다시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쉬이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망고 곁에 엉거주춤 누워 계속 망고의 등을 쓸어내리다가 어느새 꿈 속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예상대로 망고는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있었다. 고양이가 잠들었던 옆자리만 괜히 만지작대며 눈물을 참는 것이 그 꿈의 마지막이었다.


아무래도 얼마 전 아이 책장에서 읽은 '우리가 헤어지는 날'이라는 책이 이 꿈의 발단이 된 것 같다. 어느 날 고양이를 갑자기 고양이별로 떠나보낸 아이가 딱 하루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아이는 고양이가 늘 인사하던 다른 고양이 친구도 만나고, 늘 고양이가 올라가있던 나무 위에도 함께 올라가보며 고양이가 하교길을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노을이 지는 저녁, 스르르 사라지는 고양이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책을 읽어주자 "나도 망고 만나고 싶다!"하는 아이의 말에 “엄마도, 엄마도 그래”하며 눈물을 꾹 참았다.


(우리가 헤어지는 날)


망고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이 놀아주고 좋은 것도 많이 주고 싶지만, 늘 그랬듯이 내 마음이 앞서가기 보다는 고양이의 리듬에 맞춰주어야 하겠지. 내 고양이가 원하는 만큼 곁을 내어주고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좋아하는 간식을 원없이 먹게 해주고 싶다. 오래오래 같이 살고싶은 마음에 다이어트도 건강도 신경쓰느라 츄르는 고사하고 북어트릿도 맘껏 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알았다면 맛있는 것 매일 먹게 해 줄 걸 그랬다는 후회를 많이 했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는 요즘 산타할아버지에게 준다며 편지같은 짧은 글을 자주 쓴다. 며칠 전에는 출근 준비하는 바쁜 아침, 아이가 "내가 이거 썼어!"하고 가져온 <크리스마스에 다시 만나자 망고야>라는 쪽지에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정작 이걸 쓴 아이는 "엄마 눈에서 왜 이런게(눈물) 나와?"하면서 크게 당황해버려, 아이를 꼭 안으며 눈물을 얼른 닦았지만.


아이와 좋은 것, 즐거운 것을 나누는 것도 물론 좋지만, 함께 그리워할 대상도 있어 행복하다. 아이에게 망고와 만난 꿈 이야기도 해주어야겠다. 그러면 “나도 망고 보고싶다!” 하겠지.


엄마도. 엄마도 그래.


(크리스마스에 다시 만나자 망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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