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봄도 좋고 여름도 좋고 가을이랑 겨울도 좋아요.

by 아마로네


작년부터 꾸준한 그녀의 취미 중 하나는 책 만들기이다. 도화지를 4장 정도 겹쳐 만드는 총 10여 페이지의 책에 글과 삽화를 진지하게 채운다. 언제부터는 '작가'라는 말을 주워듣고 표지 아래에 '작가 ㅇㅇㅇ'라는 말도 빠지지 않고 넣는다. 천상 문과여자인가..하며 문송한 엄마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아무튼 작가님의 팬클럽 - 나, 남편, 할머니, 할아버지 - 는 그녀가 매일같이 발간하는 책의 열혈 구독자다. 읽다보면 요즘 그녀의 관심사와 생각도 엿볼 수 있고, 조금씩 늘어가는 그림실력도 재미 요소다. 한창 성교육 도서를 열심히 읽던 때는 '내 몸은 소중해'라는 책을 만들고, 7세가 되고 나서는 6세때 만든 책의 후속작인 'ㅇㅇㅇ의 하루 2편'을 발간하니, 덕질은 끝이 없다.

오늘 작가님의 따끈따끈한 신작 제목은 바로 <나는 봄도 좋고 여름도 좋고 가을이라 겨울도 좋아요>. 봄은 나비가 있어서, 여름은 수영장을 갈 수 있어서, 가을은 단풍잎을 만나고 겨울은 눈 놀이를 해서 좋다는 책이다. 봄은 황사가 싫고 여름은 끈적해서 싫고 가을은 스산해서 싫고 겨울은 추워서 싫은 어른으로서는 어린이 세상의 행복필터가 매일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여러 사정으로 하루 종일 집콕하며 보낸 밤, 어린이는 기다렸다는 듯 "오늘은 행복한게 열 개나 있었어! 아니 스무 개 백 개나 있었어!"라고 소리친다. 무어냐고 물어보니 부루마블 게임한 것도, 밥먹으며 역할놀이 한 것도, 심지어 목욕하고 로션바르며 장난친 것도 행복했단다. 어수선한 동네사정을 걱정하며 거실 구석에 멍때리며 앉아있던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너에게 행복을 백 개나 만드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구나.

일상에서도 행복을 쉽게 찾아내는 어린이의 능력은 언제부터 사라지는 걸까. 아마도 공부 압박에 시달리는 학창시절부터일까? 언젠가는 잃어버릴 능력이겠지만, 조금은 더 오래 간직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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