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과 낯섦이 공존하는 곳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가는 시즌에 집에 콕 박혀있었다.
무더위도 떨칠 겸 폭우가 한참 쏟아진 며칠 뒤에 서울 근교 계곡에 다녀왔다. 계곡물의 시원함이 발 끝을 자극하며 거센 여름의 더위를 누그러뜨렸다. 더위만큼은 잘 견디던 나로선 올여름은 몹시 지치기도 했었는데, 계곡에 흐르는 물을 한참 바라보니 마음 안에 더럽고 굳어진 것들이 세차게 씻어내려 가는 듯했다.
일장하몽一 場夏夢, 가장 긴 꿈을 꾸고 싶은 곳
일 년 중 가장 긴 계절이 되어버린 여름, 하루 중 가장 환상적인 꿈을 꾼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싶을까?
물론 사람마다 떠올리는 것은 다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책과 함께 하고 싶었다.
안빈낙도의 꿈일 수 있고, 마음에 좋은 귀감이 될만한 글을 수집하고 싶다는 갈망은 항상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책방 투어는 읽기라는 행위를 텍스트가 아닌 비주얼로 바꾸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성수동의 <비주얼 콜렉트>란 서점을 찾게 되었다
서점에 들어서자
서점 안의 스피커에서 조금 빠른 박자의 컨템퍼러리 피아노곡이 가득히 울려펴지고, 바깥의 소음들이 일제히 사그라들었다.
이 많고 다양한 책은 그 익숙함으로부터 떨어진 빈 상태(Vacant), 진정한 의미의 바캉스를 위한 여행티켓처럼 보였다.
책을 펼친 후, 무슨 장면이 보일까?
긴 비행기의 여정 없이 대낮에 눈을 뜬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다른 이의 눈을 빌려 본 "실재하고 있는 새로운 세상"이다.
<대낮에 실재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의 일몰 풍경>
새로움은 일상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발로 직접 나서야지만 찾을 수 있다고 착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심리상담을 하면서 융의 정신분석학에 말한 나의 "그림자 자아"를 만나기도 했다. 결국 낯선 나의 관계를 만나는 여정을 통해 새로움을 느꼈다. 또한 뇌는 새로운 자극을 통해 젊어진다고 한다.
자극은 배움이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내면 안의 의식이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다른 것들은 새로워질 수가 없다. 영적으로 새로워진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성경 루카(5.33-39)에서 새 포도주의 비유는 과거의 굳은 지식과 관습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창조를 하는 영적식별을 하는 시기를 맞이해야 할 순간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수도자들은 비워져 있는 곳,
텅 빈 사막에 가서 은둔하여 기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새로워질 수 있으려면 우리가 보는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감각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바라보는 것(See)이 아니라 매우 깊숙이 경외하는 마음(aware) 혹은 그 진가를 받아들이는 마음(appreciate)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중 사로잡았던 Miquel Barcelo 스페인 화가의 도록을 발견했다. 단테의 신곡 북아트 전에서 인상 깊었던 작가였는데 마침 여기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의 그림은 멈추어있지만 살아있다. 그가 만들어낸 리듬과 함께 해양의 신화와 유물, 해양동물들은 바다 우주 속에서 춤추는 듯했다.
바다 우주, 먼 태고시절부터 인류가 두려워하면서도 경외하는 곳
이곳이 내가 또 멀리 떠나지 않고도 그림을 바라보면서 잠시 꿈을 꾸었다. 가상공간처럼 펼쳐진 풍경에 감각적으로 맞닿은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비주얼콜렉트에서 모든 책은 영감을 받아가길 간절히 바라는 주인장의 섬세한 배려로 인해 몇몇 책의 풍경들을 찍어두었다.
그리고 티켓값 대신, 그림책 도록을 덜컥 집었다.
잠자기 전 바다 우주로 떠나고 싶을 때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이 서점을 나오는 길이 아쉬웠다. 좋은 꿈을 놓친 것 같은 그 허탈함처럼 말이다.
책방 정보
<비주얼 콜렉트>
p.s
책방 운영에 도움을 드리고자 방문시 1권씩 구매하는데 Miquel Barcelo Oceanographer를 구매했습니다.
한 동안 연재 글쓰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2회남은 연재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