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친화 콘텐츠 추천] 넷플릭스 드라마 나빌레라, 치매를 대하는 방법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는 이야기잖아.”
“오빠 마음은 알겠는데 오빠가 모시는 건 무리야. 언니랑 오빠 매일 출퇴근도 해야하고..우리가 모실게. “
최근에 감명깊게 보았던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아빠가 치매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이 아버님을 누가 어디에서 모시고 살지 서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가족들이 아버지(극 중 치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마음 속으로 ‘우와..이 가족들 정말 대단하다. 쉬운 일이 아닐텐데 서로 모시겠다고 하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 손녀의 한마디로 인해 위와 같은 가족들의 실랑이가 가장 적절한 치매노인케어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할아버지한테는 안 물어봐? 할아버지가 어디서 살지 왜 여기서 결정하냐고.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건 할아버지 아니야? 아프면 생각도 없어져? 할아버지한테 가장 먼저 물어봐야 되는거 아니야? “
모든 가족들이 그 후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누구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게 맞는 것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고 상상해보았다.
‘내가 나중에 노인이 되어.. 혹시 자립이 불가능한 상황이 온다면..’
나의 주거지, 입을 옷, 먹을 음식, 만나는 사람..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결정을 ‘당하게’ 될 것이다.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있더라도 굉장히 제한적인 선택지가 주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주체성, 독립성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아픈 나를 붙잡아 줄 큰 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이것들을 잃어가는 것이 예를 들어 나의 의견없이 타인에 의해 주거지가 결정된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현재 재학 중인 서울 사이버대학교 노인 복지학과의 치매노인케어 수업 중에 치매를 생각하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사례를 통한 치매노인의 이해>에 관한 내용이었다.
치매는 본인의 생각이나 고민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게 되는 질병이다. 우리는 과연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세계(상황)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르신의 입장에서 보면 걷는 것은 분명히 목적이 있는 행동이다. 어르신의 '내면세계를 잘 이해'하고 '그 세계를 공감할 수 있다'면 케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내용을 배우기 전에는 치매환자를 케어할 때 그들의 내면세계를 이해해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그들의 세계가 흐트러져있기 때문에 아픈 것이고 그들이 큰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더 솔직히 표현하여..그 세계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어르신의 입장에서 보면 걷는 것은 분명히 목적이 있는 행동이다’ 라는 것과 같은 행동을 치매케어의 관점과 치매 환자의 관점에서 해석해주었을 때 머리를 띵 맞은 듯 놀라웠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남을 이해할 때 ‘역지사지’ 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한자성어이다. 상대의 상황을 헤아리고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의 생각과 행동에 접근하면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화가 누그러지기도 한다. 다만 나는 어리석게도.. 이런 역지사지는 정상적인 건강상태의 사람들 사이에서 적용되는 지혜라고 생각하였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것 자체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구분을 해본다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되는 치매 환자의 세계 속에서도 그들만의 이유, 룰이 있다고 바라봐야한다. 이것을 <사람중심의 케어> 라고 봐도 될까? 질병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안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관점이다.
다시 드라마의 장면으로 돌아가보면, 할아버지가 자신이 아픈 것을 알게 된 가족들을 모아두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제 해남이를 (아내)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는 더 자주 이렇게 될것이니 요양원에 들어가겠다고 말한다.
“반대하지마 다들. 내가 살 곳은 내가 정해. 지금 들어가야 적응도 빠르고 새 친구들도 사귀지.
나 소풍갔다고, 여행갔다고 그렇게 생각들해. 자주 보러오면 되잖아”
가족들 그 누구도 아버지의 의견에 이견을 더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마친 후에 딸이 아버지가 혼자계신 방에 들어가 아버지를 설득한다. 자신이 어렸을 때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가지 않았을 나를 생각해서 매일 데리러왔던 것을 기억한다며,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아버지 제발 어디간다고 하시지말고 우리들 옆에 계셔달라고.
“ 아버지가 길을 잃으면 내가 길을 찾아주고, 아버지가 글을 잃으면 내가 글을 가르쳐 줄게. “
결국 아버지는 가족들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원래 살던 집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엔딩이 나온다.
이러한 결말은 바람직한 치매노인케어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아버지의 상태를 알았을 때는 아버지 없이 가족들끼리 아버지의 거처를 결정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아버지와 가족 회의를 하고 난 후, 요양원에 가겠다는 아버지의 의사를 확인하였다. 아마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지내겠다고 내린 결정은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컸을 것이다. 가족들이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는 자신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것이고 그렇게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가족들은 아버지의 의견에 귀기울여주었다. 그 다음, 요양원에 가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살자고 아버지를 설득하였다.
아버지와 가족, 특히 딸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누며 치매노인이 살아온 시간들을 헤아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했던 것. 이전의 장면처럼 아버지를 제외하고 가족들끼리 결정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의 의견을 듣고 팀체제로 가족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설득하는 모습...
치매에 대해 올바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좋은 사례를 만나볼 수 있는 연령친화적인 콘텐츠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