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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저녁은 바쁜 날이다.
아이들의 귀가 시간이 늦기에 저녁밥 먹이고
초스피드로 움직여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상황이다 분주하다 보니 미리 저녁을 준비한다.
“뭐가 있나?” 하며 냉장고 안을 살핀다.
작은 봉지에 담겨 있는 큐브모양으로 잘린 채소들이 보인다.
주일 점심에 먹는 카레 속 채소들이다.
주일에 먹었던지라 저녁 메뉴로 좀 그렇지만,
오늘 저녁과 간식을 위해
카레와 마녀수프 준비를 시작했다.
작은 냄비로 시작했다. 처음은!
냄비가 작은지 점점 밖으로 튀는 게 많아진다.
지저분해진 인덕션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대변한다.
”이런!” 인덕션의 수고를 보며 얼른 더 큰 냄비로 바꾼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단점은 계획된 양보다 초과되어
버려질 수도 있다. (버린다 아니고 버려질 “수도” 있다.)
장점은 양껏, 맘껏 먹을 수 있다.
큰 손, 넉넉함!
이런 내가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마녀수프도 있으니 다이어트도 도전해 보자!
2. 오후에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30분 가까이 아들이 고쳐야 될 부분에 대해 나눴다.
“어떻게 말해줄까?”를 고민하며 기도한다.
띠띠띠띠띠띠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엄마!! 오늘 정말 억울한 일이 있었어.
물론 나도 잘못한 게 있는데 정말 억울해” 라며
들어오자마자 얼굴과 눈시울이 붉어진다.
안아줬다. “그랬구나”
엄마를 보자마자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니
‘3시간가량 얼마나 답답했을까?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아들의 말에 경청하고
”정말 힘들었겠는데? 엄마에게 말해주어 고마워 “라고 안아줬다.
눈물, 콧물 쏟으며 격양된 아들을 보며
‘그런 일에 왜 일어났는지, 왜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
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아들은 더 심하게 억울함을 표현했다.
감정은 격양됐고, 스스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엄마가 어찌할 수 없어.”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엄마는 말해줄 수 없어”
“엄마는 다른 사람의 감정보다 네 감정이 궁금해”
“억울한 일은 왜 일어났을까?”
질문에 질문이 이어지고
결론으로 치닫는다.
“상황을 대하는 태도“
“어른들에게 하는 순종”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 지금의 상황이 주어진 것은
필요한 부분, 고쳐야 할 부분을
다듬어 가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나눴다.
너무나 명확히 이해하고 받아 들어준 아들이 고마웠다.
“엄마, 내일부터 해볼게!!”
마지막에 웃고 안아주는 모습이 으찌나 예쁘던지.
난 참 좋은 엄마다.
감정을 잘 만져주고, 경청한다.
상황에 대해 다 알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다시 들어준다.
수정해야 될 부분에 있어서
함께 고쳐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멋진 엄마.
우리 아들은 나 같은 엄마가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나 늙으면 날 좀 챙겨주기를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