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인도살이에 한 줄기 행복을 찾았으니 그건 바로 Otipy다. 오티피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익일 아침에 배송해주는 앱 기반 서비스다. 간편하게 다운받아 톡톡 클릭 몇 번해주면 다음날 현관문 밖에 초록 바구니가 도착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인도의배송 문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완전 인도판마켓컬리네?한국에 있는 친구 M에게 오티피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인도에 그런 서비스가 있느냐며 충격을 받았다. 벌써 놀라면 안 되는데. 그 외에도 빅배스킷, 빅데일리, 프레시투홈, 블링킷 등 식자재를 배송하는 기업이 몇 개나 더 있는지 마저 알려줘야겠다.
오티피 앱을 켤 때마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오늘은 어떤 놈을 할인하고 있을까. 저번에 시킨 오이가 맛이 좋던데 이번엔 두 묶음을 사볼까. 요절복통 하루를 마무리하며 소파에 드러누워 식자재를 주문한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도가 터져 물바다가 된 바닥을 이삿짐 포장지로 흡수시키겠다고 생난리를 친 사람에게 이보다 평온한 휴식이 또 있을까. 아무런 걱정도 시름도 느껴지지 않는 싱그러운 완두콩과 망고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소확행이다.
시간 약속 어기기를 예사로 아는 인도에서 단 한 번도 아침 7시를 넘기지 않고 칼같이 배달해주는 오티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나라에서 내 맘에 쏙 들게 예쁜 짓만 하는 요물이다. 전날 배송 주문을 넣으면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현관으로 달려간다. 과연 오늘도 잘 도착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면 그 앞에 살포시 놓인 초록 비닐백이 나 좀 데려가 달라고 기다리고 있다. 흡족한 미소를 띠며 양손 가득 집어 들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때로는 주문한 적상추가 시들거려 덩달아 풀이 죽기도 하고,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싱싱한 가지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한다. 색이 고운 파파야에 반해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기도 하고, 바나나가 금방 물러버려 아쉬워하기도 한다. 흠집 없이 깨끗한 토마토 껍질에 안심하기도 하고, 달걀 크기밖에 안 되는 감자를 보며 저걸 언제 다 깔까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이 모든 순간이 나에게 스며들어 용기를 준다. 복장 터지게 재미난 이 나라에서 열심히 먹고 열심히 경험하며 그럭저럭 멋지게 살아볼 힘을 얻는다.
엊그제 주문한 토마토와 피망 맛이 끝내 준다. 송송 썰어 유리볼에 담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듬뿍 둘렀다. 방금 자른 싱싱한 라임을 손으로 힘껏 짜내 두 바퀴 뿌렸더니 세상에 이런 맛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