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외식?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조금이라도 깔끔하고 번듯한 음식점에 들어가면 2인 기준2-3만 원은 우습게 넘어간다. 현지 사정 모르는 이들은 인도 물가 저렴하지 않냐, 먹고사는 걱정은 덜하겠구나 부러워하지만 그건 삼시 세끼 꼬박꼬박 밥 해 먹고 살 때 이야기다.
처음으로 사 먹은 음식은 마르게리따 스몰 사이즈에 베리 프레스카 한 잔이었다. 식사도 팔고 스낵도 파는 가벼운 카페에 들러 메뉴판을 주루룩 훑어보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헉 소리 나는 한국 물가에 익숙한 나머지 여기가 인도란 걸 새까맣게 잊고 이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라니 몹시 훌륭하다며 물개박수를 쳤다.
뭐야, 가격이 달라졌잖아.피자접시를 싹싹 비우고 흐뭇하게 계산을 하려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천 원 정도였던 음식값에 이천 원이나 더 붙은 게 아닌가. 음식을 잘못 시켰나 아니면 값을 뻥튀기했나 눈을 부릅뜨고 영수증을 확인했다. 범인은 세금이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부과 내역을 보며 한국보다지독한 나라에 오고 말았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인도는 세금 털이에 진심인 나라다. 주정부에서 2.5%, 연방정부에서 2.5%, 사이좋게 손잡고 주머니를 털어간다. 직원의 서빙을 누렸으니 서비스료 10%도 빼놓을 수 없다. 기어코 음식값에 15%가 붙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계산법이다. 바지 포켓에 현금 몇 장 찔러 넣고 가볍게 시켜먹었다가 돈 모자랄 뻔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첫 외식이었다.
카페에서 짜이 한 잔을 마셔도 쾅!카레집에서 팔락파니르를 시켜도 쾅! 세금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인도에 와서 식비 좀 아껴보려 했더니만 외식 몇 번에 벌써 10만 원이 후딱 넘었다. 이러다가는잔돈 굴러다니는 통장에동전 소리마저 없어질까싶어일주일에 딱 하루, 토요일 저녁 한 끼만 외식을 하기로 했다.
지난주에 도전한전통음식점에서는 샤히 빠니르 카레를 골랐다.쌀밥에 음료를 추가했을 뿐인데 역시나 2만 원쯤 주고 왔다. 호화스러운 호텔 식당에 간 것도 아니건만 한국 외식물가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이든 인도든 남이 해주는 밥 먹고 살려면 돈 쓸 각오쯤은 해둬야 한다. 그렇다 쳐도 인도 정부가 좀 너무하긴 했지. 그렇게 열심히 뜯어가서 다 어디에 쓰나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