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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망고 May 25. 2022

뭐야, 가격이 달라졌잖아

한국 촌놈의 인도 상륙 80일차(2022.05.25)

인도에서 외식?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조금이라도 깔끔하고 번듯한 음식점에 들어가면 2인 기준 2-3만 원은 우습게 넘어간다. 현지 사정 모르는 이들은 인도 물가 저렴하지 않냐, 먹고사는 걱정은 덜하겠구나 부러워하지만 그건 삼시 세끼 꼬박꼬박 밥 해 먹고 살 때 이야기다.

처음으로 사 먹은 음식은 마르게리따 스몰 사이즈에 베리 프레스카 한 잔이었다. 식사도 팔고 스낵도 파는 가벼운 카페에 들러 메뉴판을 주루룩 훑어보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헉 소리 나는 한국 물가에 익숙한 나머지 여기가 인도란 걸 새까맣게 잊고 이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라니 몹시 훌륭하다며 물개박수를 쳤다.

뭐야, 가격이 달라졌잖아. 피자접시를 싹싹 비우고 흐뭇하게 계산을 하려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천 원 정도였던 음식값에 이천 원이나 더 붙은 게 아닌가. 음식을 잘못 시켰나 아니면 값을 뻥튀기했나 눈을 부릅뜨고 영수증을 확인했다. 범인은 세금이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부과 내역을 보며 한국보다 독한 나라에 오고 말았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인도는 세금 털이에 진심인 나라다. 주정부에서 2.5%, 연방정부에서 2.5%, 사이좋게 손잡고 주머니를 털어간다. 직원의 서빙을 누렸으니 서비스료 10%도 빼놓을 수 없다. 기어코 음식값에 15%가 붙고야 마는 무시무시한 계산법이다. 바지 포켓에 현금 몇 장 찔러 넣고 가볍게 시켜먹었다가 돈 모자랄 뻔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첫 외식이었다.

카페에서 짜이 한 잔을 마셔도 쾅! 카레집에팔락파니르를 시켜도 쾅! 세금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인도에 와서 식비 좀 아껴보려 했더니만 외식 몇 번에 벌써 10만 원이 후딱 넘었다. 이러다가는 잔돈 굴러다니는 통장에 동전 소리마저 없어질까 싶어 일주일에 딱 하루, 토요일 저녁 한 끼만 외식을 하기로 했다.

지난주에 도전한 전통음식점에서는 샤히 빠니르 카레를 골랐다.쌀밥에 음료를 추가했을 뿐인데 역시나 2만 원쯤 주고 왔다. 호화스러운 호텔 식당에 간 것도 아니건만 한국 외식물가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이든 인도든 남이 해주는 먹고 살려면 각오쯤은 해둬야 한다. 그렇다 쳐도 인도 정부가 좀 너무하긴 했지. 그렇게 열심히 뜯어가서 다 어디에 쓰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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