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안 되는 경험은 없다

과학 프로그램을 수강했던 문과생의 이야기

by 엠버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우리 학교에는 "꿈과탐융합프로그램"이라는 과학 프로그램이 있었다. 갓 입학한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엔 생기부를 잘 챙겨야 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은 터라 뭐든 진로에 맞는 활동이 있으면 신청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1학년 학기초 진로시간에 친구들 사이에서 멋있어보이고 싶은(?) 마음과 다들 이과를 선호하는 분위기에 맞춰 생명과학 분야의 진로를 희망한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담임선생님께서 교내에 있는 해당 프로그램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해주셨고, 나는 그날 바로 지원서를 작성해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사실 생명과학에 별로 관심이 있는 학생이 아니었다. 이후 글에서 또 다루겠지만 나는 진심으로 열정을 느끼는 분야가 따로 있는 문과생이었고, 당연히 과학 프로그램도 별로 적성에 맞지 않았다. 다행히 반에 함께 프로그램을 듣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다니긴 했지만, 주로 다루는 활동은 과학 책 읽고 토론하기, 미적분 원리 알아보기같은 활동이었다. 방학에도 학교에 나가서 다양한 도형이 그려진 종이에 실을 매달아보며 무게중심 관련된 수학활동을 할 때는 내가 이걸 왜 해야하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처음엔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한 활동이었는데 점점 시간을 뺏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방학기간에 주어진 PPT발표 과제였다. 주제는 자신의 진로와 과학을 연관시키는 것이었는데, 나는 정말 어떤 주제를 정해야할지 몰라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난 과학과 연관짓기 쉽지 않은 진로를 가지고 있었고, 이전에 했던 주제들과 겹치지 않게 정하려다보니 주제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때 나는 자료를 탐색하다가 화학과 관련된 논문을 하나 읽었다. 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잘 발전시킬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논문들을 하루종일 조사하고 정리해서 PPT자료를 만들었다.


드디어 발표 당일이 되었다. 15명정도씩 조를 나눠서 돌아가며 발표를 하는 활동이었다. 나는 뒷번호였기 때문에 앞에 다른친구들이 발표하는 것을 먼저 들었는데, 과학프로그램인 만큼 문과생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해양자원, 인공지능, 의료 등 친구들이 준비해온 다양한 주제의 발표를 듣다보니 내 차례가 되었다. 그날따라 무서워보였던 과학선생님과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니 아무도 내 주제에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떨렸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발표를 시작하니 집중해서 경청해주었던 친구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준비해온 여러 사례들을 잘 소개하며 발표를 잘 마쳤다. 선생님께서도 발표 후에 내가 조사해온 내용에 대해 질문까지 하시며 관심을 가져주셨고, 이 활동은 생기부에 적혀 인문과 과학을 융합한 발표라는 좋은 내용이 되었다.


이 활동을 통해 느낀 건, 도움이 안 되는 경험은 없다는 것이었다. 내 관심사와 관련이 없다거나 '이걸 해서 어디다 쓰겠어..' 하는 일들도 진로와 잘 연관시켜서 좋은 경험으로 살려내는 건 나의 몫이다. 또한 진로가 아니더라도 책임감과 리더십을 발휘했던 경험으로 녹여낼 수 있다. 나도 1학년 때 과학 관련 활동이 거의 없고 다른과목에 비해 과학 성적이 낮았었는데, 이 활동을 통해 어느정도 보완을 할 수 있었으며, 진로관련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있다는 점을 생기부에 어필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활동에서 확장하여 2~3학년에 연관된 심화활동을 계속 해나가며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일에서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므로 뭐든 열심히 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떤 활동이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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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덧붙이자면 참고로 내가 따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분야는 역사였으며, 당시 '화학을 이용한 문화재 보존처리'라는 주제로 성공적인 발표를 했고 이 활동은 내 기준 고등학교 활동 중 top3안에 드는 좋은 활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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