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깊어지는 밤에도

행복하게 살기

by 엠버

3월 4일


밤 11시 30분이다. 내일은 오후수업이라 느즈막히 일어나도 괜찮지만, 아침에 피아노 연습도 하고 따로 가야할 곳도 있어서 일찍 자야한다. 그렇지만 12시도 되기 전에 잠드는건 왠지 이 하루가 아까워서(?) 글이라도 한 편 쓰고 자려고 한다.


오늘은 개강날이었다. 10시반에 첫 수업이라 나는 7시에 일어났고, 8시에 버스에 탈 계획이었다. 우리집에서 학교까지는 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8시에 나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8시에 버스를 한 번 놓쳤고, 그 다음 버스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가방까지 메고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정말 이러다가 지각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상상하고싶지도 않았다.


결국 버스는 8시 45분에 도착했고, 지하철역을 환승 할 때마다 전력질주 한 결과 10시 20분에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밖은 눈이 오고있었다. 3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이 펑펑 내렸다. 뛰고싶었지만 뛸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답답했다. 캠퍼스는 고등학교에 비하면 너무 넓어서 그 안에서도 지도 어플을 이용해서 길찾기를

해야 할 정도였다. 처음보는 건물로 10분만에 찾아가기란 참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첫 수업에 3분 늦고 말았다. 막 출석을 부르고 계셨는데, 내 이름은 이미 지나간 것 같았다. 첫날이라 점수엔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앞으로 이 수업은 절대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엔 학교 내에 있는 모든 식당이 붐볐다. 혼자 밥을 먹어야하는 상황에 겨우 카페 한 자리를 잡았고, 좋아하는 토마토주스와 크로크무슈를 주문했다. 크로크무슈는 처음 먹어봤는데, 고소한 치즈가 한순간에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줄어드는게 아까울 정도로 맛있어서 천천히 아껴먹었다. 두 시간의 공강이 있어서 그동안 답장하지 못했던 펜팔 연락에도 전부 답장했다. 미국, 독일, 중국 친구와 활발히 대화중인데 서로의 역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가끔 성이나 유물 사진이 올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더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 실제로 나도 펜팔을 하면서 독일사에 관심이 생겨서, 역사학회 동유럽사 조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제 글에 적었듯이 나는 한국사 교양만 3개이고, 1학년이지만 역사학회에 가입해서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 역사인 느낌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삶의 만족도가 정말 높다. 종종 점수를 맞춰서 과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6년넘게 사학과를 지망해왔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과목이다보니 대학 공부에 더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 오늘 오리엔테이션만 들었는데도 얼른 배워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전공을 정말 잘 고른 것 같다.




사실 요즘 고민도 있다. 내가 좋아서 학생회랑 학회에 가입했고, 후회하는 점도 없지만, 계속해서 일정이 겹친다는 점이다. 과에서 하는 LT, MT, 답사 등의 모든 행사는 토요일~일요일로 1박2일인데, 나는 교회에서 반주자이자 교사이기 때문에 모든 과 행사는 다 불참해야하는 상황이다.


학생회에 들어갈 때, 토요일 하루만이라도 참여하겠다고 굳은 의지로 어필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하려고보니 상황이 참 쉽지 않았다. 어차피 토요일 밤에 다시 돌아와야하는데, 고작 1~2시간 같이 놀기 위해 왕복 7시간을 왔다갔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도 마음같아선 과 행사에 다 참여하면서 사람들이랑도 친해지고 싶고, 학생회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지원해놓고, 행사에는 다 불참하는 것도 너무 불성실해보여서 마음에 걸린다.


그렇지만 나는 3월부터 반주자 자리를 맡게되었고, 이제 고작 한 번 했을 뿐인데 둘째 주부터 학교 일때문에 빠진다고 하는 것 또한 불성실해보이는 상황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한 곳에서는 불성실한 사람이 되는 상황이기에 참 고민이 많다. 이럴 줄은 몰랐는데, 역시 하고싶은 걸 다 하고 사는건 참 힘든 일인 것 같다.

내일까지 학생회 LT수요조사가 마감인데 사실상 나를 빼고는 전부 참여하는 상황이라 섣불리 X를 누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하루종일 고민했지만 사실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아마도 난 교회에 갈 것 같다. 차마 ‘불참‘이라는 버튼을 누르진 못하겠지만, 우선은 기권으로 남겨둘 생각이다.


역사학회 또한 발표회 시간이 수업시간과 겹친다. 그래서 참여하려면 수업에 ‘출석 인정 서류’를 제출하고 결석해여한다. 사실 첫 모임이기때문에 참여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다 수업에 빠지고 참석하는 분위기였다. 대학교는 원래 이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1학년부터 수업에 빠지기는 괜히 눈치가 보여서 이 세미나 또한 못 갈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동아리나 학회도 내가 감당할 자격이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를 때가 많아서 초장부터 혼란스럽다. 우선은 조금 적응해봐야 알겠지만, 학교 행사 말고도 동기,선배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과에 강의가

겹치는 사람도 없고 친구도 아무도 없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외톨이가 될까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참에 고독한 대학생이 되어보는 건 어떨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 말이 부디 현실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다보니 글이 너무 두서없이 길어졌다.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얼른 마무리지어야겠다.


원래는 글의 마지막에 교훈을 던지고 끝내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오늘은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평범하게 끝내려고 한다.


내일은 8시쯤 일어날 예정이다. 1교시를 잡지 않은 것은 올해 들어 가장 잘 한 일들 중 하나이다. 덕분에 조금더 여유있게 준비할 시간을 얻었다. 1시간 수업을 위해 4시간을 통학해야하는 일정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재밌어서 할 만 한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떤 수업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어느덧 12시가 넘어버렸기에 이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 긴 글을 읽은 모두가 힘찬 내일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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