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살기
7월 10일
사실 오늘은 글을 쓸 주제가 생각나지 않는다. 무언가 울림이 있고 교훈이 있는 글을 적고 싶은데, 요즘 날씨의 영향으로 일주일 내내 집에만 있다보니 마땅히 특별한 경험이나 사건이 없다. 물론 집에서도 영감을 받아 글을 적을 수 있겠지만, 나는 방학 이후에 매일 비슷한 루틴으로 하루를 살기에 마지막으로 글을 적은 월요일과 오늘의 하루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글을 적기 위해선 어느정도 다채로운 삶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이번주에 밤 낮이 바뀐 삶을 살았다. 학교에서 조별 발표를 할 일이 있어 자료조사를 해야 했는데, 그 마무리가 잘 되지 않고 아무리 찾아도 원하는 자료가 나오지 않아 결국 마감기한을 하루 남기고 밤을 완전히 새웠다. 새벽 5시부터 해가 뜨기 시작하더니 내가 어느정도 할 일을 마무리한 7시에는 창 밖이 벌써 환해져 있었다. 7시에 아빠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책상에서 잠들어서 세 시간을 잤다.
그렇게 세 시간만 자고 하루를 시작한 날은 이상할만큼 기운이 나고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몸이라는 하나의 시계는 잠시 나에게 시간을 빌려줬을 뿐이었고, 나는 다음 날 12시간동안 숙면을 취한 뒤 낮 12시가 되어서야 일어났고, 오후에도 잠에 취한 채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렇게 되다보니 어젯밤엔 또 잠이 오지 않아 새벽 다섯 시까지 한국사 공부를 하고, 오늘은 침대에 누운 지 세 시간도 안 된 오전 8시에 일어났다. 사실 무슨 정신력이 있어서 이렇게 깨어있는 상태로 글까지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소에 6시간 이하로 자면 피곤해서 하루를 망치던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에도 시험기간에 밤을 새면서 공부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밤을 새면 다음날 하루가 망가진다며 무조건 내가 잠들고 나서 주무시던 엄마의 영향도 많이 있었겠지만, 점점 크면서 깨어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대학교에 오고 나서 툭하면 밤을 새거나 새벽 4~5시에 잠드는 게 일상이 되었다. 고등학생 까지만 해도 커피는 절대 입에 대지 않았는데, 어느새 텀블러에 아메리카노를 가득 담아 마시는 어른이 되었다. 어릴 적 나는 쓴 아메리카노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마시는 사람들이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노트북앞에 앉아 일을 하는 회사원의 이미지는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어른 그 자체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어른이 되고, 의도치 않게 내가 꿈꾸던 그 모습을 이렇게 글을 쓰며 발견하다보니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른이 되니 내가 몇 시에 잤는지, 무슨 음료를 마시는지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관심있는건 내가 몇 시간을 잤고, 얼마나 많은 카페인을 마셨는지가 아니라 내가 한 명의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얼마나 많은 능력치를 보여줄 수 있는가였다. 그리고 이젠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사실 밤에 할 수 있는 일은, 낮에 조금만 집중하면 다 끝낼 수 있는 일들이다!
요즘 여러 일정을 앞두고 해야할 일이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고, 하나의 일을 하는 와중에 또 다른 일이 생기는데 통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할 일은 많지만, 막상 빼곡한 플래너를 보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 하루종일 할 일들을 피해 돌아다니다 밤이 되어서야 높게 쌓인 to-do리스트 앞에 작아진 나를 발견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할 일들이 정말 많았지만, 하루 종일 의도치 않게 시간을 써야할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우왕좌왕 하루를 보내다보니 어느새 밤 9시 반이 되었다.
세 시간 밖에 못 잔 상황이라, 오늘은 조금 일찍 자고싶었는데 동생에게 10시반에 공부를 알려주기로 해서 12시 가까이 되어야 침대에 누울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9시에 얼른 끝내고 싶었으나, 동생이 갑자기 밤에 달리기를 하고 와서 공부를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일정이 뒤로 밀렸으니 이것도 의도치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
플래너에 적은 할 일들은 아직 많이 밀려있고, 그 중에는 며칠 째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들도 있지만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다음 주부터 해외 답사 일정이 있는데, 지금 밤 낮이 바뀌어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글은 앞에서 어떤 내용으로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두서없이 하고싶은 말을 잔뜩 적은 것 같다. 무언가 깨달음을 주는 글을 적고싶었지만, 아무 생각과 계획 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 무작정 글을 적으니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발행하지 못하고 그저 저장만 해둔 글이 한 두개가 아닌데, 이제부터는 이런 단순한 일기들도 하루의 기록이 될 수 있으니 나의 매거진에 차곡차곡 올려두어야겠다. 원래 내가 이 매거진 연재를 시작한 목적처럼, 언젠가 미래의 내가 다시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내일도 무더위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