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고등학교 시절 김종길 시인의 <바다에서>라는 시를 참 좋아했다.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면서 이 시를 처음 접했었는데, 시의 내용이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느낌이라 한동안 계속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특히 마지막 연인 "슬픔이 설사 또한 바다만 하기로 나는 뉘우치지 않을 나의 하늘을 꿈꾸노라"라는 부분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 글을 수험생활 좌우명으로 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지금 돌아보면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누구보다 치열했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채워가려고 노력했었다. 어떻게 보면 그런 노력 덕분에 나의 학창시절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완벽주의같은 성격이 때로는 나에게 힘듦을 안겨주기도 했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위의 시처럼 바다같은 슬픔을 느꼈던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힘들었던 고등학교에서 묵묵히 공부할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것은 '나중에 이 시기를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성인이 된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나의 모습을 뉘우치지 않기를 바랐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후회가 없었으면 했다. 아침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혼자 공부할 때도, 새벽에 나가 한밤중에 들어오는 삶을 매일 반복할 때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에게 내가 열심히 하고있다는 기억을 남겨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제목에 적은 <바다에서>라는 시의 한 구절은 나의 학창시절 원동력을 압축해주는 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나는 아무리 슬프고 힘든 일이 바다처럼 가득하더라도 뉘우치지않을 나의 하늘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 다짐을 지켜나가며 학교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된 내가 고등학교시절 나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그 소중했던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흑백사진처럼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에 내 곁에서 소소한 행복을 함께 만들어주며 나의 사진에 색을 입혀주었던 추억들도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에세이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울림을 주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분명 끝이 있다는 믿음과 후회없이 살고싶다는 마음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소소한 행복들로 채우며 묵묵히 걸어온 나의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일상의 작은 힘과 위로 그리고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