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걷는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감정이 뒤엉킬수록,
나는 땀을 흘리는 일을 택한다.
날이 덥든 춥든, 계절이 바뀌든 말든
몸을 움직이며 흘리는 땀은
단순히 체온을 조절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진다.
그건 일종의 정화, 그리고 회복의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오래도록 쌓여있는 찌꺼기가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 미처 처리하지 못한 상처들,
눈에 보이진 않지만 틈틈이 들여다보면
내 안에 쌓인 작은 돌멩이 같은 것들...
그 무게들은 자칫하면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유 모를 짜증, 설명할 수 없는 불안,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지는 내 모습이
결국 그 찌꺼기들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다.
그럴 때면 조용히 몸을 움직여 본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거나,
동네를 빠르게 걸어도 보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홈트 영상을 보며 따라 하기도 하고,
때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몸을 바쁘게 움직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이
내 마음속 무게를 조금씩 씻어내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과학적으로도 땀은 단순한 배출이 아니다.
우리 몸은 땀을 통해 체내 열을 식히고, 독소를 배출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춘다.
운동을 통해 흘린 땀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우울감과 불안함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일수록 기분이 나아지는 이유는,
단지 운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내 안의 응어리들이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마음이 복잡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우는 일이 되기도 한다.
반면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일은
그 자체로 감정의 흐름을 바꾸고,
정체된 마음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우리는 때때로 감정을 너무 머리로만 해결하려 든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그 생각이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하지만, 땀은 말없이도 나를 회복시켜 준다.
논리적이지 않아도, 땀을 흘리고 난 뒤
가슴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직접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힘을 믿게 된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창틀의 먼지를 닦고, 욕실의 물 때를 벗겨내며
내 몸에선 작은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그 땀은 단지 더러움을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불편함과 답답함까지도 함께 털어내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땀은, 삶의 막힌 숨구멍을 열어주는 존재다.
의욕이 없을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면
생각보다 빨리 감정이 환기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다.
마음의 병이 몸에 영향을 주고,
몸의 피로가 마음까지 갉아먹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회복도 가능하다.
몸을 움직여 흐르는 땀은
굳어 있던 감정을 부드럽게 흘러가게 해 주고,
조용히 그 무게를 덜어내기 시작한다.
지금 내 마음이 무겁고,
무언가가 막혀 있는 듯 답답하다면
아주 잠깐,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보자.
땀이 흐르면, 감정도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흘리는 땀방울은 수치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빠른 회복의 확실한 증거 된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흘린 노력의 결과이며,
마음의 창문을 다시 열어주는
아주 다정하고 묵묵한 방법이다.
오늘, 당신도
그 회복의 땀을 한 번 흘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