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od moring ~이고 싶어....]
언제부턴가 매일 아침마다 휴대폰에서 활기찬 인사가 쏟아진다.
단톡방, 뉴스레터, 심지어 유튜브까지 다들 눈 뜨자마자 ‘좋은 아침’을 외친다.
어떤 날은 몸이 찌뿌둥하고 눈꺼풀이 천근만근이고,
해야 할 일은 줄줄이 대기 중이라 몸과 마음이 무거운 날은 아침이 싫어지기도 한다.
간신히 몸을 움직이고 익숙한 습관대로 아침에 해야 할 것들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이른 점심을 먹을 시간... 오후가 돼서야 몸과 마음이 풀려서 조금씩 웃게 된다.
이런 아침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나에게 굿모닝~의 인사는 어색하고 낯설었다.
중년의 직장인이라면, 혹은 아이들을 둔 학부모라면,
아침 풍경은 모두 비슷하다 못해 복붙(복사 붙여 넣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쯤 뜬 눈으로 혼미한 정신으로 가족들 아침 준비에,
밥과 국을 동시에 가스레인지 2구 풀가동하고,
그러는 사이 씻고, 출근 준비하며, 아이들 깨우고 씻긴다.
아이들 입에 밥 한 숟갈 넣어주며 옷 입히고, 가방 챙겨주고, 머리 묶어주고
엄마 아빠도 정신없이 준비하고 각자의 전장으로 뛰쳐나간다.
어른은 회사로, 아이는 어린이집과 학교로...
누가 봐도 ‘전쟁터’다.
기혼자들에 비하면 싱글인 나의 아침은 매우 여유롭다.
돼돌아보니 나만의 아침을 “좋은 아침”으로 맞이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몇 해 전 미라클 모닝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운동하고, 영어 공부까지 하는,...
SNS에는 “내 아침 루틴을 공유해요~” 같은 글들이 넘쳐났다.
나도 잠깐 몇 개월 따라 해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나의 아침은, 그런 화사한 SNS 속 아침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벽기상해서 책을 잠깐 읽고 명상을 하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하루 종일 비몽사몽으로 일하다 보니 더 쉽게 피곤하고 지치고
수업의 질도 떨어지게 되는 것을 느끼며,
미라클 모닝, 새벽기상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그러면, 나만의 굿모닝을 내가 만들어보면 어떨까?
나만의‘미라클 모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거창하게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건 무리였다.
그냥, 평소보다 30분만 일찍 일어나 보기로 했다.
알람이 울리고, 커튼 사이로 햇살이 아주 살짝 들어올 즈음.
조용한 음악을 켜고,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10분간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볍게 눈을 감고 명상한다.
책을 잠깐 읽기도 하고, 아무 말이나 다이어리에 짧게나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감사 일기’였다.
오늘도 무사히 일어났고, 마실 따뜻한 물이 있고,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감사함에 대해 쓰다 보니 감사할 게 의외로 많았다.
놀랍게도 그렇게 쓰다 보니 글이 점점 길어졌다.
어느 날은 제목까지 붙여 나의 생각을 쓰게 되고,
어느 날은 그동안 친구들에게조차 하지 못했던 깊은 속마음을 꺼내어 쓰고 있었다.
어느새 ‘일기’라기보다, ‘나를 위한 편지’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아침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이불속이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이 꿈틀거리고
몸은 프라이팬에 눌어붙은 인절미 같지만,
나만의 아침이라는 시간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고,
그 안에 "나를 위한 자리"가 생긴 것 같았다.
그냥 눈 뜨고 움직이는 시간이 아니라,
조금은 ‘살아 있는’ 조금은 ‘뿌듯한 느낌’이 드는 시간이 되었다.
누가 아침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조금 웃으며 고개를 갸웃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진짜 굿모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 아침, 내 마음에 이렇게 인사했다.
“Good moring, 나야.”
며칠 전 우연히 방송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굿모닝이 아니어도, 그냥 굿모닝이라고 말해보세요.
그러면 정말 굿모닝이 되거든요.”
그 말이 묘하게 마음속에 박혔다.
처음엔 웃음이 났다.
이렇게 간단한 주문 같은 말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지만 어쩐지, 진짜 그럴 것 같았다.
내가 나에게 “굿모닝”이라고 말해주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든다.
멀리서 따뜻한 햇살이 내 온몸으로 들어오듯
“굿 모닝 ”이라고 말하니 좋은 아침이 되어 가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정신없고 엉망일지라도
그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속삭인다.
“굿모닝,~~오늘도 잘 살아보자.”
말하는 대로, 굿모닝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