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교사의 시선에서 본 소고

by Ambermom

어느 초등학교에서 체육대회를 단 2시간 30분 정도 하면서,

주변 아파트 주민들에게 “죄송해요! 저희 조금만 놀게요!”라고 소리치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시끄럽다고 정말 많은 민원을 받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언제부터 학교의 정당한 교육행사가 주민들의 민원의 대상이 된 걸까요. 그 영상을 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저희 학교도 비슷한 민원전화를 받았습니다. 불과 2주 전 체육대회 날에요.

민원의 절반은 쌍욕이었고 절반은 본인이 낮잠을 자다 깼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저희 학교 학생들이, 교사들이 정당하게 교육행사를 진행하는데, 저희가 왜 죄송하다고 해야 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함성을 지르는 게 그렇게 격 떨어지는 항의를 받을만한 일인지요.


하지만, 기억해야 할 사실은, 학교에서는 소소하게 보람차고 행복한 일들이 매일매일 작은 순간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그런 작은 순간의 힘으로 하루를 버팁니다.


졸업한 아이들이 삼삼오오 작은 돈을 모아 비타민 음료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으며, “선생님~~” 하는 그 몽글몽글한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합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5월이어서 그런지 졸업생들에게서 문자와 전화를 받으며, “그래, 이 맛에 내가 현장에 남아있지.”라고 다시 저를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스승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간지러운 단어로만 들립니다.


그저 무사히, 교권이 침해당하는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도 감사한 요즘,

존경과 사랑이 그리 대수인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 자신이, 20년 전에는 그토록 열정적이었던 제가 이런 문장을 썼다는 것이,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람찬 마음 반, 그리고 “현타”로 찌든 마음 반, 이런 대조적인 감정이 엉켜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스승의 날을 차라리 없애고, 노동절에 다 같이 쉬자고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맞아요. 저는 제가 감정 서비스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학부모님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 때가 많습니다.


스승의 날은 더 이상 의무적으로 챙겨야 할 날도, 진심으로 선생님께 마음을 표현하는 날도 아니게 된 요즘입니다.

스승의 날이라고 기념을 하자니, 또, 학부모에게 민원이 들어올까 관리자분들은 노심초사하십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매우 조용하게 여느 날처럼 공문처리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정상수업을 했습니다.

아침 조회를 다녀온 담임 선생님들께서 학교 학생회에서 준비한 “담임선생님 상장”을 받아 들고 옅은 미소를 띠며 교무실로 들어오십니다.

교무실로 돌아온 담임선생님들은 서로에게 자랑도 없이 아주 조용히 조회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저 노트북 타이핑 소리만이 교무실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직을 맡아서 담임이 없기에, 아침 조회시간에 상장은 받지 못했습니다. 복도에서 지나가는 아이들이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라고 웃으며 인사해 주어서 그걸로 만족합니다.


스승의 날, 1교시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너무 예뻐하는, 사랑스러운 고1 학생들이 모여있는 반입니다.

교실에 들어서자, 스승의 날이라고, 귀여운 꼬물이들이 칠판에 풍선도 붙이고, 나름의 방법으로 예쁘게 꾸며 놓았었습니다.


1학년 열두 개의 반이 있는 복도에서, 스승의 날이라고 교실이 꾸며진 반은 지금 제가 수업을 들어가는 반이 유일했습니다. 제가 처음 발령받던 시기, 모든 반이 축제 분위기 같던, 그런 스승의 날의 풍경과는 사뭇 다릅니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갔을 때, 평소에 그렇게 예쁘던 아이들의 태도는 축제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어요.

오늘 아침부터 보슬비도 내리고 날씨가 전반적으로 우중충해서인지,

교실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물에 젖은 목화솜이불처럼 무거웠습니다.

제가 들어서자 아이들은 기운 없이, “와~ 축하해요 샘~”하고 힘겹게 박수를 쳤습니다.

저도 멋쩍게 “고마워 얘들아.”라고 응했습니다.


빗길을 걸어 학교에 오고, 1교시부터 힘든 영어수업을 들어야 하는 아이들이

그래도 최선을 다해 박수를 쳐주는 걸 보며,

아직은 정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에, 저도 남아 있는 희망을 꼭 쥐고 놓치지 않으려 다짐합니다.

이런 작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희망을 매일 간직하기엔 가끔, 아니, 조금 자주, 기운이 빠질 때가 있어요.

선을 넘는 (일부) 아이들을 마주하며, 욕설이 섞인 (일부) 학부모 민원을 받으며, 허공을 떠도는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하며… 사실 기운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와 상담을 하다, 그 아이의 무례함에, 너무 속상해서, “너 학원에서도 이러니, 알바도 한다며, 사장님한테도 이렇게 말해? 적어도 인간대 인간으로 예의는 갖춰 말해야지.”라고 했더니,

“학원은 돈을 내잖아요. 사장님은 돈을 주시고요.”

무상으로 교육을 받으니,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이 그러한 무시와 천대에도 불구하고 사명감으로 한 명도 놓치지 않고 많은 부분(수행평가와 생활지도 모든 면에서)을 챙겨주니,

“학교 선생님은 그렇게 막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말하면 위험하세요.” “선생님, 요즘에 교권 추락해서 그렇게 행동하면 곤란하세요.” 이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뱉는 학생들이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 가시 돋친 말이, 화살이 되어 저의 마음을 찔러 버립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자면,

제가 재직하는 학교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어른에게 예의 바른 아이들입니다.)


힘에는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힘의 방향이 한쪽으로 쏠린 것 같아 균형의 추를 다시 맞추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2025년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은 교사가 보호를 받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힘없이 당하기만 하는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무너진 힘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저, 학교와 교실을 “아직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교사로서, 한 가지 소망을 말해 보자면, 가르쳤을 때 보람이 있고, 나도 사람으로서 존중을 받고 있고, 적어도 나도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고 생각하며 일하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싶습니다.


여느 다른 노동자분들처럼, 저희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올바르고 정당한 교육행사와 훈육조차 가능하지 않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교육현장이 아니니까요.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더 이상 병들면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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