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불편한 진실 Native Speakerism
영어그림책으로 영어를 어떻게 배우면 좋을까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
제가 너무 거창하게도 세계관을 들먹이고 있어요.
하지만, 영어그림책으로 한국어-영어를 조화롭게 써가며 생각을 성장시키고 또한 영어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영어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금만 더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native speakerism (원어민처럼 말하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다 그렇지 않겠지만, 많은 한국인에게 뿌리 깊은 “native speakerism”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원어민처럼 영어를 해야 한다 (발음, 언어형식 등)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에게 “영어 네이티브”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서 native speaker라면 첫 번째 이미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
여기서 native는 미국에 사는 백인 중산층을 의미하고, 그 사람들처럼 말하고, 글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통상적으로 의미합니다.
Standard English라고 소위 불리는 언어형식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런 언어형식이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이미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다양한 미국이란 나라에서, 영어는 공식언어입니다.
하지만, 다양성이 핵심인 나라에서 단일성을 상징하는 standard English라는 것은 하나의 정답이 있다는 뜻밖에는 되질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마다 각각의 억양과 독특한 발음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인데, 마치 정답이 정해진 것처럼 “스탠다드(기준)”을 정해버린 일종의 “관념”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처럼 온라인을 통한 문화교류가 활발하고, 소통이 전 지구적으로 24시간 이루어지며,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는 더더욱이나 “순수한” 한 가지의 언어는 존재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른 문화권의 언어와 섞이지 않는 순수한 한 가지 언어를 쓰는 곳이 있다면,
쇄국정책을 펼치는 나라이거나
아직 문명의 교류를 하지 않은 태고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지의 섬 같은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단일언어, 단일인종,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이, 지금처럼 국가 간, 문화 간, 심지어 언어 간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시대에 과연 어울리는 관념인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Standard English를 구사하는 native가 있고, 그렇게 말해야만 한다라고 단정하는 순간, 정답인 영어와 그렇지 않은 이분법적 영어교육이 탄생합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또는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 들리던 영어 기억하시나요?
영어교과서에는 “미국 중산층 백인” 영어라고 “생각되는” 언어형식이 지배적입니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에서 자주 들리는 영어는 교과서에 잘 실리지 않아요.
그렇다면, 16살 희주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K-POP 스타를 좋아하는 희주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입니다.
자신감 넘치고 활발한 희주라고 하더라도, 희주가 영어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이 아이는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음, 희주는 한국에서 배운 거 치고는 꽤 발음이 좋네.”
“희주가 영어로 에세이를 쓴 거야?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어순에 오류가 있네.”
꽤 발음이 좋다는 것은 아마 Standard English처럼 발음했다는 뜻으로 말했을 확률이 높아요.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올바른 영어를 습득하는데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치부합니다.
“원어민”이다 아니다를 나누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정답이 있다 없다”를 말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희주는 희주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영어를 배우고 있으며, 성장하는 중입니다.
원어민처럼 잘한다 못한다의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식 영어교육을 받고 자란 어른들이 “난 영어 못해”라는 생각을 가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저 우리는 영어를 배우고, 익히고, 하면서, 성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틀렸다, 오류가 있다라고 말하며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처음부터 영어를 못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영어어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거나 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오류가 생긴 것이 아니라, 그저 성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국어를 하면서도 우리는 한국어도 성장하고 있어요. 영어를 하면서도 우리의 영어는 성장 중입니다.
그리고 한국어와 영어는 같이 맞물리며 성장하고 있어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생각하고 말한다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겁니다.
제발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ㅠㅠ
여러분의 빛나는 성장을 응원합니다.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마음도 따뜻한 설날 보내세요!
보고 싶던 드라마, 영화도 실컷 보시면서 편안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