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지난주에서 조금 더 확장하여 제가 생각하는 영어교육 방향에 대한 이론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벌써부터 하품이... 나오신다면...ㅠㅠ 그래도 읽어주실 거죠? :)

Monolingualism에서 Dynamic Bilingualism으로
(단일 언어주의에서 역동적인 이중언어로)
아래 대화를 볼게요.
민주: 희주야, 오늘 레스토랑 예약 컨펌했어?
희주: 캐치테이블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잠시만. 나 폰 확인하는 동안 엘리베이터 버튼 좀 눌러줄래?
민주와 희주의 대화는 모두 순수 한국말처럼 들리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한국어-영어를 섞어 쓰는 bilingual처럼 자연스레 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sns, youtube 등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21세기에는 더 이상 한 나라에 순수한 한 가지 언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믿어왔던” 순수한 native English, white middle class standard English (백인 중산층 원어민)라는 개념과 배치되고 있습니다.
즉, 여태껏 한국의 영어교육을 지배해 왔던 monolingualism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의 영어교육은 정답인 Standard English (표준영어)가 있고, 그것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지호라는 5살 아이가 아직 아이에게는 새로운 단어인 elephant를 배우려고 합니다.
머릿속에 “코끼리”라는 단어와 그와 매치되는 “커다랗고 회색인 코가 긴 동물” 이미지가 떠올라야겠죠. 이 배경지식이 있어야 elephant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즉, 지호의 머릿속에서는 한국어-영어가 결합되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촘촘한 망이 계속해서 “직조”되고 있을 거예요. 아래 그림처럼요.
한국어 정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씨실 위에, 영어라는 날실이 결합되어 서로 엮이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그리고 화려한 색의, 하나의 직조물을 만들어가는 것이 영어학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영어교육의 새로운 세계관은 한국어-영어가 같이 성장하는 dynamic bilingualism (역동적 이중언어능력)에 기초하고 있어요.
헐.. 말이 되냐? 내가 bilingual이라고?
네! 맞습니다. 성장 중인 bilingual이십니다.
idealized monolingualism (이상적인 단일언어 주의) 관점에서 보면, 영어학습자는
영어를 마스터해 나아가지만 언제나 standard (기준)를 충족하지 못하는 English learner with limited proficiency (부족한 능력을 가진 영어학습자)입니다.
즉, 수동적으로 “배우는”것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 부족한 학습자라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혹여, 여태껏, 나 자신을 “부족한 능력을 가진 영어학습자”라고 스스로 단정하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세계관의 전환, 더 거창하게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Dynamic Bilingualism의 시각으로 보세요. 영어는 성장 중입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많은 중고등학생들은 영어가 성장 중인 학습자이기 때문에 emergent bilingual (성장 중인 bilingual)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이 원하는 영어학습의 최종 목표는 바로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bilingual이 되는 것일 것 같아요.
한국인끼리 대화할 때는 논리적으로 한국말로 대화를 하다가,
미국인 친구와 대화할 때에는 또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는 아이로 성장하길 많은 부모님들이 바라실 거예요.
우리 머릿속에서, 우리는 한국어로 된 지식과 경험과 대화하고 있고, 동시에 영어로 된 지식과 경험과도 대화하고 있어요.
이 모습은 한국어, 영어 스위치를 껐다 켜는 모습이 아니라,
한국어, 영어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바다처럼 존재하고
한국어, 영어라는 파도가 계속 섞이고 소용돌이치는 모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섞고, 한국어 문장을 말했다가 영어 문장을 말하기도 하는 모습입니다.
탄탄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 영어공부는, 한국어-영어의 날씰 씨실이 촘촘하게 연결되며,
이러한 탄탄한 직조물은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영어학습자가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저게 되겠어?
네, 됩니다. 차근차근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면요.
Dynamic Bilingualism으로 바라본 영어교육 세계관
1)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학생들이 영어로 말하거나 글을 쓰는 데 있어, "실수"라기보다는 "과정"으로 간주합니다.
2) 그리고, 영어교육을 하는 데 있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국어의 탄탄한 바탕 위에 영어를 엮는 것이니까요.
3) 영어 말하기, 쓰기에서 한국어를 섞어 써서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섞어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도 한국어-영어를 섞어 쓰니까요.
이러한 방식은 사실 중고등학교 수업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교사라면 많이 공감하실거에요.
하지만, 저의 이러한 새로운 세계관에 놀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많이 듣는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1. 영어는 영어로 가르쳐야죠. 그래야 input이 많아져서 output도 많은 거예요.
우리는 한국어의 영향을 받고, 한국어 세계관과 대화하고 있으며, 한국어를 매개로 영어로 된 책을 읽고, 영어로 말하는 중에도 한국어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최대한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저의 답은 “한국어를 최대한 활용하라”입니다.
영어로 아무리 input을 많이 넣는다 하더라도, 그것과 매치될 수 있는 한국어 씨실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영어는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아이들의 한국어 성장배경 및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는 무시한다는 말과 같아요. 아이들이 교실로 가지고 들어오는 여러 소중한 문화적 배경 및 지식들을 존중하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어-영어가 균형 있게 발달하는 게 더 좋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만약 저 질문이 맞다면, 우리는 프랑스어도 프랑스어로, 독일어는 독일어로, 일본어는 일본어로, 아랍어는 아랍어로만 배워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2. 영어는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어교육과 대학생들에게 한국어-영어를 동시에 써도 된다는 이론을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일단, 이 질문을 현장에 있는 중고등학교 영어교사들에게 먼저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정말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고 계실까요? 물론, 일부 국제고 같은 곳에서는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실은 어떨까요?
저 또한 학부생 시절, 지금의 영어교육과 학부생들처럼 영어를 최대한 활용하여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훈련을 받았고, 임용시험을 보고 학교현장에 나갔습니다. 상아탑에 갇혀 중고등학교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배운 훈련 방식은 학교 교실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적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교 때 배운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방식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이이거나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방법이었어요.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영어가 아직 발달 중입니다. 즉, 한국어로 소통을 훨씬 잘하지요. 이 아이들에게는 한국어로 된 날실이 이미 촘촘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이 날씨위에 영어라는 씨실을 잘 끼워 넣어 주고 더 촘촘하게 성장시켜 주면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어로 된 학생들의 배경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해 주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교수방법입니다. 그래야 더 예쁘고 촘촘한 한국어-영어로 직조된 퀼트가 만들어지겠죠.
영어 문법이나 영어 텍스트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 드라마의 명장면이나, K-POP 노래가사등을 이용하면 아이들이 영어수업에 더 잘 몰입하고 선생님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실제로 이러한 수업에 아이들은 열광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다소 딱딱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학생들이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한 방법으로,
그리고 영어교실은 보다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영어교육 방법에 대한 저의 고민만큼은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소 딱딱한 내용, 그리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러분의 빛나는 성장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