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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Nov 07. 2021

바다를 두고 왔다

나의 여행_03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바다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여러 번 바다를 두고 왔다. 절대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은데도 늘 그랬다.

그것은 마치 어린 아이에게 내일은 절대 아무 데도 안 갈게..라고 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이면 엄마 출근해야 해..를 외우며 아이를 어놓고 길을 나서는 어느 아이엄마의 하릴없는 거짓말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고를 저지르고 나서 다시는 안 그러겠노라고 엄마와 새끼손가락을 거는 어린아이의 순진한 약속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늘 다짐했었다. 절대 바다를 떠나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그 다짐의 횟수만큼 나는 바다를 떠났다.

바다 앞에서 나는 아이 엄마도 되었고, 어린 아이도 되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다가 되었다. 바다는 습관처럼 그를 떠났다가 지친 어깨로 돌아오는 나를 한 번도 탓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바다뿐이었다. 언제나 품을 열어주는 것도 바다뿐이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왜 바다가 그리 좋냐고. 나는 당황했다. 그건 나에게 너는 왜 너냐고 묻는 것이었고, 바다에게 너는 왜 바다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나는 말없이 그 사람마저도 품어 안는 바다가 되었다.

그런 바다를 또 두고 왔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눈으로 소금물을 내보내는 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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