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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Oct 01. 2023

주상절리, 시간이 멈춘 곳

나의 여행 _26

휴일 사이에 끼어 있던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이 됨에 따라 9월에서 10월까지 이어지는 6일의 연휴가 생겼다. 부서도 옮기고 내 포지션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이래저래 알게 모르게 지쳐 있던 나에게는 사막에서 만난 단비와 같은 연휴였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일하는 도중에도 마지막 부분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9월 달력을 힐끔거리기를 몇 번이나 했던지.


6일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준비하기에는 다소 늦어서 우리 가족은 경주여행을 하기로 했다. 경주에 남편의 친구가 운영하는 호텔이 있어서 그 곳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연휴 첫날을 피해 추석 당일에 내려갔는데도 길은 엄청 막혀서 중간에 쉰 시간 2시간을 포함하더라도 거의 9시간이 걸려서야 우리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주여행 중 오늘은 양남면에 있는 주상절리를 보러 갔다. 이곳은 몇 년 전 남편과 둘이 경주여행을 하며 알게 된 곳인데, 주상절리는 이름처럼 보통 기둥 모양으로 서 있지만 여기는 바다 가운데 부챗살 모양으로 퍼져 있어서 그 특이한 모습을 보러 사람들이 꽤나 많이 온다. 게다가 오늘은 연휴라 사람들이 어디에나 많아서 주상절리 주차장은 물론 인근에도 차를 댈 데가 없을 정도였다.


주상절리는 아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마그마가 급격한 온도 변화로 식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주상절리를 보면 생겨날 무렵의 지질현상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시간이 딱 그 때에서 멈춰 있는 것이랄까. 그렇게 생각하며 보니 시간은 언제나 도도하게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멈춰 있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마그마가 폭발했다가 바닷물에 의해 바로 식어버린 그 현상을 보고 있자니 나의 시간도 가족과 함께 하는 이 시간 이곳에서 멈추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의 5일은 참으로 더디 가는데 주말 이틀은 숨 한번 쉬면 말 그대로 '순삭'되기 일쑤였고, 6일이라 나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연휴 역시 통장에서 돈 빠져나가듯 급속도로 없어지고 있으니 나는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쉽고 아까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벌써 10월이다. 6시가 좀 넘으면 해가 지고, 낮 햇살이 아직 심술을 부린다 해도 바람끝이 서늘해진지는 제법 되었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보여주는 휴대폰 액정을 애써 무시하며 주상절리와 그걸 구경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그렇게라도 가는 시간을 잠시나마 붙잡아 둘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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